趙, “尹, 외교장관이 취할 조치 서너줄 적은 종이 한 장 줘. 재외공관 기억 나”
趙, “70년 쌓은 성취 한꺼번에 무너뜨릴 수 있다” 두 번이나 만류
최상목 경제부통리 국회 답변 “‘유동성 확보해야’ 단어 기억나”
崔, “경제에 악영향” 강력 만류에도 뛰쳐나가 선포
윤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는 나의 판단에서 하는 것”
고민정(민주당) 의원 “‘경고성 계엄’이라더니…尹,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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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1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행위 관련 긴급현안질문’에서 “70년 쌓은 외교적 성취를 한꺼번에 무너뜨릴 수 있다”며 “두 번이나 극구 만류했지만 끝내 막지 못했다“라고 이재정(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MBC 뉴스데스크 화면 캡처 |
[로컬세계=전상후 기자] ‘12.3 비상계엄’ 선포 직전에 요건도 갖추지 않은 채 두서없이 진행된 국무회의 석상에서 일부 국무위원들이 적극 만류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지금은 무를 수 없다”며 비상계엄 선포를 강행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후 조태열 외교부 장관에게 외교적으로 취해야 할 조치 사항을 종이에 적어 전달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행위 관련 긴급현안질문’에서 지난 3일 국무회의 상황에 대한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지난 3일) 오후 8시 50분쯤 도착해 오후 9시경 대통령 집무실로 안내받아 들어가니 4~5명의 국무위원들이 와 계셨다”며 “앉자마자 대통령님이 비상계엄 선포를 할 생각이라고 말씀하시면서 종이를 한 장 주셨다. 그 속에는 외교부 장관이 취해야 할 조치에 관해 간략히 적은 몇 가지 지시사항이 있었다”라고 밝혔다.
조 장관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함께 윤 대통령에게 직접 반대 의사를 밝힌 국무위원이다.
조 장관은 이어 “‘비상계엄 선포’라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아 당시 받은 내용에 대해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지만, ‘재외공관’이라는 단어만 기억나고, 서너 줄 줄글처럼 돼 있었다. 그 종이는 현장에 놓고 나왔다”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국무총리께서 외교부 장관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여쭤보시길래 여러 차례에 걸쳐서 외교적 파장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이 70년간 쌓아 올린 성취를 한꺼번에 무너뜨릴 수 있을 심각한 사안이라고, 재고해달라고 거듭 요청드렸다”며 “(대통령께서) 거기서 여러 말씀하신 것은 어제 담화와 비슷한 취지의 말씀하시면서 ‘이건 나의 판단에서 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으셨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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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1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행위 관련 긴급현안질문’에 참석,고민정(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MBC 뉴스데스크 화면 캡처 |
당시 오후 9시 10분까지 대통령 집무실에 있던 국무위원들은 집무실 옆 대접견실로 자리를 옮겼고,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들은 걱정과 우려, 토론을 했다.
이후 윤 대통령이 한 총리를 불렀고, 한 총리는 이 자리에서 “국무위원들의 의견을 더 들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제안했고, 이후 20~30분 사이에 외부에 있던 국무위원들이 속속 도착해 11명이 모였다.
한 총리는 이에 앞서 “국무회의를 개최하려 했던 것은 계엄의 절차적 흠결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국무회의를 명분으로 좀 더 많은 국무위원이 반대하고, 의견과 걱정을 제시해 막고자 했던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조 장관은 “국무위원들이 시시각각 다른 시간에 도착했기에 회의를 열고 토론할 환경이 아니었다”며 “그런 과정에서 몇 분이 (집무실에) 들어가셔서 의견도 내고 반대 의견도 내셨고, 나중에 거의 (오후 10시가) 임박해서 오신 몇 분의 장관님들은 의견을 개진할 기회가 없었고 상황파악이 안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장관은 “(국무위원들에게) 들어가서 안 된다고 말씀드리시라고 했고, 여러 번 집무실에 들어갔다 나온 분들이 있다”고 언급했다.
“누가 들어갔다 왔느냐”는 이 의원의 질의에 “최 부총리와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도 들어가셨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이후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발표하러 나간다”고 했고, 제가 다시 일어나 “간곡히 말씀드립니다, 재고해 주십시오”라고 극구 만류했지만, “윤 대통령은 ‘급박한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은 더 이상 무를 수 없다’고 말한 후 발표하러 나갔다”라고 부연했다.
이 의원은 “우리나라가 가입한 국제인권규약 중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 따라 국가 존립을 위협하는 공공사태에서 예외적으로 규약에 이탈하는 조치를 할 수 있으나 유엔 사무총장을 통해 다른 당사국에 즉시 이를 통지해야 한다는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다자협약 규정 준수도 중요하지만, 한미 외교당국 간 긴밀한 소통과 조율이 더 중요하고 시급하다고 생각해서 전념했기에 그 외에 관련되는 세부적인 사항을 일일이 챙길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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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덕수 국무총리가 1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행위 관련 긴급현안질문’에 참석,고민정(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MBC 뉴스데스크 화면 캡처 |
아울러 조 장관은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계엄 당시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의 전화를 왜 받지 않았느냐”는 질의에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 직후부터 계엄 해제까지 몇 시간 동안은 제가 외교장관직을 사임할 것인가 하는 개인적 신념과, 또 외교장관으로서 해야 될 책무를 감당해야 되는 사명감 사이에서 깊은 고뇌와 갈등을 거듭한 시간이었다”며 “소통이 중요한 게 아니라, 소통하면서 무슨 내용을 가지고 소통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런 상황에서 제가 소통하는 것은 상대방을 오도할 수 있다고 생각해 미뤘다”라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하고 싶은 말씀을 국민께 해달라”는 이 의원의 당부에 조 장관은 “제대로 해내지 못한 사람이 말을 할 자격이 없지만, 혹자는 그 자리에서 박차고 뛰어나오지 못한 국무위원 한 사람 없다고 비판을 하지만, 박차고 뛰어나오는 건 가장 쉬운 선택이면서도 비굴한 선택이라고 생각해 끝까지 만류하기 위해서 그 자리에 있었다는 말씀을 드린다”라며 비감한 어투로 답변을 마무리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도 이날 국회 긴급현안질문에 출석해 민주당 고민정 의원의 질의에 “지난 3일 계엄 선포 직후 윤 대통령으로부터 종이 한 장을 전달받았다”라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윤 대통령이) 계엄 발표 직후 갑자기 저한테 ‘참고하라’며 접은 종이를 줬다”며 “당시에는 경황이 없어서 무슨 내용인지 모르고 주머니에 넣었다. 한 장짜리 자료인데, 접혀 있었다”라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이어 “그 종이를 받은 것을 인지 못 한 채로 (4일 새벽) 1시쯤에 (기획재정부) 간부 회의를 했고, 회의가 끝날 때쯤 기재부 차관보가 리마인드(상기)를 해줘서 그때 (종이를) 확인해봤다”며 “그 내용은 ‘비상계엄 상황에서 재정자금을, 유동성 확보를 잘하라’는 문장은 기억난다. 그런 한두 개 정도의 문장 글씨가 쓰여 있었다”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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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2차 담화문을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하게 된 경위를 설명하며 “그 목적은 국민에게 거대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을 알려 이를 멈추도록 경고하는 것이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JTBC 특집뉴스 화면 캡처 |
이에 민주당 고민정 의원이 “대통령에게서 받은 자료를 펴보지도 않았다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따지다, 최 부총리는 “대통령이 직접 준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하며, 대통령이 저를 보고 ‘참고하라’고 하니까 옆에서 누군가가 제게 자료를 줬다”라고 부연했다.
최 부총리는 해당 종이를 폐기하지 않았다고도 언급했다.
야당은 이러한 윤 대통령의 경제, 외교 조치 지시가 ‘경고성 계엄’이라는 대통령의 주장과 배치된다고 추궁했다.
고 의원은 한덕수 국무총리를 상대로도 “계엄 이후 국정을 어떻게 하라는 문서들인 것 같다”라고 따졌다.
이에 한 총리는 “대통령이 직접 주신 것이라면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겠습니다만…”이라고 답변을 시도했으나, 고 의원은 “(국무위원들이 계엄을) 계속 반대했다는 얘기는 그만하시라”고 답변을 제지했다.
고 의원은 이어 “국회를 향해 경고성 계엄을 한 것이라면 이렇게 순차적·체계적으로 계엄 이후 경제·외교 관련 지시사항이 담긴 문건을 줄 리가 만무하다k. 윤 대통령은 이것(계엄)을 금방 끝낼 생각이 아니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국무위원 증언을 토대로 지난 3일 저녁 계엄 선포 전후 정황과 국무위원과 윤 대통령 간 대화 내용 등이 추가로 확인됐다.
당일 오후 9시를 전후로 도착한 한 총리와 최 부총리, 조 장관 등은 먼저 대통령 집무실로 안내받았고,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처음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밝혔다고 한다.
당시에는 김용현 국방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박성재 법무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등이 함께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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