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지방자치가 어렵다고? 천만에…
지방세 늘려주고, 권한 늘려주고, 감시 강화하면 ‘OK’
좌담회 참석자
성무용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장·충남 천안시장
송재봉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이기우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장
성무용 _ 현재 8:2 수준 국세·지방세 비중 7:3정도까지 상향 조정 개편해야
송재봉 _ 부가세 중 5%인 지방소비세 비중 20%까지 올려야 자주재원 확보
이기우 _ 중앙정부는 지방문제에 대해 손을 끊고 자신의 과제에만 전념해야
지방자치시대가 열린 지 20여 년이 넘었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재정자립도 향상과 지방분권, 주민참여 확대, 균형발전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기존 중앙 의존적 ‘반쪽 자치’에서 벗어나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행·재정적 자립도 필요하다. 지방자치의 주인인 지역민들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는 제도 마련도 요구된다. 지방자치 정착을 위한 선결과제는 무엇일까. 지방자치 전문가들에게 발전방향과 해법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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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성무용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장·충남 천안시장, 송재봉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이기우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장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의 회생을 위한 접근법은
성무용 : 우리나라 지방재정의 근원적인 문제는 현행 조세체계가 국세위주라는 것이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80:20으로 지방재정이 취약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지방세 비중이 2003년 24%에서 2011년 21%로 점점 더 낮아지는데 심각성이 크다. 지방세로 인건비를 해결하지 못하는 기초단체가 총 228개 시·군·구 중 124개(51%)에 이른다. 재정자립도 역시 1995년 민선자치 출범 당시 평균 63.5%이던 것이 2011년에는 51.9%로 떨어져 지방재정 운영의 중앙의존도가 커지고 있다.
지방재정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지방의 자주재원이 확대될 수 있도록 현재 8:2 수준인 국세와 지방세의 비중을 7:3정도까지 상향 조정하는 것이 국세인 법인세와 소득세의 세원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도 필요하다. 장기적인 지방세원 확충을 위해 레저세의 지방세 부과를 확대하고 간판세 등 지역자원시설을 대상으로 한 신세원의 개발도 빠른 시일 내 추진돼야 한다.
이기우 : 재정자립도를 높이고 지방의 재정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지방재정궁핍의 원인을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 지방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방세의 비중이 국세에 비하여 지나치게 낮게 책정돼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지방세는 20%에 불과한데 비해 국세는 80%나 된다. 원천적으로 지방재정의 자립이 어려운 구조다.
다음으로 국가가 재정부담은 하지 않으면서 지방정부로 떠넘기는 사업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2000년대 이후 급증하는 복지사무는 중앙정부가 결정하면서 그 부담은 상당부분을 지방에 떠넘기고 있다. 지방정부의 낭비나 투자실패, 선심성 행정도 지방재정난의 한 원인이다.
지방재정 건전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방세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현재 20%에서 40%수준까지 상향조정해야 한다. 중앙정부의 복지사무 비용전가는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 중앙정부가 법률로 결정한 지방의 복지사무는 그 비용을 100% 중앙정부가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
지자체의 건전재정을 위한 자구 노력도 필요하다. 낭비를 줄이고 선심성행정을 억제하고 투자의 경제성 검토를 철저하는 등 수입 증대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송재봉 : 재정자립 10%미만 14개 지자체는 모두 지방에 있으며, 재정자립도 60% 이상 지자체는 모두 서울과 수도권에 밀집해 있다. 따라서 낙후지역의 자생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적극적인 국가 균형발전 정책의 추진, 사회복지사업 등 국고보조사업 매칭비율의 차등적용, 지방채 발행의 엄격한 통제, 무책임한 토목 건설사업, 선심성 정책에 대한 정부와 시민사회의 감시와 견제 등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19대 국회의 과제는
이기우 : 19대 국회는 지방자치발전을 위한 누적된 과제를 안고 있다. 먼저 지방재정 확충을 위한 다양한 입법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 지방자치의 본질은 재정의 자기책임성에 있다. 지방살림을 지방의 돈으로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남의 돈으로 살림하면서 자유와 자치를 논의하는 것은 공허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국가의 지원없이 자립적으로 지방사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방세입을 늘리고, 경비가 많이 나가는 사무는 중앙정부와 시·도가 책임을 지도록 하는 방안도 강구돼야 한다. 19대 국회에서 지방분권의 핵심적인 과제는 재정분권에 있다.
다음으로 지방간의 정책경쟁을 강화하도록 해야 한다. 지방정부를 더 이상 중앙정부의 하급집행기관으로 다뤄서는 안 된다. 지방정부가 스스로 정책을 수립하고 그 책임도 지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자체의 입법권, 특히 조례제정권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권리제한이나 의무부과에 법률의 위임을 요구하는 지방자치법 제22조 단서는 삭제돼야 한다. 이런 단서 조항은 세계에 유래가 없다. 한 걸음 나아가 지방정부가 필요한 조례를 제정할 수 있도록 국회는 상세한 부분은 스스로 결정하지 말고 지방자치단체에게 위임하는 조례위임조항을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송재봉 :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선결과제는 지방재정의 자립성 개선과 수도권과 지방 지자체간 세원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이다. 현재 낮은 재정자립도와 사회복지비 증가에 따른 지방비 매칭 비율 증가는 지자체의 가용재원을 고갈시켜 지자체의 특성을 살린 특화사업 추진을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지방교부세 비중을 높여 지자체간 세원 불균형을 조정해주는 역할과 함께 부가가치세의 5%인 지방소비세 비중을 최대 20%까지 상향조정해 자주재원을 확충하는 정책적 전환이 시급하다.
지방의회가 집행부를 감시 견제할 수 있는 독립성과 전문성 확보를 위해서는 견제대상인 단체장에 귀속돼 있는 지방의회 사무처 인사권 독립과 의회직을 신설하는 방향으로 지방자치법이 개정돼야 한다.
성무용 : 지방의 목소리나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과제가 국회 에서 최종 논의되고 관련된 법이 제정돼야 결실을 맺을 수 있으나 현재 국회에 지방의 목소리를 대변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 이번 19대 국회는 전략적으로 국회 내 ‘지방자치발전 특별위원회(가칭)’를 설치해 지방행정체제 개편, 지방분권확대 등 지방의 현안과제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 -
지역주민의 정책참여를 높이기 위한 방안은
성무용 : 현재 지역주민의 정책참여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주민제안 공모, 주민만족도 평가, 주민참여 예산제 등 실질적인 참여수단을 통해 정책결정을 수정 또는 보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정보공개청구같이 일방향적인 주민참여와 자문위원회 같은 부분적 협의형의 주민참여 제도가 증가하고 있어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주민의 정책참여를 더욱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송재봉 :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는 지방자치 실시의 가장 큰 이유다. 그러나 여전히 주민참여는 형식적이고 단체장의 의지에 좌우되는 한계를 보인다. 이를 개선하려면 지역의 주요 정책에 대한 주민투표가 활성화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주민이 참여하기 편리한 우편투표, 모바일 투표의 도입과 함께, 지역 정책과 관련한 주민투표를 국회의원, 대통령 선거와 연계하여 실시하는 방안이 도입되어야 한다.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체계화해 지자체 가용예산의 일부에 대한 예산편성권을 주민이 직접 행사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
지방분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과제와 전망은
성무용 : 지방분권의 최우선과제는 지방재정의 근본적 확충을 통한 재정분권이다. 현재 언론에 보도되는 지방재정 위기는 일부 자치단체의 잘못된 재정운영도 원인이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지방세의 기반 자체가 국세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지방재정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자치경찰 및 특별지방행정기관 이양 등의 핵심적 분권과제도 지속 추진돼야 한다. 특히 중앙권한의 지방이양에 따른 인력 및 예산지원 등 후속조치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송재봉 : 지방분권 핵심적인 요건은 자치입법권과 재정권, 조직권의 확대라 할 수 있다. 우선 자치입법권이 헌법 제117조 법령의 범위 안에서 조례로 제정할 수 있다는 규정으로 인해 근본적인 제약을 받고 있다. 따라서 국회 법률제정 과정에서 시행령에 위임하지 말고 조례로 위임하는 입법관행을 만들어 현행 제도하에서 자치입법권한을 극대화 하는 방안모색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자치재정권의 확충을 위해 광역 기초단체장과 의회, 시민사회의 공동 대응으로 대통령선거 이전에 국세와 지방세 비중을 7대3 수준으로 변경하고, 지방교부세와 지방소비세 인상이 실현되도록 중앙 정부와 국회에 적극 요구할 필요가 있다.
이기우 : 지방분권은 결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의 재원의 재배분이 핵심이다. 현재 지출면에서 보면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비율이 6대4정도 된다. 이에 비해 조세수입구조는 2:8이다. 지방정부는 지출에 비하여 수입이 너무나 취약한 구조다. 자연 중앙정부에 의존하게 되고 지방정부의 자율성 내지 자기책임성은 낮아진다. 재원 이양 없는 사무의 이양은 지방재정을 더욱 약화시켜 중앙정부에 의한 간섭을 증대시키는 원인이 된다.
지방분권의 또 다른 핵심은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을 규정하는 헌법개정에 있다. 광역지방자치단체는 연방국가의 주(州)수준에 유사한 지위와 권한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통일을 앞두고 지방분권 문제를 다시금 생각할 필요가 있다. 북한지역이 상당한 독자성을 가지면서 대한민국체제에 통합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으로 연방제도를 거론할 수 있다.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 등 독립적인 지방국가들이 통합하는 방법으로 연방국가를 채택한 것은 연방제도가 통합의 기술이기 때문이다.
국가재정의 위기에 봉착하거나 통일문제가 현실로 다가올 때 지방분권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위기가 오기 전에 미리 헌법을 개정하고 재정분권을 통해 지방의 자기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
기초의원·단체장 정당공천제 폐지를 바라보는 시각은
성무용 :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은 풀뿌리 생활자치를 펼치는 지역의 대표일꾼으로 정당공천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 특히 ‘공천이 곧 당선’으로 이어지는 현실에서 공천비리가 발생하고 지역의 중요한 현안들이 중앙정치의 논리에 묻히게 되는 등 많은 부작용이 나오고 있다. 협의회는 ‘정당공천폐지 특위’를 구성하고 학계와 시민단체 등과 협력해 토론회 개최, 여론조사 실시, ‘서명부’ 제출, 총선후보자 ‘동참서약’ 등의 활동을 전개했다.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결과에서는 대다수의 전문가와 일반국민까지 정당공천제를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권에서도 기초지방선거의 정당공천제 폐지를 지지하는 입장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국민적인 여망을 수용하는 차원에서 각 정당은 이기주의를 버리고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대승적인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당장 전면적인 폐지가 어렵다면 기초단체장에 대한 한시적인 폐지라도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
송재봉 : 현행 정당공천제는 단체장과 의원의 소신 있는 행정 집행과 의정활동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정당이 지방자치 행정과 의회 활동에 과도하게 개입해 민의를 왜곡시키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정당공천제만 폐지하면 무능한 의회가 유능한 의회로 되고, 독선적인 단체장이 주민을 주인으로 모시는 합리적인 단체장으로 변할 것이라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역으로 지역유지중심의 토호정치가 활성화되고 책임정치, 책임행정이 실종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당 공천제 폐지냐 아니냐하는 이분법적인 접근이 아니라 두 제도 모두 장단점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정당공천제를 유지한다면 공천의 투명성과 개방형 주민참여 공천이 제도화돼야 하고,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면 유권자의 정치의식과 참여가 월등히 높아져야 한다는 과제가 동시에 있다고 본다.
이기우 : 지방정치를 중앙정치에 예속시키는 정당공천제도는 시급히 폐지돼야 한다. 만약 정당공천을 폐지하지 못하는 경우는 지방선거만을 목적으로 하는 지역정당을 인정하고 공천권을 주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공천권을 중앙정당에만 주고 있는 제도를 개선해 지방정치만을 목적으로 하는 지역의 정치적 결사에게 공천권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독일연방헌법재판소에서는 1960년대에 지역정당에 공천권을 주지 않는 선거법을 평등권과 지방자치에 대한 헌법상 보장에 위반된다는 판결을 함으로써 지역정당의 약진 기반을 마련했다. 오늘날 독일을 비롯한 유럽국가들, 일본 등에서는 지역정당이 지방선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한마디
이기우 : 지방자치의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방 살림은 지방의 돈으로, 주민들의 힘으로 해결하겠다는 자치의식이 선행돼야 한다. 중앙정부에 의존해 문제를 풀고 지역발전을 이루려는 의존적인 자세를 버리지 않는 한 지방자치의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중앙정부가 지방의 문제까지 챙기고 지방발전을 위해 설계하고 이를 실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중앙정부는 지방문제에 대해서는 손을 끊고 중앙의 과제에 전념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방이 중앙에 의존해 지방을 발전시키려는 것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국회의원선거, 대통령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지역발전 공약은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 일종의 대국민 기망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전국을 뺏고 빼앗기는 이해관계의 싸움터로 만드는 것이 중앙정부의 지역발전공약이다. 그만큼 속고 실망했으면 이제 깨달을 때도 됐다. 지역발전은 지역민의 손에 달려있는 것이지 중앙정부의 선심에 있지 않다는 것을 충분히 경험으로 배워왔다. 중앙정부는 지역적인 문제는 지방으로 넘기고 손을 떼어야 한다. 지방정부는 주민의 복리를 위해 지역문제를 스스로 힘으로 해결하도록 의지와 각오를 보여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자생적 지역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송재봉 : 지방자치 발전은 지역주민의 노력이 선결과제이지만 한국과 같이 중앙집권의 전통이 강한 국가에서는 중앙정부 차원의 강력한 분권 균형발전 의지가 있어야 가능하다. 따라서 중앙 정치권과 중앙 정부의 의식과 태도변화가 매우 중요하다. 또한 지방자치는 단체자치와 주민차지의 조화를 통해 발전할 수 있다. 따라서 주민에게 더 많은 결정권을 위임하고 주민의 참여에 의해 지방정부의 중요한 의사가 결정되는 주민투표, 주민참여예산제, 주민발의 등 직접민주주의 제도 확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성무용 : 지방자치는 20년이란 비교적 짧은 역사에도 자치역량이 많이 향상돼 정착기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한다. 주민의 ‘삶의 질’이 향상되고 지역이 특화 발전된 것은 민선자치의 큰 성과다. 지방자치는 그동안 양적·질적으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으나 아직도 취약한 재정여건, 과도한 규제, 정당공천 문제, 중앙-지방간 소통부족 등 중앙집권적 정치·행정시스템으로 인해 본래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전국의 시장·군수·구청장과 28만 지방공직자들의 단합된 의지와 역량을 모아 2012년을 ‘지방자치의 새로운 도약’을 향한 중요한 전환점으로 삼겠다.
박형재 기자 news34567@segye.com
- 기사입력 2012.04.13 (금) 14:15, 최종수정 2012.04.13 (금)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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