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청와대 인근 행진하며 특별법 실효성·생계 지원 확대 촉구
[로컬세계 = 글·사진 임종환 기자]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은 “특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살아갈 최소한의 책임을 국가에 묻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경북 지역을 휩쓴 초대형 산불 피해 주민들이 20일 서울 도심에서 정부의 실질적 피해 보상과 생계 회복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피해 주민들은 “단군 이래 최악의 산불”이라며 “모든 것을 잃었지만 현실적인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2025년 경북산불 피해보상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집회를 열고 광화문광장을 거쳐 청와대 인근 사랑채까지 행진했다. 현장에는 영덕·영양·의성·안동 등 피해 지역 주민대표단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주민들은 손팻말과 현수막을 들고 정부와 국회를 향해 피해 현실을 알렸다.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발생한 경북 초대형 산불로 사망자 31명, 이재민 3만6000여 명이 발생했다. 산림 피해는 3억 평에 달했고, 주택 4700여 채와 농작물 590만 평이 피해를 입었다. 농업시설 6700여 건, 농기계 1만8000여 대, 중소기업·소상공인 피해도 580여 개소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피해 규모는 2조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주민들은 실제 지급된 보상금은 약 4000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전체 피해액의 20% 정도에 그친다는 것이다. 사망자 보상금 역시 2000만 원 수준이었다고 비대위는 밝혔다.
피해 주민들은 “삶의 기반이 모두 사라졌는데도 복구 지원은 현실과 거리가 멀다”며 “많은 주민들이 정부가 제공한 9평 남짓 컨테이너에서 여전히 버티고 있다”고 했다.
비대위는 정부의 재난 예산 집행 방식에도 강한 문제를 제기했다. 주민들은 “정부는 1조8000억 원 규모 재정을 투입했다고 발표했지만 상당 부분이 공공시설 복구와 행정 집행에 사용됐다”며 “정작 주민 생계 회복에 직접 쓰인 지원은 제한적”이라고 주장했다.
또 “무허가 창고와 농업시설, 농산물·농자재 같은 생계 수단은 피해 산정 기준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며 “현행 지원 기준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일부 정부 관계자들이 “이미 충분히 지원했다”, “추가 지원은 다른 재난의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전하며 “모든 것을 잃은 국민에게 국가가 할 말인지 되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은 「경북·경남·울산 초대형 산불 피해 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시행 과정 역시 당초 취지와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별법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피해 주민의 생활 안정과 심리 회복, 지역 재건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실제 지원금 결정과 피해 산정 과정에서는 주민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비상대책위원회는 “피해 규모와 생활 기반 상실 정도는 지역과 개인마다 모두 다른데 획일적인 기준만 반복되고 있다”며 “행정 편의 중심 지원이 아니라 주민들이 다시 살아갈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정부와 재건위원회를 향해 △피해 주민과의 공식 면담 △피해 주민 단체 의견의 실질적 반영 △실질적 피해 보상 확대 등을 요구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영덕 ‘325 희망풍물단’의 공연도 진행됐다. 특히 포항 곡강초등학교 1학년 왕한결 군이 풍물단에 참여해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관계자에 따르면 왕 군은 가족과 주변 어른들로부터 산불 피해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아 직접 북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왕 군은 비가 내리는 종각 행사장부터 광화문, 청와대 인근까지 어른들과 함께 행진을 이어갔다.
피해 주민들은 “어린 학생의 진심 어린 참여가 큰 위로와 힘이 됐다”고 말했다.
재난은 끝났지만 주민들의 삶은 아직 복구되지 않았다. 피해 주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라 다시 살아갈 최소한의 기반이다. 숫자 중심 복구보다 삶의 현실을 반영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정부가 답해야 할 때다.
임종환 기자 lim46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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