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시민 추진단·전문가 자문위 구성…도시 전체가 유치전에 참여
일산테크노밸리·방송영상밸리 등 연계해 AI 산업 생태계 확장
DMZ 인접성 살려 ‘평화를 위한 AI’ 국제협력 모델 제시
[로컬세계 = 임종환 기자]AI의 경쟁력은 기술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세계 각국이 인공지능의 활용뿐 아니라 윤리와 규범, 국제적 협력 방식을 놓고 경쟁하는 가운데 경기 고양특례시가 새로운 승부수를 던졌다. 국제기구가 들어설 수 있는 도시 기반과 첨단산업 인프라를 앞세워 ‘UN 글로벌 AI 허브’ 유치에 나선 것이다.
고양시가 주목하는 것은 단순한 국제기구 하나를 유치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AI 관련 국제회의와 정책 논의가 고양에서 열리고, 글로벌 연구기관과 기업이 모이며, 개발된 기술이 실제 도시에서 시험되는 구조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국제기구 유치를 도시의 산업·경제·외교 역량을 키우는 계기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킨텍스와 인천국제공항을 잇는 국제 접근성, GTX-A를 통한 서울 접근성, 일산테크노밸리 등 앞으로 확충될 산업 기반은 고양시가 내세우는 핵심 카드다. 여기에 DMZ와 가까운 도시라는 상징성을 더해 ‘평화를 위한 AI’라는 차별화된 메시지도 준비하고 있다.
국제 AI 규범 논의의 장…고양시, ‘실증도시’까지 겨냥
UN 글로벌 AI 허브는 AI 기술 자체를 개발하는 기관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인공지능을 안전하고 공정하게 활용하기 위한 국제 규범과 표준을 논의하고, 교육·연구와 정책 개발을 지원하는 글로벌 협력 플랫폼을 지향한다.
의료와 교육, 기후·환경, 식량, 고용, 재난 등 국가를 넘어선 문제에 AI를 활용하는 방안도 주요 역할로 꼽힌다. 국제노동기구(ILO), 유엔개발계획(UNDP), 유엔난민기구(UNHCR), 유니세프(UNICEF), 세계식량계획(WFP), 세계보건기구(WHO) 등 UN 기구와 다자개발은행들도 참여 의사를 밝힌 상태다.
정부 역시 올해 하반기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입지 공모를 추진할 예정이다. 최종 입지는 올해 말에서 내년 초 사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양시는 이 경쟁에서 ‘국제기구가 자리 잡는 도시’에 더해 ‘AI 정책을 실제로 시험하는 도시’를 제시하고 있다. 국제기구가 만든 정책과 기준을 행정과 생활 현장에 적용하고 검증하는 글로벌 AI 실증도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킨텍스부터 GTX-A까지…국제도시 경쟁력 갖춘 고양
고양시가 가장 먼저 내세우는 강점은 이미 갖춰진 국제회의 기반이다.
국내 최대 규모 전시컨벤션센터인 킨텍스를 활용하면 국제회의와 행사 공간을 별도로 새로 마련해야 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지난해 킨텍스 방문객은 594만 명에 달했다.
해외 접근성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약 40분 거리에 있고, GTX-A를 이용하면 서울역까지 18분 만에 이동할 수 있다. 국제기구 종사자와 해외 방문객이 이동하기 편리한 교통 여건을 갖췄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도시의 성장 공간도 넓어지고 있다. 일산테크노밸리가 2027년 준공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고, 고양방송영상밸리와 IP융복합 콘텐츠 클러스터, 킨텍스 제3전시장 등도 순차적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전시·컨벤션에 방송·콘텐츠, 첨단산업까지 연결되면 AI 국제협력과 산업 생태계를 함께 키울 수 있다는 계산이다.
고양시는 여기에 도시의 상징성도 더한다. DMZ와 인접한 지리적 특성을 활용해 AI 기술을 평화와 인류 공동의 문제 해결에 활용하는 ‘평화를 위한 AI’라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사법연수원과 연계해 AI 법·제도와 국제규범 교육 기능을 접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행정만 뛰는 유치전 아니다…시민·전문가까지 참여
유치 경쟁을 위한 조직도 행정 중심에서 벗어난다.
고양시는 스마트시티과에 유치추진단을 꾸리고 8월 중 시민과 전문가, 지역사회 주요 인사가 참여하는 범시민 추진단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행정 실무를 담당하는 TF와 시민유치추진단, 전문가 자문위원회를 함께 가동해 역할을 나눈다.
TF는 시설과 제도, 재정 등 실제 유치 과정에서 필요한 사항을 검토하고 실행계획을 마련한다. 시민유치추진단은 시민 참여와 공감대를 넓히는 역할을 맡는다.
국제관계와 AI 분야 전문가, 대학·연구기관, 기업, 시민사회 등이 참여하는 자문위원회는 정책토론과 실행계획 검토, 대외 홍보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국제기구 유치는 행사 하나를 유치하는 것과는 경제적 파급력에서도 차이가 있다. 국제기구와 NGO, 각국 대표부가 모여 있는 스위스 제네바의 사례처럼 국제기구가 도시의 고용과 소비, 서비스 산업에 장기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민경선 고양시장은 “UN 글로벌 AI 허브 유치는 고양시가 첨단 AI 산업의 거점으로 성장하고 대한민국이 AI 국제규범 논의의 중심에 설 수 있는 기회”라며 “행정과 시민이 함께 힘을 모아 유치에 나서고 글로벌 자족도시로 전환하는 계기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제기구 유치를 계기로 다른 국제기구와 기업의 추가 유치가 이어지는 ‘눈덩이 효과’를 언급하며 “고양시의 국제적 위상과 인지도를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UN 글로벌 AI 허브 유치는 고양시가 단순한 베드타운에서 국제·첨단산업 도시로 넘어설 수 있는 시험대다. 관건은 유치 자체보다 국제기구와 산업·대학·시민사회를 얼마나 오래 연결할 수 있느냐에 있다.
임종환 기자 lim46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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