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등에다 공공요금 등 인상…도시가스 83%나 올라
대선 이후가 더 걱정 가계-소상공인 이자율 높아 도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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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환 칼럼니스트. |
미국의 1월 물가가 전년 대비 7.5%나 올랐다.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겪고 있다. 가파른 물가상승에 놀란 미국은 대통령까지 나서 물가를 기필코 잡겠다며 팔을 걷어붙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선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올해 상반기(1∼6월) 금리를 1%포인트 올려야 한다는 발언까지 나왔다.
◆바이든, ‘식탁 위 스트레스’ 인정 “물가와 총력전”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 시간)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7.5% 올랐다는 발표 직후 성명을 내고 “물가상승으로 인해 국민이 식탁에서 실질적인 스트레스를 받는 수준”이라며 “물가 상승에 대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은 “죽을힘을 다해 올해 말에는 물가상승률이 현저하게 낮아질 수 있다는 예측이 계속 나온다”며 “정부는 물가와의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미국 1월 CPI 7.5%는 1982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 폭이다. 체감물가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에너지와 식품 물가가 급상승했다. 연료유는 1년 전보다 46.5% 상승해 가장 많이 올랐고 휘발유 40.0%, 전기·가스 13.6%, 식료품 7.0%를 기록했다.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물가 급등에 미국 금리 인상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준의 대표적인 ‘매파’(통화 긴축 선호)로 꼽히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7월 1일까지 금리 1%포인트 인상을 원한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7월 전까지 세 차례 열린다. 불러드 총재의 발언은 적어도 한 번은 파격적으로 금리를 0.5%포인트 올려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인플레이션은 한국도 가속화되고 있다. 인플레이션의 주된 원인은 기름값 수직상승 때문이다. 도시가스 사용요금이 1월 말 기준 전년도 대비 83%나 뛰었다. 아파트 관리비 및 사무실 관리비 인상이 줄줄이 예고되고 있다. 생필품, 농산물 등 소비자 물가도 전년도 대비 30~40%씩 급등하는 추세다. 3월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물가 쇼크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확대거시경제금융회의 “상반기 물가 안정 주력”
글로벌 경제의 연동성 문제로 우리 정부도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지난 11일 확대 거시경제금융회의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등이 참석했다. 경제 수장 4명이 한자리에 모인 건 지난해 9월 30일 이후 4개월여 만이다.
이들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국제유가 상승, 식품 가격 인상 등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크게 확대되는 것을 우려하며 상반기 물가안정에 주력하기로 했다.
특히 미국 등 주요국의 긴축 움직임 속에 국채 금리가 치솟자 한은은 시장 안정을 위해 국고채 추가 단순 매입에 나서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증가세를 안정화하고 3월 말 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 조치가 종료될 가능성에 대비해 연착륙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홍 부총리는 “금융 변동성 확대 등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가계부채와 자영업자, 제2금융권 같은 약한 고리를 중심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의 발언은 물가안정을 위해 금리인상 및 대출규제의 불가피성이 내포된 것으로 풀이된다.
◆가계부채 1845조, 이자 부담 9조8천억원
대출 금리가 인상되면 가계부채 및 소상공인 기업부채가 큰 걱정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14일 기준금리를 1%에서 1.25%로 올렸다. 작년 8월과 11월 인상분까지 감안하면 5개월 새 0.75%포인트가 올랐다. 이로 인해 가계가 추가로 물게 된 연간 이자 부담만 9조8000억원에 이른다. 물가를 잡기 위해 미국이 의 금리인상 로 끝이 아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를 1.5%로 올려도 긴축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올해 적어도 한두 차례 기준금리를 더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렇게 되면 이자 부담은 연간 3조~6조원 더 불어나게 된다. 이마저도 지난해 3분기 말 가계부채 1845조원을 기준으로 계산한 것이라고 하니, 실제 이자 부담은 더 클 수밖에 없다. 가계부채는 상반기 중에 1900조원을 돌파하고 연내 20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의 금리 인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물가 인상을 억제하는 측면과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한국도 어쩔 수 없이 올려야 한다. 자본유출과 환율 안정을 위해서다. 손 놓고 있으면 자산 가치가 급락하고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관리 목표인 2%를 훌쩍 넘어섰다. 지난해 10월 3.2%를 찍은 이후 11월 3.8%, 12월 3.7%를 기록했다. 장바구니 체감물가는 통계치보다 훨씬 높은 5% 수준에 달한다.
한은의 금리도 연말까지 최소 0.5%포인트 이상 추가 인상돼 대출 금리를 끌어올릴 것으로 우려된다. 현실화하면 현재 최고 5% 후반인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말께 6% 중반까지 오를 수 있다. 한은이 만약 0.75%포인트를 올리면 대출 금리는 6% 후반이나 7%를 넘어설 수 있다.
은행의 가계대출 중 고정 금리 비중은 지난해 12월 현재 23.9%에 불과하고, 나머지 80%는 시장금리 변동에 노출되어 있어 가계 이자 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빚더미 자영업자, 대출규모 2년새 50조원 늘어
가계부채도 문제지만 자영업자들의 도산이 도미노 현상처럼 심각한 상태다. 코로나19 이후 자영업자 대출이 2년 새 50조 원 가까이 급증하며 가계대출보다 빠르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빚으로 연명하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는 우려와 함께 금리 상승기 대출의 부실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6개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SC·씨티)의 대출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 규모는 221만 3000건, 259조 3000억원이다. 코로나19 전인 지난 2019년 말과 비교하면 2년 새 건수는 81만 8000건(58.6%), 규모는 48조 7000억 원(23.1%)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가계대출은 건수 4.9%, 규모 15.6%의 증가세를 보였다. 금융 당국이 지난해 고강도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가하면서 가계대출 증가세는 제어가 됐지만 개인사업자 대출은 큰 폭으로 불어난 것이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3월 대통령선거가 끝나면 급격한 물가상승에다 가파른 금리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가계부채와 소상공인 빚더미가 ‘경제 파국’을 불러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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