[신용우 칼럼] 홍산문화론과 요하문명론-중국 바로보기(Ⅺ)
마나미 기자
| 2022-11-29 18:26:21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 |
요하문명론은 지금까지 한족 중국이 자신들만이 간직한 보물이라도 되는 듯이 지구의 중심인 중원(中原)이라 일컬으며 자랑해온 양쯔강과 황하를 중심으로 하는 중화(中華) 문명과는 확연하게 다른 문화로 그 중심은 홍산문화다.
홍산문화는 요녕성 적봉시에 있는 홍산, 즉 적봉을 중심으로 기원전 4,500~3,000년경에 만개한 우리 선조들의 문화로 1906년 일본 인류학자 겸 고고학자인 도리이 류조가 적봉 일대 지표조사를 하던 중 많은 신석기 유적과 돌로 쌓은 묘(적석묘) 등을 발견하였다. 이것이 홍산문화 적석총 유적으로 만주와 한반도 일대에서만 발견되는 무덤 형태이다. [그림 1]의 빗금 친 영역도에서 보듯이 이 유적의 중심인 적봉은 고조선의 삼조선 중 하나인 번조선의 수도로 추정되는 곳으로, 요하에서 난하 사이에 있는 우리 한민족 문화 중심 지역 중 하나다.
▲[그림 ] 적봉을 중심으로 한 홍산문화 유적 영역도 |
1981년 요령성 일제 지표조사 기간에 능원시(凌源市) 능북진(凌北鎭) 묘후촌(廟後村)에서 처음 발견되어 능원우하량유적(凌源牛河粱遺蹟)이라고도 하는 우하량유적에서는 여신묘가 발견되고, 적석총은 여신묘가 소재하고 있는 구릉의 정상부에 군집하여 배치되어 있는데, 1기가 단일 적석총을 구성하고 있는 것에서부터 2기가 함께 조성되거나 여러 기가 함께 조성된 것 등 다양한 형태의 적석총이 존재한다.
유적도 돌호미(石鋤), 돌대패(石鏟), 돌칼(石刀) 등의 타제(打製)석기와 마제(磨製)석기가 다채롭게 발굴되었다. 농기구와 생활용품, 돼지머리형 옥장식과 석족(石鏃), 골족(骨鏃), 창(矛) 등 수렵 공구와 사슴, 노루 등의 동물 골격이 발굴되는 등 초기 농경 생활을 영위하였다고 유추하게 하는 유물이 발견된 것이다, 또한 홍산문화유적에서는 비취 등의 석재로 동물 형태로 조각한 장식품이 많이 출토되었는데 돼지, 호랑이, 새 외에도 용을 새긴 것도 발견되었다. 특히 옥의 유물들이 많이 출토되었는데, 중국은 용이 출토된 것을 중국의 용 숭배 사상과 연결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다가, 돼지 조각상을 용이라고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하였다.
중국의 연구자들은 우하량유적을 ‘요하문명론’ 의 중요한 근거로 삼아, 기원전 3,000년 경에 홍산문화가 이미 문명 단계에 돌입하였다고 하면서 중국 문화의 근원이 ‘황하문명’이 아니라 ‘요하문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하량지역은 그동안 빗살무늬 토기, 돌무덤, 비파형 동검 등이 발견되어 동이족의 근거지로 비정되던 곳이었음을 아랑곳하지 않고 극심한 역사와 문화 왜곡을 통해서 중국화 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홍산문화론을 앞세워 요하문명론을 내세우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엄청난 모험을 하는 것이다.
첫째는 그들이 아직도 표면으로나마 국가 기틀의 사상으로 내세우고 있는 공산주의 사상에 직접적으로 위배된다. 공산주의는 역사에 대한 정의 역시 유물사관을 앞세워 추정이 아니라 객관적인 고증과 증거 위주의 역사관을 수립하는 것이 원칙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만주에 대한 영토 욕심 때문에 자신들의 기본 사상마저 팽개쳐 버렸다. 하기야 흑묘백묘의 묘한 이론으로 인해서 이미 공산주의의 기본은 무너진지 오래지만, 영토 문제는 먹고 사는 문제 이상으로 물불을 가리지 않는 것이다.
두 번째는 그들이 그렇게도 자랑스러워하는 황하와 양쯔강의 중화(中華) 문명에 비해 최소한 1,500년 이상을 앞선 문명이 요하 유역에 존재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 문화가 고조선 선조들의 문화라면 우리 한민족에 비해 한족 중국이 문화적으로 훨씬 뒤처진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대모험을 벌인 것이다. 그러니 어떻게든 그 문화를 중국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역사를 시간적으로 팽창하지 않을 수 없어, 전회에 서술한 단대공정이나 탐원공정 같이 어마어마한 왜곡의 만행을 벌인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함께 미‧영‧소‧중 연합 4개국의 동남아 영토 유린이라는 폭거 덕분에 의해, 거저로 강탈한 만주를 지키기 위해서 한족 중국은 인류에게 절대 용서받지 못할 무서운 왜곡과 날조도 서슴치 않고 있다. 그에 대처하기 위해서 우리는 역사와 문화를 올바르게 배워 아는 것은 물론 어느 것이 사실인지 한족 중국인들도 포함해서 전 세계 인류에게 알려야 한다. 그렇게 하는 수고를 들여야 그나마 만주를 수복하는 길의 초석을 놓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주어진 진실마저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칼럼니스트/영토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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