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추석 밥상에 올라야 할 것은 ‘원산지 신뢰’다

로컬세계

local@localsegye.co.kr | 2026-09-07 07:29:46

신재영 칼럼니스트

추석이 다가오면 시장과 마트의 수산물 코너가 분주해진다. 조기와 갈치, 문어 등 차례상에 오를 수산물을 고르는 손길이 늘고, 가족과 지인에게 보낼 선물용 수산물 수요도 함께 커진다.

문제는 이 시기에 소비자의 선택이 반드시 ‘정보’와 함께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데 있다.

해양수산부가 9월 7일부터 18일까지 수산물 원산지 표시 특별점검에 나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수용·선물용으로 많이 소비되는 돔·조기·갈치·문어와 함께 원산지 거짓표시 우려가 있는 오징어·낙지·가리비 등을 집중적으로 살핀다. 이번 점검은 전통적인 시장과 음식점에 그치지 않고 배달앱 등 통신판매업체, 여객터미널과 선박 내 식당까지 확대된다.

눈여겨볼 대목은 단속의 범위보다 그 배경이다.

소비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시장에서 직접 물건을 보고 원산지 표시를 확인했다면,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수산물을 주문하고 배달받는 일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다. 소비자는 화면에 표시된 몇 줄의 정보만 믿고 지갑을 연다.

따라서 원산지 표시 역시 ‘시장에 붙어 있는 안내문’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소비자가 구매하는 모든 과정에서 정확하게 제공돼야 한다.

원산지를 속이는 행위는 단순한 표시 위반이 아니다. 소비자의 알 권리를 빼앗는 동시에 정직하게 장사하는 상인의 경쟁력을 훼손하는 행위다.

실제로 2025년 상반기에만 수산물 원산지 거짓표시 141건이 적발됐다. 특히 활참돔·활낙지·활가리비·냉동 오징어 등 4개 품목에서 42건이 적발돼 전체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명절을 앞둔 특별단속이 필요한 이유가 분명해지는 대목이다.

다만 단속이 명절 때마다 반복되는 ‘일회성 행사’에 그쳐서는 안 된다. 명절 직전 집중 단속으로 몇 건의 위반 사례를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평상시에도 원산지 표시가 제대로 작동하는 유통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특히 온라인 판매에 대한 관리와 소비자의 감시가 함께 강화돼야 한다. 배달앱이나 온라인몰에서 판매되는 수산물은 소비자가 실제 상품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상인들에게도 이번 점검을 단순한 단속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정확한 원산지 표시는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는 가장 기본적인 약속이다. 가격과 품질을 놓고 경쟁해야 할 시장에서 정직하게 원산지를 밝히는 상인이 오히려 불리해지는 구조가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

정부의 역할은 명확하다. 위반 행위에는 엄정하게 대응하되,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사업자에게는 명확한 기준과 충분한 안내를 제공해야 한다.

소비자 역시 마찬가지다. 싸다는 이유만으로 선택하기보다 원산지 표시를 한 번 더 확인하고, 의심스러운 표시를 발견했을 때는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추석은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음식을 나누는 명절이다.

차례상에 올라가는 생선 한 마리, 가족과 함께 먹는 수산물 한 접시에도 소비자가 알아야 할 정보가 담겨 있어야 한다.

풍성한 추석 밥상은 값싼 수산물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먹는지 알고 선택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시작된다.

이번 특별점검이 단속 실적을 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소비자에게는 안심을, 정직한 상인에게는 공정한 시장을 돌려주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신재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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