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추행 아닌 권력 이용한 폭력
[로컬세계 최원만 기자] 박희태 전 국회의장, 서장원 포천시장, 황은성 안성시장 최근 잇따라 성추문을 일으킨 사람들이다. 공교롭게도 모두 새누리당 소속 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최근 이들이 일으킨 성추문을 자세히 살펴보면 일종의 ‘갑’질의 성추문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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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자에 의한 추문이기에 법은 더 엄정하고 숙연하게 집행될 것으로 보였으나 한국사회의 고질적 병폐 중에 하나인 권력자에 대한 무한 관용이 이들에게 적용돼 처벌은 비교적 경미했다.
먼저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추문은 지난해 9월 11일 발생했다. 박 전 의장은 강원도 원주의 모 골프장에서 라운딩도중 캐디의 몸을 수차례 만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16일 법원은 박 전 의장에게 “강제추행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다.”며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강의 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그러나 박 전 의장은 이에 불복해 항소를 했다.
그러나 이 사건을 잘 살펴보면 형량이 너무 가볍다는 생각을 떨치기가 어렵다. 집권 여당의 상임고문이 골프장에서 캐디에게 가한 성추행은 추행이 아니고 사실상 권력자의 횡포이자 폭력이다. 비정규군에 속하는 캐디의 경우 법적으로는 개인사업자에 속하지만 사건사고가 생기면 사고를 친 당사자보다 캐디측이 손해 보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약간의 성추행 정도는 참는 다는 것이 여성 캐디들의 하소연이다. 그런데 권력자의 손가락이 수차례 캐디의 가슴을 직접적으로 접촉했으나 법은 집행유예를 선고해 일반인들의 시선과 법원의 시선이 다름을 보여주었다.
박희태 국회의장보다 앞서 발생한 서장원 포천시장의 성추문은 마치 ‘막장 드라마’를 연상하게 할 만큼 내용이 저질스럽다. 서 시장은 지난 6.4지방선거 당시 자신의 여성 운동원이었던 K 모씨를 성추행 했다. 그리고 당선된 후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거액의 합의금을 건네고 거짓 진술을 강요했다. 해당 여성은 거액의 돈을 받고 거짓 진실을 했다는 사실을 모두 인정했으나 서 시장은 여전히 모두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혐의 자체는 박 전 의장보다 가벼울 것으로 보이지만 시장이 된 후 권력자가 공무원을 동원해 돈을 건네주었다는 파렴치한 행위는 권력자의 또 다른 횡포와 ‘갑질’이 무엇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신파극이었다.
마지막으로 성추문을 낸 황은성 안성시장의 행위는 취중이었다고는 하지만 지역기자들과 공무원이 있는 자리에서 식당종업원을 향한 노골적 비하라는 점과 돈과 권력을 기반으로 한 점에서 부끄러운 사건이다.
황 시장은 지난해 연말 안성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폭탄주를 돌려 마셨다. 황 시장은 그 자리에서 식당 서빙을 하던 종업원에게 물수건으로 성기모양을 만들고 만원 짜리와 함께 종업원에게 건네며 이를 수차례 만져보라고 유도했다.
만원 짜리에 감추어진 성기 모양의 물수건을 건네받은 종업원은 인격적 모욕감과 모멸감에 결국 성추행 신고하기에 이르렀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의 고소가 없어서 더 이상 사건이 확대되지는 않았지만 돈으로 한 사람의 인격을 짓밟은 저속한 행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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