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방한 외국인 4명 중 1명은 부산으로 향해'… 300만 고지 두 달 앞당긴 부산관광, 亞를 넘어 세계인의 목적지로 비상

전상후 기자

sanghu60@naver.com | 2026-09-04 19:14:15

김해공항 입국객의 98% 수도권 안 가고 동남권에 닻 내려
카드 소비 전국 2위, 의료관광 1위의 놀라운 질적 대약진
‘스쳐 지나가는 도시’에서 ‘오래 머물며 깊이 경험하는 체류형 메카’로
축제와 인프라로 무장한 부산의 눈부신 체질개선
부산시청사 전경. 로컬세계 자료사진

[로컬세계 = 전상후 기자] 서울을 거쳐야만 도달할 수 있는 지방의 관광 명소라는 오랜 편견은 이제 옛말이 됐다. 푸른 바다와 다채로운 문화의 향기가 넘실거리는 해양 수도 부산이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관광시장의 중심에서 거대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스쳐 지나가는 임시 경유지가 아니라, 비행기 타는 순간부터 부산을 최종 목적지로 점찍고 날아오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지역 경제의 대동맥이 뜨겁게 요동치고 있다.

◆ 7개월 만에 292만명 돌파… 지난해보다 두 달 빠른 기적의 시계추

부산시가 발표한 통계는 그야말로 경이롭다. 올 한 해 1월부터 7월까지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총 292만7674명으로 집계돼 연간 유치목표인 400만명의 73.2%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46.1%나 폭증한 것이다. 전국 평균 증가율(21.3%)의 두 배를 훌쩍 뛰어넘는 압도적인 속도다.

특히 한여름의 문턱인 7월 한 달 동안만 50만 7045명이 부산을 찾아 두 달 연속 월간 최고 기록을 경신했으며, 이는 대한민국을 찾는 외국인 4명 중 1명(24.2%)이 부산을 선택하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300만 명을 돌파했을 때의 기록 달성 시점이 10월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는 무려 두 달가량 앞당겨진 8월 초순에 이미 300만 고지를 가볍게 넘어선 것으로 확실시된다.

◆ 대만·중국 넘어 미주까지 사로잡다… ‘직항의 한계’를 뛰어넘은 독자적 매력

방문객의 국적 다변화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대만(60만5000명)과 중국(59만4000명) 등 인접 아시아 국가들이 탄탄한 초석을 다진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미국 등 장거리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이다.

올해 1~7월 부산을 찾은 미국인 관광객은 25만 9675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78.4% 급증했다. 이는 전국 미국인 방한객 증가율(11.6%)을 6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마땅한 미주 직항 노선이 없는 지리적 여건 속에서도 영화·예술·해양레저의 도시 부산만의 고유한 매력이 태평양 건너 여행자들의 마음을 직접 움직인 셈이다.

◆ '내리면 수도권으로 안 간다' 입국객의 98% 붙잡은 김해공항의 저력

이 같은 폭발적 성장의 진원지에는 김해국제공항의 활약이 자리 잡고 있다. 올해 상반기 김해공항을 통해 입국한 외국인은 101만4341명으로 청주·대구·제주 등 전국 주요 지방공항 중 단연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 같은 성장세의 배경에는 '부산·동남권 관광의 핵심 관문'으로 자리 잡은 김해국제공항이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발간한 ‘요즘, 한국관광 리포트’ 2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김해국제공항으로 입국한 외국인은 101만 4천341명으로 전년 동기(69만 1천993명) 대비 46.6퍼센트(%) 증가해 청주·대구·김해·제주 4개 지방공항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진정한 놀라움은 그다음 대목에 있다. 김해공항으로 들어온 외국인 중 수도권으로 빠져나간 비중은 단 1.9%에 불과했다. 입국객의 무려 98.1%가 부산에 머물거나(50.2%) 경남·울산 등 동남권 권역 내에 정착(47.9%)하며 지역에 강력한 경제적 온기를 불어넣었다.

발길이 머무는 곳엔 지갑도 열렸다. 1~7월 부산의 외국인 신용카드 소비액은 742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8% 급증하며 서울에 이어 당당히 전국 2위를 차지했다.

1~7월 부산의 외국인 카드 소비는 742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8% 증가, 서울(6조 7486억원)에 이어 전국 2위를 기록했다.

◆ "숫자에 취하지 않는다"… 양적 성장을 넘어 '머무름의 질'로 승부한다

눈부신 성과 속에서도 부산시의 시선은 이미 다음 단계를 향하고 있다. 시는 다가올 하반기, 단순한 방문객 수 집계를 넘어 이들이 얼마나 오래 머물며 깊이 경험하는지에 초점을 맞춘 ‘체류형 관광 전략’에 총력을 기울인다.

당장 이달 8일부터 열리는 ‘206 부산글로벌도시위크’를 시작으로, 10월 한 달 동안 부산 전역이 거대한 축제의 장으로 변모하는 ‘페스티벌 시월’이 기다리고 있다.

부산시는 하반기에도 대형 행사와 수용태세 개선을 잇달아 추진해 300만 돌파 이후의 성장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9월 ‘2026 부산글로벌도시위크’(9.8.~10.)에 이어, 10월에는 부산 전역에서 ‘페스티벌 시월’(10.1.~31.)이 한 달간 열리며 ‘부산국제록페스티벌’(10.2.~4.), ‘부산유엔위크’(10.23.~11.11.), ‘글로벌도시관광서밋’(10.26.~28.)이 잇따라 개최된다.

부산국제록페스티벌, 부산유엔위크, 글로벌도시관광서밋 등 메가 이벤트들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전 세계 관광객들의 오감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여기에 김해공항과 부산역 등 주요 관문에 비짓부산패스 키오스크를 전면 도입하고 16개 구·군과 함께 관광 수용 태세를 대대적으로 정비해 관광객들의 편의를 극대화한다.

전재수 부산시장은 이번 성과에 대해 명확한 시정 철학을 내비쳤다. 전 시장은 “지난해 10월에야 도달했던 300만 명 고지를 올해는 불과 7개월 만에 돌파했지만 이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왔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머물며 부산의 깊은 매력을 경험했느냐이다"며 "김해공항으로 입국한 외국인의 98%가 수도권으로 가지 않고 부산과 동남권에 머문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거대한 가능성을 보여줬으며, 양적 성장의 함정에 안주하지 않고 체류 기간 연장과 관광 소비의 지역 확산이라는 질적 성장에 모든 시정 역량을 집중하겠다”라고 밝혔다.

스쳐 지나가는 관광 도시의 틀을 완전히 깨부수고, 세계인들이 가장 살고 싶고 머물고 싶은 글로벌 체류형 허브로 거듭나는 부산. 푸른 바다를 품은 이 남쪽의 거대한 항구가 그려내는 미래 관광의 지평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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