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서 울려 퍼진 시의 향기…‘제21회 재능 시 낭송 여름학교’ 성황
문수정 기자
sjblue@naver.com | 2026-09-02 09:11:43
시 낭송부터 문학강연·조별 스터디·인문학 투어까지…2박 3일 문학으로 소통
[로컬세계 = 글·사진 문수정 기자]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강원 인제에 모여 시를 읽고 낭송하며 문학의 의미를 함께 나눴다. 무대에서는 시인의 언어가 목소리로 되살아났고, 처음 만난 참가자들은 시를 매개로 빠르게 가까워졌다.
‘제21회 재능 시 낭송 여름학교’가 지난 28일부터 30일까지 2박 3일간 강원특별자치도 인제군 동국대학교 만해마을 수련원에서 전국 시 낭송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JEI재능문화가 주최하고 재능시낭송협회가 주관한 이번 행사는 한국시인협회, JEI재능교육, 동국대학교 만해연구소, 만해축전 추진위원회 등이 후원했다.
올해 행사는 특히 만해 한용운의 시집 '님의 침묵' 발간 100주년과 인제 출신 박인환 시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문학적 의미를 더했다.
첫날에는 전국에서 모인 참가자들이 JEI 시 낭송대회 특별예선에 참여해 각자 준비한 작품을 낭송했다. 이어 박인환 탄생 100주년 기념 공연과 '님의 침묵'을 주제로 한 시 낭송 무대가 펼쳐졌다.
중앙회와 전국 16개 지회 시 낭송가들은 ‘알 수 없어요’, ‘이별은 미의 창조’, ‘나의 길’ 등 '님의 침묵'에 수록된 작품을 낭송했다. 음악과 무대 연출이 더해지면서 참가자들은 한 권의 시집을 무대에서 함께 읽는 듯한 시간을 보냈다.
한 참가자는 “관객의 입장에서 수준 높은 공연을 직접 감상할 수 있어 행복했다”며 “재능시낭송협회의 일원이라는 데 자부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문학 강연도과 조별 스터디도 이어졌다. 문학평론가 이숭원 서울여대 명예교수는 ‘만해 한용운은 왜 시집 '님의 침묵'을 썼나’를 주제로 강연했고, 연극배우 박정자의 특별 시 낭송과 김윤길 전 만해마을 교육원장의 공연도 참가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참가자들이 5개조가 나뉘어 ‘오늘, 박인환을 다시 읽는다’를 주제로 조별 스터디를 진행하며 박인환의 작품과 문학세계를 함께 살펴봤다. 짧은 준비 기간에도 작품을 읽고 의견을 나누며 낭송 무대를 준비했다.
처음에는 서먹했던 참가자들도 식사 전후와 프로그램 사이의 짧은 시간을 활용해 작품을 함께 읽으며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한 참가자는 “시를 이야기하다 보니 처음 만난 사람들과도 금세 친구가 됐다”고 전했다.
둘째 날에는 이른 새벽 백담사 계곡 산책과 ‘만해 평화의 종’ 타종 체험, 만해문학박물관·한국시집박물관·여초 김응현 서예관 등을 둘러보는 인문학 투어가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만해 평화의 종’ 33회 타종에도 직접 참여했다. 종을 너무 세게 치면 소리가 날카롭게 울린다는 설명에 따라 조심스럽게 종을 울리며 웃음을 나누는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저녁에는 조별 스터디 결과를 선보이는 ‘한여름 밤의 향연’이 열렸다. 참가자들은 스카프와 전자 촛불 등을 활용해 각 조의 개성을 살린 무대를 꾸몄으며, 낭송이 끝난 뒤에는 노래와 춤으로 분위기를 이어갔다.
마지막 날에는 박인환문학관을 찾아 시인의 삶과 작품세계를 돌아보며 서로의 모습을 담고 기록하며 2박 3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재능시낭송협회가 2006년부터 매년 개최해 온 시 낭송 여름학교는 시 낭송을 넘어 전국의 문학인들이 만나고 교류하는 문화행사로 자리 잡고 있다.
올해 역시 '님의 침묵'과 박인환의 문학을 함께 조명하며 참가자들이 시를 직접 읽고 낭송하는 가운데 문학의 가치를 되새기는 시간이 됐다.
재능시낭송협회 관계자는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작품을 읽고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 자체가 시 낭송 문화의 큰 힘”이라며 “앞으로도 시의 아름다움을 대중과 나누고 시 낭송 문화의 저변을 넓혀가겠다”고 말했다.
시 한 편을 함께 읽는 사이 낯선 사람도 친구가 됐다. 인제의 여름밤을 채운 시 낭송의 울림은 문학이 사람과 사람을 잇는 따뜻한 매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문수정 기자 sjbl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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