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살다 보면 나이 든 이웃들이 논두렁이나 마당에서 가끔 넘어지는 일을 목격하곤 한다. 젊은 사람들은 가벼운 부상이라도 훌훌 털고 일어나지만, 여든을 넘기고 아흔을 바라보는 어르신들의 경우는 사뭇 다르다. 뼈마디가 약해진 고령의 노인들은 작은 충격에도 뼈를 다치기 일쑤고, 한번 신체 균형이 무너지면 좀처럼 예전의 건강을 회복하지 못한다. 그래서 시골 사람들은 마을 어르신이 다쳤다는 소식이 들리면 일단 병원부터 모시고 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요즘 뉴스에서 이만희 신천지예수교회 총회장의 소식을 접할 때마다 자꾸만 우리 시골의 아픈 어르신들의 모습이 겹쳐진다. 아흔다섯이라는 고령의 나이에 차가운 구치소 수감 생활 중 척추를 다쳤다고 한다. 병원 전문의들마저 정밀 진단과 즉각적인 입원 치료가 시급하다는 의학적 소견을 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사법부의 정식 보석 결정은 기약없이 늦어지고, 잠시 바깥으로 나왔다가 다시 구치소로 수감되는 비상식적인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한다. 평생을 땅을 일구며 살아온 평범한 농사꾼의 눈으로 바라봐도 이건 뭔가 단단히 잘못됐다 싶다.
◆ 농사에도, 사람 몸에도 ‘골든타임’ 있어
그가 받는 재판의 혐의가 법적으로 맞는지 틀린지는 법률 전문가가 아닌 필자가 이 자리에서 왈가왈부할 성격의 일이 아니다. 죄가 있다면 엄정한 법의 심판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법의 잣대가 아무리 엄중하다 한들, 생명을 다루는 인도주의적 원칙마저 외면해서는 안 된다. 아프고 쓰러진 95세 노인에게 적절한 치료부터 받게 하는 것은 법조문을 따지기 이전에 사람이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상식’이다.
농사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바로 ‘때’를 놓치는 것이다. 봄철 모내기 시기를 놓치면 가을에 벼가 제대로 익지 않고, 수확기를 넘기면 애써 키운 작물이 밭에서 썩어 문드러진다. 사람의 생명과 신체에도 정확히 이와 같은 ‘골든타임’이 존재한다. 치료의 적기를 놓치면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은 의료계의 상식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르신의 건강을 지탱할 시간은 모래시계처럼 속절없이 흘러가고 있다.
◆ 증거인멸 우려? 조건을 달면 될 일을, 치료를 끊었다 잇다 할 것인가
일각에서는 피고인이 밖에 나오면 사람들을 만나 진술을 맞추거나 증거를 인멸하지 않겠느냐며 우려 어린 시선을 보낸다. 물론 사법당국의 그런 염려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미 과거에도 피고인을 임시로 밖으로 내보낸 전례가 있다. 그때마다 법원은 머물 주거지를 엄격히 제한하고, 접촉금지 등 철저한 준수사항을 부과했을 것이다.
엄격한 조건을 달아 내보낼 수 있다면, 치료가 채 끝나기도 전에 날짜를 정해 다시 구치소로 재수감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 보석이라는 제도 자체가 바로 그러한 위험을 통제하기 위해 존재하는 장치다. 누구를 만나지 말라는 엄격한 약속을 받고, 만약 그 약속을 어긴다면 그 자리에서 즉시 다시 구금하면 될 일이다. 우려되는 부작용이 있다면 확실한 제도적 장치를 채워 막으면 그만이지, 사람의 목숨이 걸린 치료 과정을 마치 스위치 켜듯 끊었다 이었다 반복하는 것은 합리적이지도 인도적이지도 않다.
◆ 생명 앞에 진영과 종교는 없다… '사법 정의의 본령은 인도주의'
돌이켜보면 생명을 살리고 보호하는 일에는 그 어떤 정치적 진영도, 종교의 벽도, 빈부나 귀천도 존재해서는 안 된다. 그가 어떤 단체의 지도자이든, 혹은 사회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는 인물이든 간에, 지금 구치소 안에서 신음하는 그는 한 사람의 아흔다섯 먹은 고령의 환자라는 사실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사법부에 간곡히 호소한다. 재판부는 더 늦기 전에 결단을 내려 하루라도 빨리 보석을 허가해야 한다. 사법적 절차가 이토록 차갑고 비정한 방식으로 지체되어 만약 돌이키기 어려운 건강상 사고라도 발생한다면, 그때 가서 그 관련 장관이나 판사가 책임을 질 것인가. 그때 가서 후회한들 소용없다.
법의 정의는 약자의 인권을 지키고 생명을 구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95세 고령의 노인이 치료를 받으며 법적 방어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도록 상식에 기반한 지혜로운 판결이 내려지기를 묵묵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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