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이 교육을 바꾼다②] 반도체 도시 용인…산학 협력으로 미래 인재 키운다

고기훈 기자

jamesmedia@daum.net | 2026-05-10 17:54:25

삼성·SK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에 교육 현장도 변화
대학·고교·기업 연계 확대…실무형 인재 양성 본격화
“공장만으론 한계”…청년 정착형 교육 생태계 구축 과제
[픽사베이]

[로컬세계 = 고기훈 기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것만으로 도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지역 안에서 길러내고 정착시키는 문제까지 지방정부 역할이 확대되면서 교육이 도시 미래 전략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기 용인특례시가 산업과 교육을 연결한 미래 인재 육성 모델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과 함께 대학·기업·지방정부가 연계된 산학 협력 체계를 강화하며 ‘반도체 인재 도시’ 전환에 나서는 모습이다.

용인은 현재 국내 반도체 산업 재편의 중심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동·남사읍 일대에는 삼성전자가 추진하는 첨단 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되고 있고, 원삼면에는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이 진행 중이다. 정부는 이 일대를 반도체 설계·생산·소부장 산업이 집적된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산업 구조 변화는 지역 교육 현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학들은 반도체 관련 학과와 계약학과 확대에 나서고 있고, 기업 현장 수요를 반영한 실무형 교육 강화 움직임도 뚜렷해지는 분위기다.

단국대는 반도체 관련 전문 인력 양성 프로그램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명지대 역시 반도체 공정과 소부장 분야 중심 교육 체계 강화에 나서고 있다. 용인예술과학대는 반도체 장비 실습 중심 교육을 확대하며 현장형 기술 인재 양성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단순 이론 교육보다 현장 적응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교육 흐름이 바뀌고 있다. 일부 대학은 기업 연계 현장실습과 장비 교육 과정을 확대하고 있으며, 산업체 요구를 반영해 교과 과정 개편도 추진 중이다.

단국대 반도체융합학부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은 실제 장비와 공정을 이해하는 현장 경험이 중요하다”며 “기업과 연계한 실습 비중을 확대하면서 학생들의 취업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현장에서도 변화 움직임은 이어지고 있다. 용인 지역 일부 특성화고와 일반고에서는 AI·반도체 분야 진로 체험 프로그램과 메이커 교육 확대에 나서고 있다. 반도체 공정 체험과 자동화 시스템 교육, 코딩 기반 설계 프로그램 등을 접목한 수업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용인의 한 특성화고 2학년 학생은 “예전에는 반도체 산업이 막연하게 느껴졌는데 학교에서 직접 공정 원리와 장비 시스템을 배우다 보니 관련 학과 진학과 취업을 현실적으로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단순한 교육 정책 차원을 넘어 지역 생존 전략과도 연결된다. 학령인구 감소와 청년 유출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지역 산업과 연계한 교육 체계를 구축하지 못할 경우 도시 경쟁력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산업계에서는 반도체 인력 부족 문제가 앞으로 더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와 산업계 분석에 따르면 첨단 공정 확대와 연구개발 경쟁 심화로 전문 인력 수요는 계속 증가하는 반면 현장형 인재 공급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용인의 변화가 기존 산업단지 중심 성장 전략과는 다른 흐름이라고 분석한다. 과거 산업단지가 생산시설 유치에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에는 교육과 연구개발, 주거 환경까지 함께 구축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의 한 교육 전문가는 “첨단 산업은 결국 지역에 얼마나 우수 인재가 정착하느냐가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며 “용인은 산업 기반과 대학, 교통 인프라가 함께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지역과 차별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해결 과제도 남아 있다. 반도체 산업 성장 속도에 비해 교육 인프라와 청년 정주 환경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할 경우 인재 유출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다. 산업단지 조성과 함께 주거·문화·교육 환경 개선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용인의 실험은 단순한 산업 육성을 넘어선다. 지역에서 배우고 성장한 인재가 다시 지역 산업 경쟁력을 키우는 구조를 만들 수 있을지, 산업과 교육을 연결한 ‘용인형 교육 모델’이 새로운 지역 성장 전략으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지역 교육은 더 이상 학교 안에 머물지 않는다. 도시의 산업 전략과 청년 정책, 지역 생존 문제까지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용인의 산학 협력 실험은 결국 ‘어떤 산업을 유치할 것인가’를 넘어 ‘어떤 인재를 지역 안에서 길러낼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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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세계 / 고기훈 기자 jamesmedia@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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