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산 원유 수입 70.9%→55.6%로 감소, 북미·아프리카로 다변화
- 美원유, 파나마 송유관 거쳐 수입해도 FTA 특혜관세 적용 특례 추진
- 중동산 원유의 홍해-수에즈운하-희망봉 대체경로, 호르무즈해협 경유 유조선간 환적운송(STS) 이용시 운임·보험료 증가분 비과세 특례 추진
[로컬세계 = 지차수 기자]중동 정세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원유 수입선이 중동 중심에서 북미와 아프리카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다. 관세청은 원유 수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부담을 낮추고 FTA 활용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수입선 다변화를 뒷받침한다는 방침이다.
관세청은 2일 서울본부세관에서 국내 정유·석유화학 5개사와 한국석유공사, 대한석유협회가 참석한 가운데 ‘원유 수입 다변화 지원 업계 간담회’를 열었다. 참석 기업은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SK에너지, S-OIL, 한화토탈에너지스 등이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최근 중동지역 긴장이 다시 고조되는 상황에서 그동안 추진해 온 원유 수입 다변화 지원정책을 점검하고, 업계의 애로사항과 추가 지원 요구를 듣는 자리가 마련됐다.
관세청은 중동 정세 불안으로 중동산 원유 수입 여건이 어려워지자 지난 4월부터 ‘경제안보품목 수급안정 및 다변화 지원 대응체계’를 가동했다. 중동산 원유의 수급 안정과 함께 비중동 지역으로 수입선을 확대하기 위한 관세행정 지원책도 추진해 왔다.
우선 정유·석유화학 기업을 대상으로 관세와 부가가치세 등 수입세금의 납기 연장, 분할납부, 수출환급 등 세정지원을 제공했다.
또 지난 5월부터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 중동발 원유 수입에 따른 운임·보험료 상승분을 과세가격에서 제외하는 운임특례를 시행했다. 이 제도는 3월 수입신고분부터 소급 적용됐으며, 현재까지 총 100건, 602억원 상당의 중동발 원유 운임·보험료 비용을 지원했다.
캐나다·미국·호주·말레이시아산 원유 수입 지원
관세청은 높은 중동산 원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국가별 수입 여건에 맞춘 지원책도 마련했다.
캐나다산 원유는 원산지 입증 문제로 국내 수입업체가 FTA 특혜관세를 적용받기 어려웠다. 캐나다산 중질유의 경우 채굴 후 수출항까지 송유관으로 운송하는 과정에서 미국산 초경질유가 혼합되는 등 원산지 입증에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관세청은 지난 4월 캐나다 주정부와 MOU를 체결하고 원산지 입증서류를 캐나다 앨버타 주정부의 확인서류로 대체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개선했다.
그 결과 2026년 5~9월 캐나다산 원유 수입량은 136만톤으로 전년 같은 기간 50만톤보다 약 172% 증가했다. 9월 평균 수입가격도 캐나다산이 톤당 686달러로 사우디산 716달러, UAE산 752달러, 카타르산 692달러보다 낮았다.
미국산 원유의 경우 원유 선적 후 제3국을 거쳐 국내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FTA의 ‘직접운송’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웠다.
관세청은 지난 5월 ‘적하목록 유종계획서’ 등 간소화된 입증서류를 세관에 제출하면 직접운송 예외로 인정하도록 FTA 활용기준을 완화했다.
이에 따라 2026년 6~9월 미국산 원유 수입량은 809만톤으로 전년 같은 기간 657만톤보다 약 23% 증가했다.
호주산 천연가스액의 수입도 지원했다. 관세청은 지난 5월 품목분류 사전심사 신속처리제도(Fast-track)를 통해 해당 물품을 원유가 아닌 석유제품으로 재분류했다.
이에 따라 세율은 3%에서 0%로 낮아지고 비축의무도 없어져 정유업체뿐 아니라 비축시설이 없는 석유화학업체의 원료 확보도 가능해졌다. 연간 최대 약 250만톤을 안정적으로 수입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으며, 2026년 5~9월 호주산 천연가스액은 37.8만톤 수입됐다.
말레이시아산 원유인 콘덴세이트의 수입도 늘었다.
말레이시아 수출업계가 FTA 특혜관세 적용에 필요한 원산지증명서를 수출 후 평균 6개월이 지나 발급하면서 국내 수입업체가 수입 즉시 특혜관세를 적용받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관세청은 지난 5월부터 말레이시아 당국과 수십 차례 실무협의를 진행하고 발급당국과 국영 석유회사, 현지 생산자·수출자 간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그 결과 원산지증명서 발급 기간은 평균 6개월에서 2개월 이내로 단축됐다. 말레이시아산 콘덴세이트 수입량도 2026년 6~9월 34만톤으로 전년 같은 기간 13만톤보다 162% 증가했다.
중동산 70.9%→55.6%…북미·아프리카 수입 확대
관세청의 지원책이 이어지면서 원유 수입선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2026년 3~9월 기준 전체 원유 수입에서 중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 같은 기간 70.9%에서 55.6%로 15.3%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비중동산 원유 비중은 44.4%로 전년 동기 29.1%보다 15.3%포인트 높아졌다.
9월 한 달만 보면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은 2025년 9월 74.7%에서 2026년 9월 55.5%로 19.2%포인트 낮아졌다.
중동산 원유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산은 2,743만톤에서 2,105만톤으로 23.2% 감소했다. 이라크산은 906만톤에서 389만톤으로 57.1%, 쿠웨이트산은 640만톤에서 302만톤으로 52.8%, 카타르산은 336만톤에서 136만톤으로 59.6% 각각 줄었다.
반면 UAE산은 호르무즈 해협 우회와 정부의 원유 확보 노력 등에 힘입어 1,009만톤에서 1,156만톤으로 14.5% 증가했다.
비중동산 원유는 북미와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증가했다.
2026년 3~9월 미국산 원유 수입량은 1,209만톤에서 1,436만톤으로 18.8% 늘었다. 캐나다산은 58만톤에서 169만톤으로 192.8%, 아프리카산은 184만톤에서 446만톤으로 142.4% 증가했다.
국내 원유업계는 이 같은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연말까지 미국산과 캐나다산 원유를 각각 513만톤, 74만톤 추가 수입할 계획이다.
북미산 원유의 FTA 특혜관세율 적용에 따른 관세 절감액은 연간 최대 7천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1톤당 도입원가를 약 3만원 낮추는 수준이다.
미국산 원유 파나마 송유관 경유도 FTA 특혜관세 추진
이날 간담회에서는 업계의 추가적인 애로사항과 제도 개선 요구도 논의됐다.
특히 파나마 송유관(PTP)을 거쳐 들어오는 미국산 원유에 FTA 특혜관세를 적용해 달라는 요구가 제기됐다.
이종욱 관세청장은 파나마 세관 등 권한 있는 당국이 발급한 확인서류를 제출할 경우 FTA 직접운송 요건을 충족해 특혜관세를 적용받을 수 있도록 파나마 세관당국과 실무협의를 즉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파나마 송유관은 파나마 대서양과 태평양을 육로로 연결하는 약 130km 길이의 원유 송유관이다.
현재 국내 수입업체들이 주로 사용하는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은 파나마 운하의 폭과 수심 문제로 통과가 어렵다. 이에 미국산 원유를 국내로 들여오기 위해서는 미국에서 대서양을 거쳐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 인도양과 동남아시아를 거쳐 한국으로 운송해야 했다.
파나마 송유관을 이용할 경우 미국산 원유를 파나마 대서양 연안에서 태평양까지 송유관으로 옮긴 뒤 VLCC에 재선적할 수 있다.
관세청은 이 경우 기존 희망봉 우회 노선보다 운송기간이 약 15일 단축돼 55일에서 40일로 줄고, 운송비도 약 400만달러 절감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회 운송에 따른 운임·보험료 증가분 비과세도 검토
정유업계는 중동산 원유를 대체 운송할 경우 발생하는 추가 비용에 대한 세정지원도 요청했다.
홍해-수에즈운하-희망봉을 거치는 우회항로와 호르무즈 해협을 경유한 환적운송(Ship-To-Ship) 방식은 운송기간이 길어지면서 운임과 보험료가 크게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종욱 관세청장은 중동사태가 악화될 경우 중동산 원유의 대체 운송항로와 운송방식 이용으로 발생하는 운임·보험료 증가분을 과세가격에서 제외하는 특례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관세청은 앞으로도 원유 수입선 다변화가 일시적인 대응에 그치지 않도록 FTA 활용 지원 등을 통해 실질적인 수입비용 절감 효과를 제공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이종욱 관세청장은 “원유 수입선 다변화가 중동사태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FTA 활용 지원책 등을 통한 실질적 수입비용 감소라는 경제적 유인을 제공해 수입 다변화가 더욱 확대되도록 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겠다”며 “원유 수입의 애로사항을 면밀하게 살피고 원유 수입 다변화를 위한 지원책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차수 기자 chasoo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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