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의 시선] 코스피 4000, 구조적 상승인가 정책 착시인가

노철환 편집위원

local@localsegye.co.kr | 2025-11-11 23:49:23

한국 증시가 사상 처음으로 코스피 4000선을 돌파했다. 이는 2021년 1월 3000 돌파 이후 약 4년 만의 일이다. 단기적 유동성 랠리가 아닌, 산업 구조와 기업 실적이 반영된 상승세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코스피 4000이 ‘지속 가능한 구조적 고지’인지, 아니면 정책적 부양과 수급 왜곡이 만들어낸 ‘착시’인지는 냉정한 분석이 필요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1월 현재 코스피 시가총액은 약 3100조 원으로, 2021년 1월(약 2200조 원) 대비 40% 이상 증가했다. 외국인 순매수는 올해에만 24조 원을 기록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특히 반도체 업종의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시가총액은 전체 코스피의 28%에 달하며, AI 반도체 수요와 HBM(고대역폭메모리) 호황이 직접적인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수출 지표도 긍정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5년 10월 한국의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9.3% 증가해 15개월 연속 플러스 성장을 이어갔다. 반도체 수출이 35% 급증하며 전체 수출 증가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실적 기반의 상승이라는 점에서 과거 유동성 장세와는 결이 다르다.

그러나 지수 상승이 곧 실물경제의 회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3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1.9%로, 잠재성장률(2.2~2.4%)을 여전히 밑돈다. 내수는 부진하고, 가계소득 증가율은 1%대에 머물러 소비 회복세가 더디다. 자산시장과 실물경제 간 괴리가 다시 확대되는 모양새다.

시장 구조의 불균형도 문제다. 코스피 상위 10개 기업의 비중이 52%를 넘어서면서 ‘지수의 집중화’가 심화됐다. 반면, 중소형주와 내수주 중심의 코스닥은 여전히 900선 초반에서 횡보하고 있다. 2차전지, 바이오, 콘텐츠 등 비(非)반도체 섹터의 수익성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편중은 시장의 체질을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

정책 효과도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정부는 공매도 전면 금지, 배당소득 분리과세 확대, 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K-VALUE Plan) 추진 등으로 시장 신뢰를 높이려 했다. 그러나 단기적 수급 개선 효과가 장기적 체질 강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특히 공매도 금지 조치는 시장의 건전성 논란과 함께, ‘인위적 부양’이라는 비판도 동시에 받고 있다.

결국 코스피 4000의 지속 가능성은 ‘이익 사이클’과 ‘생산성 구조’에 달려 있다. 한국 기업의 영업이익은 2024년 2분기 저점을 지나 회복 국면에 진입했지만, 여전히 글로벌 금리 수준과 환율 변동성에 크게 의존한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상회하고, 미국 기준금리가 장기 고점에 머무는 한, 외국인 자금의 방향성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코스피 4000은 숫자 이상의 상징이다. 자본시장이 국가경제의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그러나 숫자에 취해선 안 된다. 구조적 경쟁력, 산업 다변화,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이번 상승은 일시적 ‘순환 고점’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진정한 4000시대는 시장의 체질이 바뀌는 순간에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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