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석·화장실·구조물 등 전면 정비 검토…약 150억 원 단계적 투자
공연 관람객을 관광·숙박·상권으로 연결…문화와 지역경제 선순환 추진
킨텍스·K-컬처밸리와 연계해 고양을 글로벌 공연·콘텐츠 거점으로 육성
[로컬세계 = 임종환 기자]한때 경기장을 가득 채우는 행사가 많지 않았던 고양종합운동장이 달라지고 있다. 세계적인 아티스트의 공연이 이어지면서 수만 명이 찾는 대형 문화공간으로 존재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고양시는 이 흐름을 단순한 공연 유치에 그치지 않고 노후 경기장의 기능을 새롭게 바꾸고 도시의 문화·관광 경쟁력을 키우는 계기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2003년 문을 연 고양종합운동장이 준공 20년을 넘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그동안 국제 스포츠 경기와 지역 체육행사를 중심으로 활용돼 온 경기장이 최근에는 대형 콘서트가 잇따라 열리는 문화공간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콜드플레이와 BTS를 비롯해 빅뱅, 블랙핑크 등 국내외 정상급 아티스트의 공연이 이어지면서 경기장을 찾는 관람객 규모도 크게 달라졌다. 수만 명이 한꺼번에 움직이는 대형 공연이 늘면서 경기장의 안전과 편의시설, 관람 환경을 지금의 수요에 맞게 다시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고양시가 추진하는 리모델링은 그래서 단순히 낡은 좌석이나 시설을 교체하는 사업과는 성격이 다르다. 스포츠 경기장이라는 기존 기능을 유지하면서 공연과 문화행사, 관광을 연결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경기장의 쓰임새를 확장하는 작업에 가깝다.
특히 공연을 보기 위해 고양을 찾은 방문객이 공연장 안에만 머물지 않고 지역의 숙박시설과 음식점, 관광지 등을 이용하도록 연결한다면 경기장 하나의 변화가 도시 전체의 소비와 관광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고양시가 이번 리모델링을 도시 경쟁력 차원에서 바라보는 이유다.
관람석부터 화장실까지…20년 경기장, 이용자 중심으로 다시 손본다
고양시는 고양도시관리공사와 함께 중장기 리모델링 방향을 마련하고 내년도 본예산을 시작으로 약 150억 원을 단계적으로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부분은 관람석이다. 현재도 일부 손상된 좌석을 보수하고 있지만, 대형 공연이 빈번해진 만큼 부분적인 수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관람객이 장시간 머무는 공간인 만큼 안전성을 높이는 동시에 착석 환경도 개선하는 방향으로 전면 교체를 검토하고 있다.
화장실 등 편의시설도 개선 대상이다. 고양종합운동장에는 모두 56개소의 화장실이 있지만 시설이 오래된 만큼 이용자의 눈높이에 맞춘 환경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건축물 자체에 대한 점검도 이뤄진다. 경기장은 철근콘크리트와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구조로 지어졌으며, 장기간 사용 과정에서 일부 패널 이음부의 열화로 누수 문제가 발생해 왔다. 시는 단순한 표면 보수에 그치지 않고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정비 방안을 함께 검토할 계획이다.
외부 철골과 콘크리트 마감재도 손본다. 장기간 햇빛과 비, 대기오염에 노출되면서 나타난 변색과 부식, 마감재 손상 등을 개선해 시설의 내구성을 높이고 도시 경관도 함께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경기장 밖으로 넓어지는 공연 효과…숙박·외식·관광까지 연결
리모델링의 또 다른 목표는 경기장 안의 관람 환경 개선에 머물지 않는다. 대형 공연으로 유입된 방문객을 고양 지역의 소비와 관광으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대형 공연은 관람객이 티켓을 구매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원거리에서 찾아온 관람객이라면 숙박을 하고 식사를 하거나 교통수단을 이용하고 주변 관광지를 찾게 된다. 공연 규모가 클수록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 범위도 넓어질 수 있는 구조다.
실제 BTS 월드투어 일정이 알려진 뒤 고양 지역 숙소 검색량이 크게 증가했고, 인근 호텔들도 높은 예약률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연 하나가 숙박 수요까지 움직이는 사례가 나타난 셈이다.
고양종합운동장을 찾는 관람객 규모도 이를 뒷받침한다. 2024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말까지 공연을 위해 경기장을 찾은 관람객은 약 85만 명으로 집계됐으며, 같은 기간 공연 유치에 따른 누적 수익은 125억 원에 이른다.
올해도 13회의 대형 공연이 예정돼 있어 고양도시관리공사는 약 99억 원의 추가 수입을 예상하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 숫자를 경기장 내부의 성과로만 남겨두지 않는 것이다. 공연장을 찾은 사람이 고양에서 더 오래 머물고, 지역에서 돈을 쓰고, 다시 찾게 만드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다음 단계다.
다국어 안내부터 관광정보 연계까지…‘공연도시 고양’ 준비
이를 위해 시와 고양도시관리공사는 관람객 편의를 높이는 동시에 외부 방문객의 지역 이동을 유도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해외 팬들의 방문에 대비해 다국어 안내체계를 강화하고, 경기장 내부 안내와 주변 관광정보를 연결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공연장을 찾은 관람객이 고양의 숙박시설과 음식점, 관광지 등을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변화는 고양의 다른 문화·산업 인프라와도 맞물릴 수 있다.
킨텍스와 K-컬처밸리, 방송영상밸리, 일산테크노밸리 등 인근의 전시·문화·산업 기반시설과 고양종합운동장을 연결하면 공연 하나를 유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시와 콘텐츠, 관광이 결합된 도시형 문화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고양시가 고양종합운동장을 스포츠 시설의 틀에만 가두지 않고 문화콘텐츠 거점으로 바라보는 이유다.
민경선 고양시장은 “고양종합운동장은 킨텍스와 K-컬처밸리 등과 함께 고양의 문화콘텐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이라며 “대형 공연을 도시의 관광과 지역경제로 연결하고, 공연을 찾은 사람들이 고양에서 머물고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도시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고양종합운동장의 리모델링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새것처럼 고치느냐보다 얼마나 많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느냐에 있다.
대형 공연이 이어진다는 것은 분명 기회다. 그러나 공연 횟수만 늘린다고 도시의 문화산업이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관람객이 경기장 밖으로 나와 지역 상권을 이용하고, 숙박하고, 관광하는 흐름까지 만들어야 공연 유치의 가치가 커진다.
20년 된 경기장의 새로운 도전은 결국 시설 개선을 넘어선다. 고양종합운동장이 스포츠와 공연, 관광을 잇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는다면 노후 시설을 고치는 사업이 도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드는 사업으로 바뀔 수 있다.
임종환 기자 lim46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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