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세계 = 유범무 기자]스무 살부터 마흔까지. 전국에서 모인 청년 120여 명이 단 하루 만에 '내 동네 문제'를 풀 인공지능(AI) 서비스를 만들어냈다.
지난 5월 28일 전국 각지에서 청년 120여 명이 모인 가운데 'AI 로컬 미션 해커톤'이 열렸다. 이들은 지역별로 팀을 짜고 자신이 속한 지역 문제를 AI로 풀어냈다.
행사를 주최한 오셜(OCIAL)의 교육・콘텐츠팀 김순복 팀장은 "AI를 '배우는 것'에서 멈추지 않았고 청년 스스로 지역 문제의 해법을 '만들어 보는' 경험을 설계했다"라고 행사 취지를 밝혔다.
오셜은 직장인 창업 커뮤니티로 다양한 AI 교육과 네트워킹으로 구성원의 창업을 돕는다.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잇는 한 사이클을 압축 경험하게 한 이번 'AI 로컬 미션 해커톤'도 그 연장선이다. 이번 행사는 오셜이 주최하고 교육·콘텐츠 기업 큐리오가 주관했다.
지방 소멸과 청년 유출은 오래된 숙제다. 지역 사정에 밝은 당사자가 해법을 직접 설계하면 어떨까. 그동안은 개발 시간과 기술 장벽이 발목을 잡았다. 노코드·생성형 AI 도구가 이를 낮추고 있다. 오셜이 'AI×로컬'에 주목한 이유다.
참가자들은 오전 지역 이슈 조사와 공모전 탐색으로 출발했다. 기획서(PRD) 작성법을 익힌 뒤엔 곧바로 실전에 뛰어들었다. 노코드 도구 '러버블(Lovable)'로 아이디어를 작동하는 시제품(MVP)으로 구현했다. 클로드 코웍(Claude cowork)과 코덱스(Codex)로는 사업계획서를, 노트북LM(NotebookLM)·젠스파크(Genspark)로는 발표 자료를 만들었다. 기획부터 개발과 사업화, 발표까지. 창업 한 사이클을 하루에 압축한 셈이다.
각 팀은 자신이 사는 지역의 현안을 그대로 주제로 삼았다. 전라북도팀 '전북온도'는 농촌 일손 난에 주목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E-8)·고용허가제(E-9) 인력의 무단이탈이 핵심 문제였다. 해법은 사람과 기술의 결합이다. 이민자 2세를 '로컬 매니저'로 투입하고, 실시간 기상·작물 재배 AI 지도와 임금 에스크로(직접 정산) 체계를 더해 이탈률 45% 감축을 목표로 잡았다.
전북온도팀의 엄성보(37)씨는 한국과 일본 다문화가정에서 자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발굴했다. 그는 "전북에서 저와 같은 다문화가정과 외국인 근로자 가족을 만나며 이들의 어려움을 가까이서 봐 왔다"라며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이 언어・문화적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 근로자와 지역사회를 잇는 가교 구실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일회성 프로젝트로 끝내지 않고 지속 가능한 지역 모델로 키우는 게 목표"라며 "팀원 전원이 동의해 7월 전북특별자치도 공공데이터 AI 창업경진대회 출품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경기도팀 '마음연결'은 결이 다른 사각지대를 겨눴다. 출발점은 청년이었다. 취업 좌절 끝에 스스로 세상과 단절하는 청년을 보며 '필요하면 찾아오라'라는 식 복지가 정작 당사자에겐 닿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을 느꼈다. 팀은 시선을 더 고립되기 쉬운 독거노인으로 넓혔다. 그렇게 나온 '경기 실버 케어 콜'은 공공데이터와 AI로 위험 신호를 먼저 포착해 돌봄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찾아가는' 모델이다.
마음연결팀 박범수(32)씨는 "주변에서 취업 좌절 끝에 연락을 끊고 방 안으로 숨어드는 청년들을 보며 데이터를 바탕으로 먼저 찾아가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봤다"라고 말했다.
박씨는 "팀원들과 가장 가슴 아팠던 건 돌봄을 놓쳐 고독사로 이어지는 독거노인 문제였다"며 "내가 사는 동두천을 비롯해 경기 전역의 독거노인이 소외되지 않도록 AI 돌봄을 본격적으로 실현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그렇게 나온 '경기 실버 케어 콜'은 데이터·개발·사업계획을 아우른 협업 끝에 이번 해커톤에서 대상을 받았다.
김순복 팀장은 "이번 해커톤을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고 후속 멘토링과 공모전 연계를 이어가겠다"라며 "로컬을 시작으로 다문화·여성·실버 등 다양한 분야에 AI를 접목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유범무 기자 uu9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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