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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덕 부산 기장소방서장 |
작년 설 명절에 우리나라에도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진자가 최초로 발생한 후 신축년 설 명절을 앞두고 있는 현재까지도 그 확산세가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새해의 시작과 함께 우리 곁을 찾아온 동장군도 소처럼 끈기 있게 버티며 물러날 기세를 보이지 않고 우리의 마음까지 얼리고 있다.
코로나19의 공포로 인해 사람들의 생활패턴이 많은 부분 바뀌었고, 특히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져 “주거의 안전”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소방공무원으로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주택화재 시 인명대피와 초기대응에 대한 걱정과 우려였다.
미국의 유명한 경제해설전문가인 하워드 러프(1930-2016)는 “노아가 방주를 지을 때 비는 오지 않았다.”라는 말을 남겼다. 만약 비가 오는 동안에 방주를 지었다면 그 일은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미래도 일어나지 않은 재난도 항상 준비하는 자세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재난 예방에는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들지만, 우선 작은 비용을 들여 우리의 가정을 지킬 수 있는 일이 있다. 나와 가족과 이웃의 가정에 “주택용 소방시설(단독경보형감지기, 소화기)”을 설치하는 것이다.
단독경보형감지기는 단독으로 천장에 부착이 가능해 누구나 쉽게 설치할 수 있으며 화재 시 연기를 감지하고 경보음을 발생시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신속한 대피를 도울 수 있다. 또한 우리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소화기는 화재초기 신속히 대응한다면, 소방차가 오기 전에 화재를 진압할 수 있어 때로는 소방차 10대, 20대보다 더 나은 소화용구가 될 수도 있다.
정부는 2012년 '화재 예방, 소방시설·설치 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단독·다가구·연립·다세대 주택(아파트 및 기숙사 제외) 등에 주택용 소방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법제화하였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9년간 전국 주택화재 비율은 평균 18%인데 반해 주택 화재 사망자는 전체 화재 사망자의 46%를 차지한다.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가 법제화 된 2012년 주택화재로 인한 사망자가 전체 화재사망자의 59.93%였고,2020년 39.94%로 해당연도 사망자 대비 주택화재 사망자 비율이 약 20% 떨어진 것을 알 수 있다. 그간 각 소방관서에서는 주택용 소방시설의 중요성을 홍보, 저소득층 등 화재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확대 보급하였고, 그 노력이 어느 정도 결실을 맺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2020년까지 전국 단독경보형감지기 설치율은 62%로 아직도 부족한 실정이다. 단독경보형감지기는 침실·거실·주방 등 구획된 공간마다 1개 이상 천장에 부착, 소화기는 세대별·층별 1개 이상 설치하여야 한다. 주택용 소방시설은 대형마트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손쉽게 구입 할 수 있고 설치도 간편하다. 만약 설치에 어려움을 느낀다면 가까운 소방관서에 요청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민족 대명절인 설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설 명절에는 사랑하는 가족과 친지의 가정에 주택용 소방시설이라는 “안전”을 선물하는 것은 어떨까?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다.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란 가장 저렴한 보험을 들어 화재로부터 우리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고, 행복한 설 명절을 보내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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