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국립해양생물자원관 문혜원 박사 |
남극 해양생물의 다양성
남극은 지구상에서 가장 극한의 환경을 지닌 지역 중 하나로, 혹독한 추위와 얼음으로 뒤덮여 있다. 남극 바다는 남극대륙 주변을 고리처럼 감싸고 흐르는 남극 순환류에 의해 3천만 년 이상 고립되어, 수온이 –1.8~2℃로 매우 차갑지만 연중 변화가 거의 없는 안정된 상태이다.
이러한 환경에 적응한 남극의 해양생물은 다양한 종(種)이 서식하며, 현재까지 발견된 남극 바다의 해양무척추동물은 약 10,000여 종에 달한다. 이는 남극 대표 생물인 펭귄 7종, 물개와 해표 6종, 고래 25종, 어류 300여 종 등 척추동물에 비해 훨씬 많은 생물종이 서식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 과학자들에 의해 새로운 종이 계속 발견되고 있어, 남극 바다 얼음 밑에서 살고 있는 생물은 수만 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극한 환경에서의 적응
![]() |
▲남극해양생물 조사(사진 라승구) |
남극의 해양생물들은 극한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특별한 적응 능력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황제펭귄 암컷은 알을 낳은 후 먹이를 구하러 바다로 가고 수컷이 발등에 알을 품어 부화를 시키는데, 눈보라가 휘몰아치면 펭귄들은 최대한 몸을 밀착하여 한 덩어리의 무리를 형성하고, 바깥쪽에 있는 펭귄과 안쪽에 있는 펭귄들이 서로 자리를 뒤바꾸는 허들링(Huddling)이라는 행위로 체온을 유지하며 생명을 지켜낸다. 또한 남극 문어는 혈액에 고농도의 헤모시아닌(haemocyanin)이 들어있어 저온에서도 산소 공급이 원활하고, 어류들은 혈액에 내포된 결빙 방지 단백질(antifreeze protein) 로 인하여 영하의 바다에서도 얼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남극 해양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
세종과학기지(King Sejong Station)가 위치한 킹조지섬(King George Island)은 남극반도 끝에 자리해 ‘남극의 지중해’로 불릴 만큼 기후가 온난하고, 남극 해양 생태계의 특성을 잘 갖춘 지역이다. 이곳은 해양생물 연구를 위한 살아있는 실험실이라 할 수 있다.
![]() |
▲거대 불가사리류(사진 라승구) |
그러나 최근 지구온난화에 따른 급격한 기후변화는 남극 해양생물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특히 남극세종과학기지 인근 마리안소만(Marian Cove) 해안의 빙벽이 점점 붕괴되면서 지난 60여 년간 약 1.9km 이상 후퇴했다. 이로 인해 빙벽에서 떨어진 유빙에 함유된 미세 입자들이 남극 크릴의 집단 폐사를 일으키며 남극 생물들의 주요 먹이원인 크릴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또한 남극 주변 해역의 무분별한 어업활동 증가로 해양생태계의 균형은 심각하게 파괴되고 있다.
![]() |
▲빗해파리류(사진 라승구) |
남극 해양 보호의 필요성과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의 역할
남극 해양생물을 지속적으로 보존 관리하기 위해서는 지구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목적으로 설립된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CCAMLR)는 다양한 보호구역을 설정하고, 지속 가능한 어업 관리를 위한 규정을 마련하는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2018년부터 한국수산자원공단에서 주최하는 국제 옵서버 양성교육에 참여하는 등 남극의 취약 해양생태계(VME, Vulnerable Marine Ecosystems) 보호와 해양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 왔다.
또한 필자는 2009년부터 남극을 다섯 차례 오가며, 국내에서 최초로 남극 해양생물 군집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이는 새로운 군집 다양성 분석 기법을 남극 바다에 적용한 첫 번째 사례로 기후변화에 따른 빙벽 후퇴가 남극 해양생물다양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밝혀내는 성과를 거뒀다.
남극의 해양생물은 극한 환경에서 생명력의 강인함을 시사하는 본보기이며, 이들은 생태계의 필수 구성요소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연구와 국제적 협력을 통해 기후변화 등의 위협으로부터 남극 해양생물의 다양성을 보호하고,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앞장서 나아갈 것이다.
[저작권자ⓒ 로컬(LOCAL)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