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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OREA 요코하마상공회 이근택 회장이 인터뷰를 마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이승민 특파원) |
[로컬세계 = 이승민 특파원] 세계적으로도 미항으로 손꼽히는 아름다운 항구도시 요코하마. 이곳은 풍향 풍력 조류 수심 등 최적의 항구 조건이 천연적으로 갖춰져 있어 옛날부터 일본을 출입하는 현관이었다. 수려한 바다를 끼고 있는 요코하마에는 한국촌과 중국촌이 있다.
간나이역(関内駅)에서 5분쯤 걸어 한국촌 거리에 들어서면 ‘KOREATOWN’이라는 커다란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면 ‘KOREA横浜商工会’ 간판이 보인다. 요코하마에서 만나는 ‘코리아’라는 글자. 너무도 반가워 안으로 들어가 이근택 회장을 만났다.
-자기 소개.
코리아요코하마상공회 회장 이근택, 전남 완도 출신, 1998년 5월 9일(당시 39세)에 입국하여 요코하마에서의 이민 생활을 시작했다. 이곳에서 3년만 살다가 귀국한다고 시작한 삶이었는데 어느덧 25년이 지났다. 살다 보니 정이 들어 이제는 고향 같은 기분이다.
-일본에 와서 처음 생활은 어땠나.
당시는 한국보다 일본 경제 사정이 좋았기에 꿈을 가지고 일본에 왔다. 일본어도 모르고 젊음 하나와 도전 정신만 가지고 빈손으로 왔다. 초기 생활이란 말할 수 없이 힘들었다. 타국에서 삶의 터전을 만들고 정착하기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 나를 현지인들이 많이 도와주었다. 먹을 것으로 도움을 주기도 했고 그들의 도움으로 일자리도 얻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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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코하마시 나카구 후쿠도미초(横浜市中区福富町)에 있는 코리아타운. |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많이 귀국했다던데.
그렇게 3년이 되던 해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자 한국인 60%가 한국으로 돌아갔다. 본래 나도 3년 후 돌아간다는 계획으로 일본에 왔었지만 그동안 일본에서 신세를 많이 져놓고 지진이 위험하다고 도망가듯 떠난다는 것은 한국인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일이고 인간의 도리가 아니었다.
-‘코리아요코하마상공회’(Korea横浜商工会)는 어떤 단체인가 ?
요코하마시 나카구(中区)의 후쿠도미초(福富町)를 중심으로 한국 상점들이 줄지어 있었다. 예전에는 100여 개 이상이 있었지만 요즘은 반으로 줄었다. 한일관계가 좋지 않으면 곧바로 재일동포들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일 간 관계가 악화되어 가는 상황 속에서 관계 개선을 위해 ‘지역에서부터 시작하는 일·한 친선’이라는 구호로 2022년 11월 20일 문을 열었다. 회원 82명(재일 한국인 57명과 지역 일본인 25명)으로 출범하여 한국인 돕기와 한일교류활동을 펼치고 있다. 중국인 1명, 베트남 1명, 필리핀 1명이 합세하게 되어 요즘 더욱 즐겁고 생동감있게 진행하고 있다.
-현지 일본인과 함께 한국인 단체를 만들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2013년도에 가나가와현 한국인연합회 창립멤버로서 1, 2기 이사장을 역임하고 3기 회장을 맡으며 단체를 이끌어갔던 경험을 되살려 미흡한 것은 보완하고, 과한 것은 덜어내는 3년간의 경험을 토대로 만들었다. 구성원 상호 간의 신뢰를 우선시했고 회원수 비례의 무게보다는 갈등 구조가 성립될 수 없는 체계를 구축하였다. 이런 구조가 되어야지만 정말 순수하게 '봉사와 나눔의 정신'으로 지역사회를 밝게 하고 어려움에 처한 이웃도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회원 상호 관계는 '수직적'이 아닌 '수평적'이고 '존중'이라는 것을 바탕으로 형성되어 있어 구성원들의 마음만큼은 넘치게 커서 누구나 소속하고 싶은 좋은 단체라고 자평하고 싶다.
-코리아요코하마상공회는 어떤 일을 하고 있나 ?
요코하마에 살고 있는 한국인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자는 운동이다. 또 지역사회를 위해서는 한국어교실 한국문화교실 한국문화행사 등을 열어서 한국의 문화와 정서를 알리고 같이 공유하면서 서로 돕고 사이좋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최근 지역주민과 교류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우리 단체가 창립되고 약 9개월 만에 ‘코리아요코하마상공회 골프대회’를 만들었다. 수익금은 한국인 돕기와 한국문화 행사를 위해 사용된다. 또 일부는 빈곤가정 자녀에게 무료 식사를 제공하는 곳에 기부할 예정이다. 제1회 골프대회는 오는 9월 7일 치바센트럴골프클럽에서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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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7일에 있을 골프대회 포스터. |
-현지인이나 민단과는 어떻게 지내고 있나 ?
한일관계가 좋아지기를 바라지만 정부 간의 갈등이나 한국에서 벌어지는 반일운동에 대해서는 우리도 어쩔 수가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한도에서의 민간외교관이 되어 지역에서 잘 지내는 것이 한일관계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현지 마을 모임인 후쿠도미초 조나이카이(福富町町内会)에도 등록하여 자치회 일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민단(재일본대한민국민단)은 해방 직후 1949년에 창립하여 3세 4세까지 대를 이은 재일교포의 주류이다. 민단에도 회원으로 가입하여 형님으로 모시고 궂은일이나 민단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민단과 하나가 되어 형제처럼 사이좋게 지내고 싶다.
-이곳에서 25년을 살았다. 지금 지난날을 뒤돌아보면 ?
완전히 다른 세상에서 사는 것 같다. 한국도 일본도 아닌, "한·일의 새로운 나라"에 살고 있는 기분이다. 지금은 좋은 직장에서 일하고 있고 이자카야식 가라오케도 직접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처음 이곳에 와서 힘들게 살아가던 시절이 그립다. 그동안 이곳 현지인들의 관심과 배려는 나에게 많은 위로가 되었고 너무도 큰 힘이 되었다. 후쿠도미초(福富町) 주민과 함께 마을 청소나 마을 행사에 참여하면서 한일 간에 사이좋게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내가 정말 행복하다. 앞으로 ‘코리아요코하마상공회’를 통해 이곳에서 한국인과 일본인이 화목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마을을 만드는 게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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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리아타운에 한국식당들이 줄지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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