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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월 19일 열린 근대일본미술협회전에서
나츠키 케이 작가의 작품 '교카수이코'(鏡華水晄)가 주목을 받았다. 나츠키 케이 화가가 자신의 마음을 시로 표현하면서 창작한 작품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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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세계 = 이승민 특파원] 파킨슨병은 손과 발이 저절로 떨리는 병이다. 밥도 혼자 먹을 수가 없다. 근육이 경직되기도 하고 몸 곳곳에 통증이 유발하기도 한다. 그러기에 파킨슨병 환자들은 쉽게 우울증에 빠지게 되고 고통 속에서 슬픈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일본에서 커트화(切り絵)를 창작하는 나츠키 케이(夏樹圭)씨는 현재 파킨슨병 환자다. 그녀는 파킨슨병이라는 현실 자체를 잊어버리고 산다. 하루 종일 화폭 앞에 앉아 그림 창작에 몰두한다. 작품 주문이 줄지어 있기 때문이다. 항상 행복한 표정이다. 그녀의 얼굴에서 우울증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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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하나하나 볼 때마다
건강을 받는 느낌이었어요” 전시회 소감을 말했던 사사키 미치코(佐々木 道子) 씨가 주문한 자기집 애완견 2마리 사치 (幸)와 고고미 (九美)의 좋은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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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한 일을 매일매일 도전하며 살아가고 있다. 작품 창작을 위해 예리한 칼을 들고 종이를 자르려면 떨리던 손도 멈춘다. 1mm라도 손이 떨리면 작품은 망치고 만다. 그녀의 창작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보통 상식으로는 도무지 믿겨지지 않는다. 칼을 연마하는 도인의 정신력 같기도 하고 마술사 같기도 하다.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광경이다.
그녀의 작품 전시회에는 환자들이 많은 찾아온다. 작품 마다마다 메시지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환자들이 위로를 받고 눈물을 흘린다. 우울증에 빠진 환자들이 그녀의 작품을 보고 웃음과 기쁨을 다시 찾게 되고 희망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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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바라기에는
뭔가 파워가 있는 것 같아요" 전시회 관람객들로부터 인기가 많았던 나츠키 케이의 작품 '해바라기'. |
커트화는 우리에게 매우 생소한 화법이다. 커트화 작업은 정교한 손재주와 정숙성과 집중성이 필요하다. 건강한 사람도 이러한 화법으로 창작하기에는 무척 어려운 작업이기에 한국에서는 커트화가가 거의 없다. 종이나 천에 자신이 그려놓은 정교한 선을 따라 예리한 칼로 잘라 화폭에 붙여서 작품을 만든다. 너무도 세밀한 작업이기에 바른 몸가짐과 정성 어린 노력이 필요하다.
10여 년 전, 파킨슨병이라는 병명이 확정되었을 당시엔 자살을 결심할 정도의 괴로움과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했던 나츠키 씨는 화가가 아니었고 그림도 그릴 줄 몰랐다. 우울증에 빠져 지옥 같은 삶을 살던 중 우연히 커트화법으로 만든 작품을 발견하고 “나도 화가의 삶에 도전해 보자. 손이 떨리는 최악의 인생 환경을, 정밀하고 정교한 작품을 창작하는 일로, 극에서 극으로 도전하면서 삶을 개척해 보자. 스스로 인생을 비관하면서 시간을 허비하다 죽을 수는 없다"며 "어둡던 삶에서 밝은 삶으로 탈출하기 위해 커트화가의 길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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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모노의 원단을 사용하여 창작한
나츠키 케이 작 '연꽃'. 연꽃의 매력에 반해 아키타현에서 다카하시 준코 씨가 주문한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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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크키 케이의 작품이 전시되는 곳마다 그녀의 작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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