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정 칼럼] 색면의 대비로 공기를 그리는 마음
이태술 기자
sunrise1212@hanmail.net | 2026-07-09 21:41:02
그림 작업은 언제나 나에게 봄의 설렘과 같다. 빈 캔버스 앞에 설 때마다 내 마음도 새롭게 깨어난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단순히 풍경을 재현하는 일이 아니라, 자연이 내게 건네는 생명의 숨결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색과 빛으로 옮기는 일이다.
새벽하늘의 서광이 산자락을 감싸고, 보이지 않는 공기가 은은하게 흘러가는 풍경은 나에게 단순한 자연의 모습이 아니다. 그것은 생명이 호흡하는 리듬이며, 자연이 들려주는 침묵의 언어이다. 나는 그 공기의 흐름과 깊이를 표현하기 위해 화면 속에서 중경과 근경에 어두운 색의 대비를 두고, 그 위에 부드럽고 온화한 빛을 쌓아 올린다. 이는 형태를 강조하기 위한 기법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의 움직임과 공간의 깊이를 표현하기 위한 나만의 회화적 언어이다.
이처럼 화면 위에서 살아 움직이는 색면의 대비와 공기의 흐름은 작품을 바라보는 이들에게 신선한 공기의 미감을 전하고, 자연 속에 서 있는 듯한 행복과 자유를 느끼게 한다. 치열한 산업사회 속에서 우리는 늘 시간에 쫓기며 살아간다. 그러나 자연은 언제나 조용히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내 그림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자연의 숨결을 함께 느끼고, 아름다움과 건강한 삶, 그리고 마음의 평안을 다시 발견하기를 바란다.
풍경을 그릴 때마다 내 마음은 늘 설렌다. 그 설렘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명의 순환을 마주할 때 피어나는 가장 순수한 감정으로 시각적 표현을 넘어 마음의 온도를 나누는 창이 되고 싶다. 그림 속에 담긴 나뭇잎 하나, 바람결 하나까지도 자연과 사람, 생명과 감정을 이어주는 작은 다리가 되기를 바란다. 그것은 세상과 조화롭게 호흡하는 삶의 태도이며, 자연 앞에서 언제나 겸손과 감사의 마음을 잃지 않으려는 나 자신의 다짐이기도 하다.
나는 그림을 그릴 때마다 자연과 대화를 나누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어떤 날은 잔잔한 호수 위를 스치는 구름의 그림자처럼 고요하고, 어떤 날은 들판을 흔드는 바람처럼 생동감이 넘친다. 그 시간 속에서 나는 단지 붓질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말없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손끝으로 그 울림을 따라간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작품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도 조용한 쉼이 되기를 소망한다. 바쁜 일상에 지친 마음이 잠시 머물러 숨을 고르고, 잊고 지냈던 자연의 따뜻함을 다시 느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내 그림은 충분한 의미를 갖는다. 행복은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꽃잎 끝에 맺힌 작은 이슬방울처럼, 우리 곁의 가장 소박한 순간 속에 언제나 머물러 있다.
앞으로도 나는 자연이 들려주는 생명의 이야기에 더욱 깊이 귀 기울이며, 그것을 나만의 회화 언어로 담아내고자 한다. 자연이 품은 아름다움과 선함, 겸손과 희망을 화면 위에 새기며, 보는 이들의 마음속에 따뜻한 감정과 새로운 생명의 기운을 전하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
그림은 나에게 자연과 사람이 함께 숨 쉬는 공간이며, 세상과 소통하는 가장 진실한 언어이다. 그리고 나의 작품이 언제나 사람들의 마음속에 조용히 피어나는 행복의 씨앗으로 남기를, 그래서 삶을 조금 더 아름답고 따뜻하게 만드는 작은 봄이 되기를 소망한다.
∎ 이훈정 프로필- 전북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전공 졸업
-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육대학원 상담심리학 수료
- 개인전 43회 개최(세종문화예술회관, 롯데갤러리, 문화일보갤러리 등)
- 국립현대미술관 초대작가 및 &찾아가는 미술관& 전국순회전 참여(2001~2007)
- CTS 신앙·예술 다큐멘터리 및 &길(WAY)& 시리즈 방영(2004)
- 세종문화회관 한국미술전, World Korea 지상초대전, 조선일보미술관 초대전, 가고시마 문화교류전 등 참여
- 해외전 33회, 국내 전시 1,300여 회 출품
- 대한민국미술대전, 신미술대전, 세계평화미술대전, 호남미술대전 심사위원 및 초대작가(1996~2005)
- 예원예술대학교 회화과 객원교수 및 겸임교수(2003~2010)
- 국제미술레전드대상 초대전 최우수상 수상((사)한국언론사협회, 2026.3.19)
- 현재 활발한 작품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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