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0조 원이 넘는 ‘세수 펑크’로 나랏빚이라고 할 수 있는 국가채무가 전년도 1,126조 8,000억 원보다 1년 새 48조 5,000억 원이나 늘어나면서 1,175조 2,000억 원으로 크게 불어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고용보험 등 사회보장성기금 수지를 뺀 실질적인 나라 살림살이의 척도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04조 8,000억 원으로 늘어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부터 17년 연속 적자인 데다 적자 규모도 2020년(112조 원)과 2022년(117조 원)에 이어 세 번째로 100조 원을 넘겼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6.1%로 윤석열 정부 출범 직전인 2021년(43.7%)보다 2.4%포인트 높아졌다.
정부가 지난 4월 8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한 ‘2024 회계연도 국가결산’에 따르면, 2024년 국가채무는 1,175조 2,000억 원으로 전년도 1,126조 8,000억 원보다 1년 새 48조 5,000억 원(0.043%↑)이나 늘어났다. 이를 중앙정부 채무와 지방정부 순채무로 나눠보면 지난해 중앙정부 채무는 1,141조 2,000억 원으로 전년도 결산(1,092조 5,000억 원) 대비 48조 6,000억 원(0.044%↑) 증가했다. 지난해 지방정부 순채무는 34조 1,000억 원으로 집계돼, 전년도 결산(34조 3,000억 원) 대비 2,000억 원(0.006%↓) 줄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적자 비율은 4.1%에 해당한다.
문재인 정부 5년 차와 겹치는 2022년 적자 규모 117조 원, 적자 비율 5% 이후 2년 만에 다시 100조 원, 4%를 넘어선 것이다.
그동안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건전재정’을 강조했지만, 각종 감세 정책과 세수결손이 겹치며 지난 정부와 차별화에 사실상 실패한 성적표만 남겼다. 재정 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묶겠다고 공언했지만, 임기 내 한 번도 달성하지 못했다. 전 정부의 확장재정 정책을 비판했지만 출범 이후 나랏빚은 200조 원 넘게 늘었다.
주먹구구식 예측으로 2023년 56조 4,000억 원에 이어 2024년에도 30조 8,000억 원이 예산보다 덜 걷히는 대규모 ‘세수 펑크’가 2년째 이어지며 지난 2년간 무려 87조 2,000억 원에 달하는 세수결손이 발생했다. 올해도 내수 부진과 대외 불확실성으로 경기 둔화가 예상돼 세입 여건 악화로 3년 연속 ‘세수 펑크’가 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구나 조기 대선을 통한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어 적자 규모가 더 커질 것이란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
나라 곳간이 비면 당연히 혹독한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4월 4일 국가채무 급증, 미국발 관세 충격 등을 이유로 중국의 국가신용등급을 18년 만에 A+에서 A로 한 단계 하향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해 10월 프랑스 정부에 대한 의회의 불신임을 이유로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췄고, 12월에는 Aa2에서 Aa3로 강등한다고 밝혔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프랑스 신용등급을 ‘AA-’, 신용등급 전망은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도 정치적 분열과 재정 관리 복잡성을 우려했다.
이들 사례는 나랏빚이 빠르게 늘고, 정치적 갈등이 극심하며 관세전쟁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한국으로서 결코 남의 일로 간과할 수 없다. 반면교사로 삼아 신용등급 강등만은 막아야 한다.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하면 정부와 기업의 차입 비용이 커지는 등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앞으로도 국가채무가 급속도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재정준칙 법제화가 필요하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 이내로 유지하도록 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이 요구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재정준칙 미도입국은 우리나라와 튀르키예 2개국뿐이다. 윤석열 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며 재정준칙 법제화까지 추진했지만,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적자 비율이 전년보다 더 커졌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GDP 대비 3%로, 국가채무 비율을 GDP 대비 60% 이내로 제한하는 재정준칙을 하루속히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다.
현실은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세입 기반은 약해지는데 고령화 등으로 의무지출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경제 활력을 되살려 세수를 확보하고 지출을 합리화해 신용등급 강등으로 이어지는 최악의 사태만은 막아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발 글로벌 관세전쟁까지 겹친 상황에서 신용등급 하락 후유증을 감당하기란 쉽지 않다.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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