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세 비율 인상해야 ‘만성 지방 재정난’ 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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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9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증세 문제 등 현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로컬세계 라안일 기자] 늘어나는 복지정책에 지방자치단체들의 곳간만 비어가고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지자체가 지출하는 사회복지비용은 매년 두 자릿수 인상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정부는 재정 부담을 지자체에 전가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증세 없는 복지’ 정책 기조에 관한 수정 요구에 ‘국민 배신’이라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지자체는 올해에도 허리를 졸라매야 할 상황이다.
정부는 복지비용을 지자체에 떠넘기고 있다. 2013년 전국 지자체는 전년대비 14% 증가한 55조8300억원을 복지비용으로 사용했다. 지난해에는 더욱 늘어 65조6000억원이 복지를 위해 쓰였다. 전년대비 17.5% 급증했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지자체의 복지 부담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복지 확대로 지자체 부담이 급증하는 원인으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 돈을 대는 매칭사업(공동부담사업)이 꼽힌다. 중앙정부는 복지정책을 지자체와 공동으로 진행한다. 여기에 중심역할을 하는 것이 매칭사업이다. 복지사업에 국비는 물론 도비·시비·군비·구비가 함께 들어간다.
중앙정부가 복지를 확대하면 할수록 지자체 분담금도 함께 늘어난다. 지자체가 부담해야 할 금액이 갈수록 증가하면서 독자적인 사업 진행은 꿈도 못 꾼다. 실제로 매칭사업에 들어가는 복지예산 비중이 지자체 관련 예산의 90%를 넘어섰다. 지역 특색을 살린 맞춤형 복지 정책이 사라지는 이유다.
이러한 추세는 올해도 이어져 지자체들은 허리를 졸라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새나가는 씀씀이가 없는지 절약할 수 있는 것은 없는지 머리를 싸매야 한다. 영유아복지사업과 기초연금제 시행은 지자체 재정 부담을 가중시킨다.
이 때문에 영유아 보육과 기초연금 등 국민 최저생활 보장을 위한 보편적 복지는 국가사무로서 그 비용 전액을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방정가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공허한 메아리로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복지 부담이 커지자 지자체 재정상황도 악화되고 있다. 2012년 56.2%였던 재정자립도는 지난해 44.8%로 크게 낮아졌다.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자체의 고심만 깊어지고 있다. 한 번 시행된 복지정책은 쉽게 중지할 수 없고 시민들의 복지 요구는 더욱 늘어난다. 지자체의 사회복지비의 연평균 증가율은 13.8%에 달해 지자체 지출액(연 평균 4.4% 인상)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박 대통령이 지난 9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정책 기조에 관한 정치권 안팎의 수정 요구에 대해 ‘국민 배신’이라고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재정난을 겪고 있는 지자체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증세 없는 복지는 지자체 재정난만 가속화시킬 우려가 있다.
지자체와 지방재정전문가들은 복지부담으로 인한 재정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보편적 복지에 대한 국가사무전환과 함께 국세 대비 지방세 비율 조정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현행 8:2 수준을 최대 6:4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흥식 강릉원주대 자치행정학과 교수는 “선진국과 같이 지방세 비율을 늘려야 지방정부가 독립적인 사업 권한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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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서울시청 신청사에서 ‘제1회 서울시의회 국제컨퍼런스’가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지방세 비율 인상해야 ‘만성 지방 재정난’ 해소
재정난을 겪고 있는 지방정부가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세의 지방세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세 대비 지방세 비율은 8대2 수준이다. 대부분의 세금이 중앙정부에 귀속돼 지방정부는 재정 건전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방세 비중이 최소 30% 최대 40%까지 인상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의 지방세 수준으로는 지방정부가 각종 사업을 펼치기에 턱없이 부족한 재원이라는 지적이다. 복지확대로 인한 지자체 분담금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세 비율 확대는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단체장을 비롯해 지방정가에서 이러한 요구는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정부는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0일 서울시의회가 주최한 ‘지방재정 건전화’ 국제 컨퍼런스에서 현 중앙·지방정부 재정 구조에 대한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박 시장은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가져가는 세입은 8대 2 수준인 반면 지출은 4대 6으로 균형이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경쟁력은 지방분권에 달려있다”며 “지방분권 강화를 위해선 지방재정 권한이 더 독립돼야 할 뿐더러 더 많은 비중이 지방세수로 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선진국과 비교할 경우 우리나라의 국세 대비 지방세 비율은 현격히 낮다. 선진국의 국세 대비 지방세 비율을 살펴보면 독일은 49.5%, 일본은 46.3%, 미국은 48.1%에 달하는 등 지방세가 전체 조세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지방재정 건전화’ 국제 컨퍼런스에서 기조 연설한 울리히 카르펜 함부르크대 교수는 “중앙정부로부터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재원을 배정받는 것은 지방정부의 기본권”이라면서 “중앙정부는 업무활동에 따라 자원 분배를 분명히 하고 재정적 후속결과를 고려해 지방정부에 필요 재원을 분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세 대비 지방세 비율의 불균형 문제는 지자체의 재정건전성을 해칠 뿐 아니라 지방의 중앙 의존도를 높인다는 점에서도 개선돼야 한다.
지방재정에서 자체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감소하고 있지 반면 지방교부세, 국고보조금 등 중앙정부로부터 받는 의존수입은 늘어나고 있다. 자치 단체장들은 정부가 교부세 등으로 지자체 길들이기를 한다고 토로한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방재정 개혁 주문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자체들은 박 대통령이 지방교부세, 교육재정교부금 등의 개혁 필요성을 언급한 것을 부족한 복지재원 확충을 위해 교부세 감소로 받아들이고 있다.
국세와 지방세의 균형 재정 배분은 외면한 채 복지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하고 있다. 지방재정의 개혁을 위해서는 재정난의 구조적 문제인 지방세 비율 확대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 시도지사협의회도 지방재정이 열악한 이유로 수입은 적고 지출은 늘어나는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살림은 그대로 유지한 채 씀씀이만 늘어나면 파산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이야기다.
박원순 시장의 지적과 같이 지방의 재정지출은 40%를 넘었지만 수입은 20%에 불과한 불균형 문제가 원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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