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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규 대기자. |
대장동 사건의 시발에서 사상 초유의 야당 대표 구속영장 청구까지를 살펴보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결론적으로 이재명이란 사람이 야당 대선후보로 출마하지 않았다면 대장동 개발사업은 이재명 성남시장의 업적으로 남을 사업이었다.
대장동을 비롯 위례신도시, 백현동 개발사업 등은 시골 논밭의 화려한 변신이었다. 이처럼 굵직한 업적을 디딤돌로 이재명 시장은 경기도지사에 이어 민주당 대선후보가 됐다. 대선에서 당선 유력후보에 오르자 의혹과 폭로가 연일 터져 나왔다. 당시 문재인 정부로선 당혹스러웠겠지만, 고소·고발이 이어지니 수사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이재명 업적의 대형사업이 ‘대죄혐의 부메랑으로’
대장동 ‘첫 수사’는 2021년 9년 20일 전후 시작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수사는 이재명 후보 캠프 측의 ‘고발’이 출발점이었다. 이재명 후보 측은 “이 후보를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대장동 사업과 관련한 허위사실을 반복적으로 공표했다”고 주장하며 김기현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에 사건을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어 4차장 산하 ‘전담수사팀’을 꾸렸고, 9월 29일 화천대유 사무실과 김만배 등 관련자들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오피스텔에서 창밖으로 휴대폰을 던진 것도 이때다. 그즈음 곽상도 의원은 아들의 ‘50억원 퇴직금’ 논란이 불거져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대장동 사건의 시발과 구속영장 청구까지의 수사과정
대장동 사건으로 처음 구속된 인물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다. 이어 김만배와 남욱 등 대장동 일당이 줄줄이 구속됐다. 이들은 꼬박 1년을 구치소에 수감돼 있다가 작년 10~11월 구속기한 만료로 풀려났고, 이때부터 유동규와 남욱의 입이 봉인해제 됐다.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1년 전 의혹이 조금씩 구체화 되어 갔다.
여전히 입을 열지 않는 김만배는 작년 12월 숨겨놓은 돈이 들통나자 자해극을 벌였다. 그는 지난달 17일 범죄수익금 340억원을 숨긴 혐의로 다시 구속됐고, 재판에 넘겨졌다.
이렇게 검찰과 경찰 수사는 1년7개월 넘게 진행됐다. 사건은 변호사비 대납사건, 대북 송금 사건, 성남FC 후원금 사건, 경기도지사 법인카드 유용사건 등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다. 수사 대상만 수십명, 이중 21명이 구속됐다. 재판에 넘겨진 사람도 30명에 달했다.
◆구속 21명, 의혹 남긴채 극단적 선택 3인
대장동 사건 등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모두 3명이 목숨을 잃었다. 2021년 12월 대장동 사업 책임자였던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과 김문기 개발사업 1처장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2억원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던 유한기 전 본부장은 구속영장 심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김문기 전 처장도 대장동 의혹 조사를 받던 중 숨졌다.
당시 이재명 대표는 숨진 김문기 전 처장에 대해 “하위 직원이라 시장 재직 때는 알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은 김문기 휴대폰에 이재명 대표를 ‘이재명 변호사’로 저장한 점, 성남시장 시절인 2015년 호주·뉴질랜드 출장에 함께 하면서 두 사람이 공식 일정에서 빠져 골프를 친 점 등을 확인하고 지난해 9월 그를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3일 이 사건 첫 재판에 출석했다.
지난해 7월에는 이 대표 부인 김혜경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사건으로 조사를 받은 김모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김씨는 이 사건으로 기소된 이재명 부부의 최측근 배모씨의 건물에서 배씨와 동거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까스로 구속은 면했지만 기소 기정사실
이재명 대표의 기소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대장동 사건’ 수사는 서서히 끝이 보인다. 이 사건에서만 구속된 사람은 9명, 이중 4명이 보석이나 기한 만료로 풀려났다. 현재 수감중인 사람은 최근 다시 들어간 김만배와 그의 돈을 감춰준 최우향 전 쌍방울 부회장, 이한성 전 화천대유 공동대표, 이재명 대표의 측근인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이다.
변호사비 대납 의혹으로 시작된 쌍방울 수사는 대북 송금 사건으로 번졌다. 김성태 전 회장과 방용철 부회장, 김 전 회장의 금고지기와 비서 등 쌍방울 임직원이 대거 구속됐다. 쌍방울로부터 법인카드 등으로 3억원 뇌물을 받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대북 송금에 관여한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장, 수사정보를 흘려준 수원지검 수사관도 구속됐다. 이 수사 역시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 대가를 쌍방울이 대신 지원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대장동 사건에서 ‘50억 클럽 의혹 수사’는 속도가 가장 더디다. 제일 먼저 구속됐던 곽상도 전 의원의 1심 결과가 무죄로 나오면서 김이 빠진 분위기다. 권순일 전 대법관과 박영수 전 특별검사는 2~3차례 소환조사를 받았지만 별다른 결과는 알려지지 않았다. 김수남 전 검찰총장과 최재경 민정수석도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 속에 이름만 등장할 뿐 구체적인 단서가 없는 분위기다.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 역시 현재까지는 김만배에게 50억원을 빌렸다가 갚으면서 이자를 제대로 주지 않은 혐의(청탁금지법 위반) 정도다.
◆이 대표 범죄혐의 제3자 뇌물제공 등 4가지
검찰이 이재명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국회에 보낸 체포동의안은 지난달 27일 찬성(139표)이 반대(138표)보다 많았지만 과반수를 넘지 못해 부결됐다. 검찰은 조만간 이 대표를 불구속 상태로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또 대북 송금 사건 등으로 추가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재명 대표가 받는 범죄 혐의는 제3자 뇌물제공, 배임, 부패방지법 위반(현 이해충돌방지법),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4가지로 분류된다.
줄곧 무혐의를 주장하고 있는 이재명 대표는 “검찰이 증거도 없이 소설을 쓰고 있다”며 “윤석열 정권의 정치적 탄압”이라고 항변하며 민생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당 대표가 사상 유례없는 사법리스크에 갇히면서 더불어민주당 역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비교해서도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민주당 내에서는 최근 국회 본회의에서 야권의 무더기 이탈표가 나와 향후 지지율에 악영향이 있을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무더기 이탈표가 나온 것은 “민주당 의원 상당수도 ‘방탄 프레임’을 인정한 것”이라며 추가 지지율 하락을 피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이같은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이 대표 사법리스크로 민주당 지지율 추락
이대로가면 내년 총선 참패 불보듯 ‘자명’
여론조사기관인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13일부터 15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정당지지율은 국민의힘 39%, 민주당 26%를 기록했다. 양당의 지지율 격차는 13%포인트(p)로 2주 전 발표된 같은 조사(국민의힘 36%·민주당 29%)와 비교했을 때 6%p 더 벌어졌다.
특히 내년 총선에서 승부처로 꼽히는 수도권에서 격차가 벌어졌다. 서울에서 지지율 격차는 13%p(국민의힘 40%, 민주당 27%)로 2주 전 조사(국민의힘 36%, 민주당 32%)보다 9%p 더 벌어졌다. 인천·경기 지지율 역시 11%p(국민의힘 40%, 민주당 29%) 차이로 2주 전 조사보다 8%p(국민의힘 32%, 민주당 29%) 더 큰 격차를 기록했다.
‘비명계’일부 의원들은 “이재명 사법리스크가 지속되면 될수록 민주당의 지지율은 계속 추락할 것”이라며 “이 대표가 사퇴하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서의 참패가 불을 보듯 뻔하다”고 걱정했다.
이재명 사법리스크로 인해 많은 사람이 구속되고 의문사 했다. 더 이상의 방탄과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떳떳하다면 맞서 싸워야 진정한 지도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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