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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모 청주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재학 |
과거를 통해서 스스로 반성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온고지신의 자세는 역사를 공부하면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의의라고 생각한다. 위인들이 세운 업적을 통해 살아가는데 필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고, 반대로 역사 속에서 범해진 실책을 보면서 스스로 반성할 수도 있다.
이런 역사 공부의 의의는 다른 나라의 교육과정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독일에서는 홀로코스트에 대한 교육을 중요하게 다룬다. 과거의 국민들이 나치에 협력하여 전쟁과 학살을 저지른 잘못된 역사를 잊지 않고 반성하기 위해서이다. 미국 또한 노예제도나 워터게이트 등의 부끄러운 역사도 중요하게 교육한다. 역사 속에서 벌어진 잘못에 대한 교육은 과거에 행해진 잘못을 미래에는 재차 겪는 과오를 범하지 않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근대사에서 민족이 나라를 빼앗기는 수모를 겪었던 일제 강점기에, 일제의 탄압에 항거한 여러 문인을 보며 시대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는 자세를 배울 수 있도록 그들의 작품을 교육하고 있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광수, 최남선, 서정주 등의 문인들은 한국의 근대문학사에 많은 영향을 남긴 이들이다. 이들은 현대적인 문체를 구축하고, 번역 활동을 통해 현대문학의 발전을 촉진하며, 무수한 제자를 배출하기도 했다.
반면에 그들은 친일이라는 부끄러운 행적으로 역사에 오명을 남긴 이들이다. 그들은 일제에 적극적으로 협력하여 창씨개명을 권장하는 글을 작성하거나 학도병으로 지원할 것을 독려하는 글을 작성하고, 일제의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시를 내놓기도 했다. 그리고 현재는 그 부끄러운 행적에 대한 처벌로 그들이 남긴 작품은 교육계에서 외면당하고 있다. 많은 교과서에서 그들의 작품은 퇴출당하였으며, 대학수학능력 시험에서도 근 몇 년 동안은 암묵적으로 친일 문인들의 문학 작품들은 출제하지 않고 있다.
민족이 수난을 겪고 있던 시기에 오히려 나라를 등진 이들의 작품에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들이 아무리 뛰어난 작품을 내고 문학의 발전을 가져왔다고 하더라고 그들의 친일 행위 자체가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의 작품 자체를 외면하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먼저 문학적 가치의 측면에서 그들을 배제하는 것은 국어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있어서 좋은 일이 아니다. 그들이 남긴 친일의 오명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문학사에 남긴 족적은 학생들이 근현대 문학의 발전과정을 이해하는 것에 필요한 부분이다. 학생들이 그들의 작품을 접할 기회 자체를 빼앗게 되는 것은, 그들이 죄의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학생들이 우리나라 근대문학을 올바로 이해하는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역사 교육의 관점에서도 그들의 행적 자체를 외면하는 것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민족이 힘든 시기에 오히려 국가를 배신한 이들의 사료를 통해서 그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친일 행위를 저질렀는지, 그러한 행적이 얼마나 부정적인 영향을 남겼는지에 대해 배우는 것은 학생들이 비판적 시각을 기르는 것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관점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지금의 현실은 역사를 똑바로 보는 것이 아니라 부끄러운 과거는 피하며 외면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 대상이 누구든 간에, 올바른 역사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역사의 한 부분을 숨김없이 전달하고 그들이 역사에 대해서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 오성모 청주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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