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법제처 법령자문 근거 없어…‘법적 쟁점 자문’ 규정은 사후에 신설
총리실, 법제처 ‘법령자문’을 ‘법률검토 결과’로 둔갑시켜 정부 최초 테러사건 지정
‘당일 질의·당일 회신’…곽규택 “정해진 결론 도출을 위한 범정부적 국민 기만 행위”
[로컬세계 = 맹화찬 기자] 국민의힘 곽규택 국회의원(부산 서구·동구)은 15일 법제처 국정감사에서‘이재명 대통령의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가덕도 피습사건’을 「테러방지법」상 테러로 판단하는 과정에서, 법제처가 당시 근거도 없이 개별 사건의 법적 성격까지 판단한 결과를 가지고 정부가 위법하게 ‘테러’로 지정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 1월 20일 국가테러대책위원회를 열어 2024년 1월 2일 발생한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 피습사건을 「테러방지법」 제정 이후 정부 차원 최초의 테러사건으로 지정·의결했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법제처의 ‘법률검토’를 통해 해당 사건 자체가 「테러방지법」상 ‘테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곽규택 의원실이 국무총리실과 법제처에 확인한 결과, 총리실의 실제 질의는 ‘정치인의 선거 출마 저지 목적이 「테러방지법」상 국가의 권한행사 방해 목적에 해당할 수 있는지’와 ‘국가테러대책위원회가 특정 사건의 테러 해당 여부를 심의·의결할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이재명 피습사건 자체가 테러인지 판단해 달라는 내용은 없었다.
그럼에도 법제처는 “질의에도 없는 이재명 피습사건을 특정하여 ‘테러’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
특히 총리실의 두 번째 질의에 대해서는 국가테러대책위원회가 특정 사건의 테러 해당 여부를 심의·의결할 수 있다는 취지로 회신하면서도, 정작 법제처가 국가테러대책위원회의 심의도 하기 전에 해당 사건을 이미 ‘테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법제처가 ‘누가 판단할 권한이 있는지’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 개별 사건의 결론까지 선행해 내린 것이다.
곽 의원은 “총리실은 법률요건의 의미만 물었는데 법제처는 묻지도 않은 개별 사건의 결론을 정부 입맛에 맞게 알아서 회신해 준 것”이라며 “국가테러대책위원회가 테러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해놓고 정작 법제처가 먼저 ‘테러’라고 결론을 내린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법제처 스스로 정해놓은 법령해석의 원칙과도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법제업무 운영규정」은 정식 법령해석 과정에서 ‘구체적 사실인정에 관한 사항’을 법령해석 제한 사유로 두고 있으며, 이러한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법제처가 이를 반려하도록 되어있다.
최근 5년간 법제처가 해당 사유로 반려한 법령해석 요청만 622건에 달한다.
곽 의원은 “정식 법령 해석에서는 구체적 사실관계가 법률요건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데 제한을 두고 있으면서, 이를 우회하기 위해‘법령자문’이라는 이름으로 특정 사건의 테러 해당성까지 판단했다”며 “법령 해석이 불가한 것을 법제처가 권한도 없이 판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법제처의 법령자문 또한 명확한 근거 없이 이뤄졌다.
법제처가 중앙행정기관 등에 업무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법적 쟁점에 대해 자문할 수 있도록 한 「법제업무 운영규정」은, ‘테러’결정 2달 후인 3월 31일에야 신설됐다.
법률자문의 처리 속도도 논란이다.
총리실이 법제처에 법령자문을 질의하고 법제처가 회신한 것은 1월 13일 같은 날이었다.
이른바 ‘당일 질의·당일 회신’이었다.
곽규택 의원실은 “이처럼 중대한 법률적 판단을 당일 내릴 수 있는 것도 의문이지만, 어떤 판례와 입법취지를 확인하는 관계기관 의견 조회를 통해 어떻게 내부 검토와 결재를 거쳤는지 객관적인 기록으로 국민 앞에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곽 의원은 “이처럼 근거도 불분명한 상태에서 속전속결로 이뤄진 법령자문을 총리실은 다시 ‘법률검토 결과’라고 내세워 테러 지정의 근거로 활용했다”며 “처음부터 ‘테러’라는 결론을 정해놓고 법제처 자문을 통해 법률적 외관만 갖춘 것이라면 범정부적으로 국민을 기만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테러 지정 이후 경찰이 40여 명 규모의 특별수사TF를 구성하고 8차례 압수수색, 170여 명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것에 대해서도, “잘못된 법률적 출발점이 막대한 행정력과 수사력의 소모로 이어진 것은 아닌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곽 의원은 끝으로 “법제처는 정부가 원하는 결론에 법률적 도장을 찍어주는 기관이 아니다”라며 “결론부터 내려놓고 뒤늦게 근거를 찾아 붙인 것이 아니라면, 당시 법령자문의 법적 근거와 사전협의 내용, 내부 검토자료와 결재기록을 모두 공개해 국민 앞에 입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맹화찬 기자 a59620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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