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부산지검 동부지청 대회의실에서 '추석 맞이 사랑나눔행사' 개최
이름도 빛도 없이 남모르게 후원하는 민간 이사진과 사무국 직원들의 헌신
'약자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정부 지원 확대와 사회적 안전망 확대 절실'
[로컬세계 = 글·사진 전상후 기자] 평화롭던 일상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 있다. 예기치 않은 범죄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몸의 상처뿐만 아니라 영혼까지 갈라지는 고통 속에 방치된 이들. 가해자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경제적 무력감과 사회적 고립 속에서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는 범죄 피해자들에게 세상은 때론 너무나 차갑고 무심하기만 했다.
그러나 가장 어둡고 시린 절망의 골목에서 이들의 손을 꽉 잡아채며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생명의 동아줄’을 건네는 이들이 있다. 추석 명절을 앞둔 14일 오후 2시, 부산지검 동부지청 대회의실은 무거운 법률적 회의 분위기가 아니라 상처 입은 영혼들이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다시 삶의 의지를 다지는 위로와 재기의 성전으로 변모했다.
◆ 단순한 위로를 넘어선 실질적 재기… 55명의 아픔을 7300만원의 희망으로 채우다
부산지검 동부지청과 (사)부산동부범죄피해자지원센터(이하 지원센터)가 이날 개최한 ‘추석 맞이 사랑나눔행사’는 보여주기식 일회성 이벤트의 허울을 완전히 벗어던졌다. 관내 경찰서, 장애인 및 다문화가정 유관기관의 세밀한 추천을 통해 발굴된 20명의 범죄 피해자들에게 현금 지원과 굴비 선물 세트 등 1140만원 상당의 실질적인 물품과 생계비를 안기고 격려했다.
실제로 부산동부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올 한 해 동안(9월 14일 기준) 지원한 헌신의 발걸음은 묵직하다. 상해와 성폭력 등 범죄 피해로 신음하는 18명에게 치료비와 생계비 명목으로 5158만여원을 지원했고, 설과 추석 명절을 맞아 폭력 및 아동학대 피해자 37명에게 2156만여원을 건네는 등 올 한 해 총 55명의 피해자에게 7300만원이라는 소중한 재원의 숨결을 불어넣었다.
단순한 통계 수치를 넘어 이들의 지원은 한 인간의 무너진 인생을 되살리는 정밀타격형 구조에 가깝다. 한 사례를 보면, 20년 간의 혼인관계 끝에 발생한 남편의 특수폭행사건으로 신체적·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재산과 수입이 전무했던 한 주부 피해자에게 치료비 188만여원과 생계비 280만원 등 총 468만여원을 긴급 투입해 다시 삶의 끈을 붙잡게 만든 것이 대표적인 예다.
◆ ‘이름 없는 후원자들의 묵직한 진심’ 민간 이사진과 사무국 직원들이 흘린 땀방울
이 눈부신 기적의 뒤에는 세상에 요란하게 드러나지 않은 채, 사업체 수입금의 일부를 기꺼이 희사한 민간 이사진과 사무국 직원들의 정성과 열정이 자리한다.
이날 이사진을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유상용(금수그룹 회장) 범죄피해자지원센터 이사는 격려사를 통해 참석한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울림을 줬다. 유 이사는 “저도 사업을 하면서 아픔과 상처도 많았고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도 있었고 평생을 가슴 속에 안고 가는 것도 있다”며 “범죄피해자 여러분들도 이번 명절에는 힘들었던 순간들을 모두 뒤로 하고 ‘한 번 더 해봐야지’, '그래 다시 해보자' 다짐하는 결기의 마음을 품는 뜻깊고 알찬 추석 명절이 되길 바란다”라고 격려했다.
유 이사는 이어 "약소하지만 추석을 앞두고 저희들이 작은 정성을 준비했으니 마음으로 받아주시고, 앞으로도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혼자 고민하지 마시고 부산시내 구·군별로 위치해 있는 '범죄피해자지원센터 광명'을 노크해달라"며 "저희들이 힘이 닿는대로 할 수 있는 데까지 지원하도록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범죄피해자들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제도의 사각지대를 찾아 발품을 파는 민간 이사들과 사무국 실무담당 직원들의 세밀하고도 뜨거운 손길이야말로 대한민국 사회가 유지되는 진짜 보이지 않는 힘이다.
◆ 이제는 국가가 응답할 때… 범죄피해자 지원 확대와 미래지향적 사회안전망 구축
이처럼 민간의 헌신과 지원센터 사무국 사무실 제공 및 업무활동을 지원하는 검찰의 유기적인 공조가 빛을 발하고 있지만, 장기화한 경기침체와 범죄 양상의 고도화 속에서 민간 후원과 자원봉사에만 의존하기에는 한계가 명백하다. 범죄피해자들이 범죄의 공포와 경제적 파탄 속에서 홀로 고립되지 않도록, 범죄피해자지원센터와 같은 현장밀착형 민관 협력조직에 대한 국가적 위상 강화와 지원규모 확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김선일 부산동부범죄피해자지원센터 사무처장은 ”범죄 피해로 신체적, 경제적 고통을 겪고 있음에도 범죄피해자 지원 제도를 몰라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없도록 홍보를 더욱 강화하겠다“며 ”경기침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회 취약계층의 범죄피해자들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꿋꿋하게 일어설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피해자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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