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집중호우때도 사찰 물에 잠겨, 매년 수해 되풀이 나몰라라
지난해 사업주가 낸 16가구 증축 신청도 특혜승인의혹
진구청 증축승인 자료 정보공개는 거부, 법원서 패소하자 마지못해 공개
부산시 부산진구가 도심 급경사지에 아파트단지 사업승인을 지역주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무리하게 내준 뒤 사업주가 착공을 4년째 미루는 바람에 인근 사찰이 큰 피해를 입었다.
부산지역에는 지난 23일 오후부터 24일 새벽 사이 200㎜ 이상의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이 폭우 때문에 H종건이 부산진구 초읍동 원당골 무량사 인근 급경사지에 2016년 10월 아파트 3개동 100가구 건립 사업승인을 받고도 지금까지 수목만 제거하는 기초토목공사만 한 뒤 착공조차 하지 않은 채 방치한 공사현장에서 쏟아진 흙탕물이 밤새 사찰로 밀려들었다.
주지스님과 신도들이이 밤새 물을 퍼냈으나 역부족이었다.
무량사 뒤편의 담벼락을 타고 들어온 흙탕물은 사찰 내 법당과 주방, 화장실, 요사채 등 180여㎡ 전체를 몇 시간 동안 물구덩이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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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진구 초읍동 무량사 법당은 24일 오전까지 황토물바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
사찰 뒤편과 가까운 신도용 화장실은 슬리퍼가 물 위에 둥둥 뜨는 등 한때 흙탕물이 무릅까지 찰 정도였다.
이 같은 수해는 H종건이 아파트부지 내 보행자통행로를 노약자의 통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급경사를 이루는 지형인 서편에 무리하게 설치하면서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시공사는 공사비를 줄이기 위해 폭 2m 정도의 철제계단으로 시공된 보행자통행로에 배수로도 설치하지 않는 등 편법으로 시공했다.
이 때문에 이 사찰은 200㎜가 넘는 집중호우가 내린 지난 2017년 10월 초순에도 시뻘건 황톳물이 7시간 동안 사찰로 밀려들어 전기보일러가 물에 잠겨 못쓰게 됐고, 지상 1층짜리 건물 전체가 습한 건물로 변질되고 곳곳에 균열이 발생하는 피해를 입었다.
또 이날 밤 이 사찰에 사는 신도 정모(32·부산진구 초읍동)씨가 흙탕물이 사찰로 밀려드는 피해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사찰 뒤편 보행자통행로에 나갔다가 급류에 휩쓸려 넘어지면서 허벅지와 장딴지 등 하체 전체에 심한 상처를 입어 119구조대가 출동해 응급조치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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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밤 집중호우 때 사찰 뒤편 방치된 아파트부지에서 밀려든 황토물 바다로 변한 부산 부산진구 초읍동 무량사 외부신도용 화장실 전경. 오른쪽은 무량사 뒤편 담벼락에서 황토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
119구조대는 지혈 등 응급조치를 취한 뒤 정씨를 들것에 싣고 구급차로 이송하려 했으나 보행자통행료의 철제계단이 매우 가파른 데다 미끄러워 이송을 포기했다.
이처럼 피해가 반복되고 있는데다 사업주가 착공할 의지조차 보이고 있지않는데도 관할 부산진구청은 사업승인을 취소하거나 배수로 설치 등 시정명령을 내리지 않고 있다.
부산진구는 오히려 사업주를 편드는 듯한 행정을 펴고 있다. 지난해 4월 사업주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16가구를 늘려 신청한 증축 신청을 승인했다.
이 아파트단지는 H종건이 2015년 하반기 최초 사업계획서 제출 당시에는 120가구를 짓는 계획을 세웠으나 지역주민의 민원과 급경사인 부지여건 등을 감안, 20가구를 줄인 100가구에 대한 사업승인을 내줬다.
그러나 지난해 시공여건이 나아진 개선사항이 전혀 없었는데도 다시 16가구가 늘어난 총 116가구 신축을 허가해 특혜의혹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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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무량사 측이 증축 승인과 관련된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정보공개를 신청했으나 구청이 거부하는 바람에 사찰은 지난 1월 부산진구를 상대로 법원에 정보공개 청구 소송을 제기, 승소해 최근에야 증축심의 관련 자료를 받았다.
무량사 주지스님은 “ 지난 밤 폭우 때 아파트부지에서 내려온 엄청난 황토물이 사찰로 밀려드는 바람에 한 숨도 못 잤다”며 “관할 부산진구청은 지금이라도 착공을 않고 있는 아파트의 사업승인을 취소하던지, 안전조치를 완벽하게 한 뒤에 착공을 하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글·사진 전상후 기자 sanghu6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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