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계약이 종료되었음에도 임대인이 임차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는 경우, 임차인이 임차목적물을 계속 점유하면 임대인은 이를 ‘불법점유’라고 주장하며 건물명도와 함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甲이 乙 소유의 A주택을 임차하여 사용하던 중 임대차기간이 만료되었으나, 乙이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아 甲이 A주택을 계속 점유하고 있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와 같은 경우 임대차계약이 종료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임차인의 점유가 곧바로 불법점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임대차가 종료되면 임차인의 목적물 반환의무와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의무는 원칙적으로 민법 제536조 제1항에 따른 동시이행관계에 놓이기 때문이다.
대법원도 “임대차계약 종료 후에도 임차인이 동시이행항변권을 행사하여 임차건물을 계속 점유해 온 것이라면 임차인의 건물에 대한 점유는 불법점유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1990. 12. 21. 선고 90다카24076 판결).
따라서 위 사례에서 甲이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상태에서 동시이행항변권에 기하여 A주택을 점유하고 있다면, 乙은 단순히 임대차기간이 종료되었다는 이유만으로 甲의 점유를 불법점유라고 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는 어렵다.
다만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동시이행항변권이 인정된다고 해서 임차인이 아무런 대가 없이 임차목적물을 계속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임차인이 목적물을 계속 점유하면서 실제로 사용·수익하여 이익을 얻었다면, 그 사용으로 얻은 실질적인 이익은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을 수 있다(대법원 1998. 7. 10. 선고 98다15545 판결).
결국 임대차 종료 후 보증금이 반환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차인이 건물을 점유하는 경우, ‘명도의무와 보증금반환의무가 동시이행관계에 있다는 점’과 ‘그 기간 동안 목적물을 사용·수익한 데 따른 부당이득 반환 문제’는 구별하여 판단해야 한다.
따라서 임대인은 곧바로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을 주장하기보다는 임차인의 점유가 동시이행항변권에 기초한 것인지, 실제 사용·수익이 있었는지, 그 사용이익의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김동근 기자 adibe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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