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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도선원 선원장 미산 스님 |
불교의 핵심은 연기에 대한 중도의 가르침
‘마음 수행 프로그램’ 통해 교육·수행 반복
도심 한가운데 자리 잡은 상도선원(선원장 미산 스님)의 밤은 조용했다.
입구에 대롱대롱 매달린 수십여개의 연등이 붉은 빛을 발하며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묘한 매력을 전했다.
선원의 이미지는 불교를 모르는 초행자에게도 옛 벗을 찾는 친근감을 느끼게 했다.
지난 22일 서울시 동작구 상도동에 위치한 조계종 백운암 상도선원을 찾았다. 사찰은 속세와는 멀리 떨어져 산사에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깼다.
상도선원은 법당을 비롯해 층층마다 전통적인 소재를 활용한 유명 작가들의 현대적 작품(조작, 공예 등)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었다.
갤러리 전시장에 온 듯한 착각을 느끼게 할 정도로 근엄한 일반 사찰의 이미지와는 사뭇 달랐다.
미산 스님은 “전통을 중심으로 현대적 건축이 가미된 갤러리 같은 선원, 카페 같은 사찰을 만들어 이곳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구조가 전통에 어긋난다는 사람도 있지만 전통을 바탕으로 현대적 건축 감각이 결합된 선원이라면 누구나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결합된 건축물”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법당에 있는 석굴암을 형상화한 부처의 모습이나 관세음보살상 등은 현대적 기법을 적용해 원근감과 친근감을 돋보이게 했다.
법당을 드나드는 문도 전통 모시조각 포를 유리사이에 끼워 안과 밖이 소통하도록 했다. 벽에다 대나무를 넣어 습기나 잡냄새를 없애고 정화작용을 하도록 세심히 배려했다.
미산 스님은 “불교의 핵심은 결국 연기에 대한 중도의 가르침”이라며 “연기란 원인속에 내재된 무수한 조건들이 결합돼 만들어 낸 총체적 산물의 결과”라고 말했다. 공간속에 존재하는 사물 하나하나는 세상 모든 만물과 맞닿아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상도선원은 불교 경전을 단지 전하고 가르치는 게 아니라 교리를 삶속에서 쉽게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강의와 프로그램을 다양화 했다.
특히 ‘마음 수행 프로그램’을 통해 불교교리를 삶속에서 실천하도록 했다. 하드웨어에 맞는 소프트웨어가 필요 하듯이 교육과 수행을 스스로 반복함으로써 불교에 대한 친밀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상도선원은 또 바쁜 현대인들이 피치 못할 사정으로 기제사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 디지털 시대에 맞는 새로운 개념의 디지털 영상위패도 운영할 예정이다.
미산 스님은 “불교가 현대사회에 어떻게 사람들한테 이해되고 전달되는지가 중요하다”면서 “요즘 젊은이들은 불교는 전통에 얽매여 자신들과는 코드가 맞지 않는 종교로 생각한다. 이는 불교가 자신들과의 정서나 감성과는 다르다고 표현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상도선원은 이러한 잘못된 인식의 틀을 깨기 위해 불교의 기본 사상은 세상 사람들과 같이 호흡하고 함께 아픔을 나누며 그들에게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고 있다.
무엇보다 불교가 다양한 사람들의 삶속에 녹아들고 전달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여 나갈 작정이다.
미산 스님은 1968년 조계종 제18교구 본사인 백양사(전남 장성)로 출가 운문선원, 봉암사에서 선(禪)수행을 했다, 동국대 선학과를 졸업하고 인도뿌나대학교, 영국 옥스퍼드대(동양학 박사), 미 하버드대 세계종교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했다.
백양사 수행원장, 조계종 총무원 사회부장 등을 역임, 현재 상도선원 선원장 및 중앙승가대 교수로 제직중이다. 저서에는 ‘초기경전 강의’, ‘마음 어떻게 움직이는가’ ‘행복’등이 있다.
한편 1961년 한 보살의 기증으로 만들어진 백운암은 ‘상도선원’의 전신이다.
이곳은 법주사와 불국사 주지를 지낸 월산 스님, 독립운동과 민중교육에 힘써 온 운허 스님,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석주(昔珠)스님 등 당대의 큰 스님들이 기거했다. 특히 현대 한국불교의 큰 기둥으로 알려진 서옹 스님의 거주지이기도 하다.
윤종우 기자 ydsikk@e-segye.com
- 기사입력 2012.03.29 (목) 11:07, 최종수정 2012.03.30 (금)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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