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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희룡 제주도지사. |
[로컬세계 김정태 기자]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 6.4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뒤 ‘협치’를 도정 방향으로 내세웠다. 협치를 통해 난개발 등 제주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을 풀겠다는 입장이다.
제주도의 협치를 정의하고 방향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진통도 발생하고 있지만 시민과의 소통으로 행정을 펴겠다는 뜻은 여전히 굳건하다. 원 지사는 제주의 일차적 가치인 청정 환경을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한라산 중턱 이상은 보전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환경과 개발 사이에서 어떤 절충안을 갖고 있는 원 지사의 생각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제주도지사를 맡고 처음 한 신년사가 통상적인 신년사와 궤를 달리해 화제가 됐는데
제목이 ‘어머니 이름으로’다. 내용을 보면 “독새기(달걀)도 둥그려야 빙애기(병아리)된다, 사람도 둥그려야 쓸메 난다(쓸모 생긴다)” 하는 말이 있다. 눈보라가 혹독하면 매화향이 더 진하듯이 진통을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아서 어머니의 이름으로 서로에게 힘을 불어넣고 제주가 갖고 있는 자연과 문화의 가치를 보석처럼 키워나가자는 의미를 시처럼 표현한 것이다.
역사적으로 제주는 여성들이 대들보 역할을 해온 섬이다. 무엇보다 제주해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어머니, 아내, 누이, 딸로 불리는 제주여성들은 강인한 생활력으로 가정을 일구고 섬세하면서 강한 인내심으로 공동체를 위해 희생할 줄도 알았다.
지금 제주는 이와 같은 어머니, 여성의 힘을 필요로 하고 있다. 어머니의 마음으로 제주도민사회를 하나로 묶어내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더 큰 제주가 되기 위해 슬기롭게 변화를 지향할 것이다.
-갤럽이 실시한 시도지사 직무수행 평가에서 잘하고 있다는 응답비율이 60%를 넘어 3위를 차지했다
전임자에 비해서 현재 지지율이 2배 정도라고 해서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 것 같다. 이제 7개월 밖에 안 지난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또 기대를 현실로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책임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
-특히 도의회와 예산안을 놓고 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높은 지지를 받은 원인을 무엇으로 보는가
난개발이라든지 카지노 문제, 중국관광객의 급격한 증가 속에서 개발이익이 도민에게 골고루 돌아가지 못하는 문제, 특히 제주의 미래 가치가 훼손되는 사례들로 인해 제주도민이나 국민들이 많이 염려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점들에 대해 큰 틀의 원칙,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밀어붙이니까 조금은 안심을 하고 기대를 하는 부분이 있다. 또 제주국제공항 인프라 확충, 한·중FTA 협상에서 우리 농수산물 보호 등 해묵은 과제들이 하나하나 정리돼 가고 있는 것도 작용한 것 같다.
-취임 후 협치를 강조했다. 취지는 공감하지만 현재까지는 슬로건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동안 지방자치는 지방정부가 정책을 만들고 의회는 심의, 감사를 통해 견제하고 조정하는 형식으로 이뤄져왔다. 그러다보니 민간의 앞서 있는 경험이나 아이디어를 제도권에서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는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래서 도입하려는 것이 바로 ‘협치’다. 제주도의 협치는 정책결정과정에 다양한 도민 주체들을 참여시켜 권한과 책임을 일정 정도 나눠서 일을 같이 하고 현장의 체감을 높이는 성과를 만들어내자는 것이다.
이를테면 강도가 센 민관협력시스템인 셈이다. 경기도에서도 ‘연정’을 통해 여·야가 협력을 확대하고 있는데, 제주도는 정치권보다는 민간 쪽에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에 조금 성질이 다르다고 본다.
현재 문화, 1차 산업, 원도심 활성화 등의 분야를 중심으로 협치위원회를 구성해서 민간 참여를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추진 중이다. 새로운 시도이다 보니 제주도의 협치를 정의하고 방향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진통도 있는데 민간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쪽으로 가려고 한다.
-자연, 문화, 사람의 가치를 키우는 제주를 목표로 제시했다. 자세히 설명하자면
제주의 가치는 자연, 문화, 사람에 있다. 유네스코(UNESCO)가 인정하는 아름다운 자연, 제주의 정체성과 문화, 원래 제주도민과 이주해온 제주도민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자본이다. 여기에 창의성을 더한다면 농수축산, 관광 등 제주의 기존산업을 고도화하고 제주경제를 두 배로 키울 수 있는 창조적 성장이 가능하다고 본다.
특히 제주의 개발방향은 제주의 미래 가치를 지키고 더하는 친환경 개발에 무게를 두고 있다. 1차적 가치인 자연환경을 토대로 휴양, 헬스, 레저, 문화, 마이스, 에너지 등 새로운 2차적 가치를 키워나가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보면 대표적인 체류형 관광지로는 하와이가 있고, 경제허브 국제도시로는 홍콩과 싱가폴, 문화도시로는 프랑스 파리, 생태환경도시로는 브라질 꾸리지바 같은 곳이 있는데 이들 도시의 장점을 모두 합쳐 살려낼 수 있는 곳이 우리 제주다. 이렇게 제주가 바뀌면 대한민국을 바꾸는 힘이 될 수 있다.
-최근 양대 행정시를 방문해 혁신으로 행정체질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인가
제주시, 서귀포시는 법인격이 없는 ‘행정시’다. 시장도 도지사가 임명한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도와 행정시, 읍면동의 기능이 기형적 역삼각형 구조가 고착되고 현장중심의 행정에는 한계를 보이는 면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시민의 피부와 와 닿도록 제주시의 기능과 권한을 강화시켜 나가야 한다.
중앙협의와 같은 정책과 기획기능은 도가 맡는 대신에 지역밀착 사무와 같은 집행기능은 과감히 행정시로 이양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민서비스, 동네자치, 지역공동체 사무와 같은 주민참여 기능은 읍면동에 이양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이에 대해 연차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무엇보다 권한 이양은 조직 이양 문제가 아니라 이양에 따른 예산 지원과 책임이 중요하다. 시민생활에 파급효과가 있는 예산 편성의 자율권도 확대해 나가겠다.
-제주의 가장 열악한 분야로 대중교통 문제를 꼽았다
현장에서 만난 도민들은 일상생활과 밀접한 교통대책, 주차, 쓰레기 문제 해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대중교통이 좀 더 편리하고 만족도가 높아야 한다. 돈이 조금 들더라도 정말 획기적인 교통체계 개선이 필요하다.
지난 12월 15일에는 버스업계 등과 대중교통체계개편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올해 버스노선체계 개편, 수요자 응답형 콜버스 운행, 버스전용차로제 도입, 공영버스 지방공기업 설립 검토 등 16개 과제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이용자 중심의 친환경 대중교통, 빠르고 안전한 대중교통 체계를 만드는데 힘쓸 생각이다.
-제주도는 지자체 중 유일하게 자치경찰제를 시행하고 있다. 현장에서 직접 느낀 장점과 개선점 한 가지씩 꼽자면
다른 지자체에 없는 자치경찰이 제주에 있고 국가경찰에서 하기 힘든 세심한 치안서비스를 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 실제로 제주자치경찰은 관광질서 유지, 산림 및 환경사범단속, 주정차 단속, 비상품 감귤단속 등 규제가 많은 업무를 맡고 있다. 자치경찰은 제주의 급격한 순 유입인구, 관광객 증가 속에서도 치안유지에 노력하고 있는데 실제 권한이 부족한 면이 있다. 효과적인 자치경찰 업무를 위해 현재 자치경찰의 음주측정과 통행금지권한, 즉결심판 청구권 부여 등을 담은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최근 도에 중국협력팀을 신설하는 등 중국과의 교류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중국은 ‘G2’로 손꼽히는 거대시장이다. 제주와 2시간 이내 비행거리 내에 메가시티도 많다. 2010년 이전까지만 해도 제주도에 와서 투자한 외국기업이 그리 많지 않았는데, 몇 년 사이 9조원 규모 18개 외국인 투자사업이 진행 중이다.
대부분은 중국과 화교 기업이다. 특히 중국인관광객은 2010년말 41만명에서 작년말 286만명으로 7배 증가하고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한·중FTA 타결로 중국과의 관계 확대는 더 빨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와 같이 중국인관광객 및 투자의 증가 등 중국과의 다양한 교류협력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대중국 전담기구’인 중국협력팀을 신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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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28일 롯데시티호텔제주에서 산업통상자원부와 제주특별자치도 주최로 열린 ‘2014 테크플러스 제주’에서 원희룡 지사가 강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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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도민들은 중국인 투자가 너무 무분별하게 이뤄진다고 하소연한다. 난개발로 인한 환경훼손 문제에 대한 해법은
난개발과 자연 파괴로 인해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제주의 일차적 가치인 청정 환경을 지키면서 좋은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 그 자체로 관광자원인 한라산 중턱 이상은 보존하는 게 맞다. 중산간은 또 깨끗한 산소를 만들어내고 청정 지하수의 원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청정지역으로 남겨둬야 한다. 이 부분은 국민 여러분이 걱정하지 않도록 관리를 해나갈 것이다. 이와 관련해 자연친화적 관광자원 개발, 경관 가이드라인, 통합보전관리를 위한 기준을 새롭게 마련하고 있다.
-제주는 관광객 1200만 시대를 열었다. 제주 관광의 장점과 과제는
아름다운 한라산과 깨끗한 바다, 안전한 먹거리는 중국인들도 인정한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지질공원을 한 지역이 모두 보유한 곳은 세계에서 제주가 유일하다. 제주의 청정한 환경, 자연과 조화를 이룬 제주의 문화, 전통이 제주스타일이다. 제주올레처럼 제주다운 것을 찾고 키워야 한다. 이를 토대로 제주는 아시아 최고의 장기체류형 휴양관광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접근성 문제가 최대 걸림돌이다. 제주공항은 이미 포화수준이다. 제주공항 이용객이 2300만 명을 넘었는데 앞으로 두 배로 늘어나는 것은 시간문제다. 24시간 운영이 가능하고 세계적 추세인 복합에어시티 기능을 할 수 있는 공항 인프라를 갖추면 제주는 명실상부하게 세계의 관광 허브로 도약할 수 있다.
-‘탄소 없는 섬 제주 2030’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어쩌면 꿈같은 목표일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2030년까지 도내 전력 수요 대부분을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고 37만대에 달하는 자동차를 100% 전기차로 바꾼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이를테면 바람으로 전기를 만들고, 바람으로 자동차가 달리고, IT 기술을 접목해 전기를 똑똑하게 쓰고, 생활 속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스마트그리드 비즈니스 도시’로 완전히 환골탈태하는 셈이다.
국내 전기차의 40%를 제주도에서 보급되고 있는데 2017년까지 1만대 이상 전기차를 보급하면 그 다음부터는 수요와 공급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정부와 논의해서 2016년 제주도를 전기차 특구로 지정하고 나아가 제주를 글로벌 전기차 플랫폼으로 만들어가는 그림을 구체화하고 있다. 해상풍력단지도 국내 최초로 착공해 나가고 있다. 제주 바람을 석유 이상의 가치로 만들어내는 것이 불가능이 아니다.
-제주에 ‘문화예술의 옷’을 입히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는 세잔, 고흐도 머물렀던 예술의 도시다. 예술을 잘 모르는 사람도 많이 찾는다. 저는 이걸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이중섭 같은 예술인의 위대한 감각이 서귀포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러한 스토리를 유산으로 만들고 국경을 넘어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불러들여서 도민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의 섬을 만들고 싶다.
이미 제주에 터를 잡고 있는 한·중·일 문화예술인들도 적지 않다. 제주신화, 독특한 전통과 역사 등 문화콘텐츠산업을 키울 수 있는 요소도 다양하다. 원도심의 빈집을 문화의 사랑방으로 만들고 구역별로 특성 있는 생활형 문화예술특구가 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머물고 찾아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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