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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일한국대사관에서 양호석 수석교육관이 인터뷰에 대답하고 있다.(사진 =이승민 특파원) |
[로컬세계 이승민 특파원] 교육은 국가의 백년지대계다. 교육은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것들을 가르치고 배움으로써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하고, 사회를 개도, 개선시키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분야이다.
한일간 교육 교류는 물론, 우리 동포들의 교육 현장을 찾아 교육자와 피교육자의 현장 목소리를 귀담아 들으며 올바른 교육의 방향성을 찾고자 애쓰는 외교관이 있다. 주일본한국대사관 양호석 수석교육관(참사관)을 만나보았다.
- 자기소개
1968년 10월, 충남 논산 출생, 서울시립대학교 졸업, 한국교원대학교 교육정책전문대학원 석사, 일본 규슈대학 대학원 교육학 박사, 대한민국 교육부, 일본 사가현 ICT 분야 외부 고문, 주오사카대한민국 총영사관 교육관(영사)을 역임. 현재 주일본 대한민국 대사관 수석교육관(참사관)으로 재직 중이다. 일본 내각부 공인 공익재단법인 한국교육재단 상무이사, 동경한국학교 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 수석교육관이 하는 일은?
일본 정부의 교육정책이나 교육기관의 정책 동향을 파악하여 우리 교육에 참고하는 업무. 일본의 교육기관과 정부 단위의 교류 협력. 우리 정부가 지원하는 한국 학교와 한국교육원이 일본 내에서 교육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 일본의 핵심적 교육기관, 사회단체 등과 교류 협력. 이 밖에도 일본 내 한국어 보급 확대나 우리 정부가 전세계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한국어능력시험(TOPIK)의 확장성을 높이기 위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고, 한국어 채택학교를 지원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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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마치고 교육관실 직원들과 함께 기념 사진(왼쪽부터 조은애 책임실무관, 양호석 수석 교육관, 전혜지 실무관 ) |
- 대사관에 부임한 후 코로나가 한창이었는데 어떤 활동을 했나?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일본사회는 한국의 선진화된 교육시스템과 정보화 현장에 관심을 표했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한국의 주요기관들을 방문하기 위해 미리 교육관실에 노크하는 분들이 적지 않았다.
2021년에는 동경한국교육원 주관으로 한국유학박람회를 개최했다. 온라인으로 실시간 중계하고 박람회를 마친 후에는 관련 내용을 대학별로 나누어 유튜브에 공개했다. 기존의 유학박람회와는 전혀 다른 방식을 시험적으로 시도해 보았다. 참가자들의 반응도 좋았고 우리 대학들이 앞으로 어떤 방식과 콘텐츠로 유학생 유치를 위해 접근해야 하는지를 점검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주요 교육기관과의 교류협력방안도 지속적으로 논의해 왔다. 대표적으로는 국립대학협회, 사립대학협회, 사립대학연맹, 일한문화교류기금, 대학입시센터, 이화학연구소, 국립청소년교육진흥기구, 교과서연구센터, 재일한국인과학자협회, 국제교류기금, 유네스코 아시아문화센터 등을 비롯한 교육기관 및 단체, 그리고 동경대학 등 주요대학, 지자체로는 동경도, 기타 초중고등학교 등을 방문하거나 관계자들과 면담하였다.
코로나로 인해 일본에서의 2020년 토픽시험은 매우 제한적으로 시행되었다. 그 결과 한국 유학을 원하는 학생들이 시험을 응시하지 못해 1년을 더 기다리거나 유학자체를 포기해야만 했다. 일본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안타까움은 매우 컸다. 이후 토픽시험을 시행하지 못한 원인을 분석하여 대응한 결과 2021년은 2019년에 비해 응시자수가 약 50% 늘어났고 4만 1천 명이 무사히 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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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관실 직원들이 주일본한국대사관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 코로나 확산 중에 많은 응시자들을 어떻게 대응했나?
우선 시험장을 코로나 대응시스템으로 전면 개편하여 대규모 시험장을 소규모 시험장으로 분산 시행하였다. 2천명 이상의 대규모 시험장 1곳에서 시험을 시행했던 동경, 오사카, 요코하마 등의 시험장을 2~6개의 시험장으로 분산했다. 이러한 시도는 새로운 시험장을 관리하는 주체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육기관의 행정력과 교육자들의 양심과 의식을 믿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고 새로운 제도가 안착할 수 있었다. 시험장을 운영할 책임자가 없는 경우에는 한국교육재단이 직접 직영하는 방식으로 했고 원하는 수험생은 모두 응시했다.
대마도, 사가, 시마네 등 시골이나 도서 벽지에도 시험장에 유치하는 전략을 펼쳤다. 종전에는 대마도에서 토픽에 응시하려면 2박 3일의 일정이 필요했다. 나가사키까지 배나 비행기로 이동하여 1박을 하고 시험을 보고 나서 또 다시 1박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날씨가 좋지 않은 경우에는 시험 자체를 보지 못하거나, 시험 이후에도 풍랑이 그칠 때까지 나가사키에 머물러야만 하는 어려움이 있어 이번에는 도서지역에도 시험장을 설치했다. 결과는 매우 좋았다. 쓰시마 고교에서 토픽 최고등급인 6급에 합격한 학생이 과거 최다인 9명으로 늘었고 나가사키신문은 이 내용을 자세히 보도해 주었다.
- 일본의 교육이 갖는 특징이 있다면?
오사카에서 교육관으로 재직할 때, 시간이 날 때마다 인근의 대학과 학교를 방문하면서 느낀 것은 일본 교육자나 기성세대들이 바라보는 일본의 교육에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는 점이다. 일본 교육에 대한 자부심과 현재 교육에 대한 불안감이었다.
일본인들은 공통적으로 한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교육과 학생들의 우수성을 높이 평가한다. 뛰어난 영어실력, 외국대학 유학을 향한 열정, 높은 대학 진학률, 삼성 등 대기업이 이룬 성장 동력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든다.
일본 교육의 자부심은 개성이 강한 교육이다. 일본인 출신 노벨상 수상자가 많다는 점과도 연계되어 있다. 일본인들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하고 전통 있는 세계 유일의 교육연구제도에 자부심이 강하다. 노벨상은 최고 수준의 기초학문 분야의 성과이고 당연히 세계 유일의 것을 성취하는 것이기에 다양한 시스템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러한 지원으로 연구자들이 지속성을 가지고 고집스럽게 연구할 있도록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연구비, 주거시설, 최저 생활이 보장되도록 설계되어 있는 소득연계사회보장제도 등을 들 수 있다.
다만 일본의 기성세대들이 걱정하는 것은 아이들의 체력에 있다. 일본의 노인들은 건강과 장수를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일본의 초중고는 5월이나 10월에 매년 운동회를 한다. 운동회를 준비하기 위해 한 달간 뙤약볕과 싸우면서 선생님과 학생들은 운동장에서 반복 연습을 거듭한다. 신체가 건강해야 개인과 사회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믿음이 강하다. 교육분야에서도 이러한 일본사회의 건강정책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교육 외교는 어떻게 하고 있나?
그동안 일본의 교육계를 찾아다니며 많은 교육 외교를 해왔다. 역시 교육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동질감이 강하다. 한국학교 선생님이 일본학교 선생님을 만나면 주고 받는 이야기가 많다. 국경을 넘어 이렇게 동지의식을 갖는 것을 보면 복잡한 한일 관계 실마리도 교육자들의 동력으로 풀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코로나가 안정이 되면 가장 먼저 빗장이 열릴 곳도 교육분야라고 생각한다. 유학생들의 교류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고 막혀 있던 교육 여행도 활로를 찾을 것이다. 앞으로 양국간 교육 교류가 활발히 전개되도록 제도나 정책적 측면에서 연구해보겠다.
- 우리 정부는 언제부터 재일동포 민족교육을 시작했나?
일본과 국교를 수립하기 전부터 재일동포를 대상으로 하는 재외국민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하여 1963년 교장·교감급의 선생님들을 일본에 파견했다. 한일관계가 어려운 시대였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민족학교 설립의 대안으로 일본의 북단 삿포로에서 후쿠오카까지 광범위하게 주일한국교육원을 설립했다. 1980년대에 이르러서는 40곳 이상으로까지 확대됐지만 현재는 일본에 15곳, 전세계에 43곳의 한국교육원이 설치되어 있다.
- 한국교육원이 하는 일은?
한국교육원에서는 재일동포를 위해 한국어, 한국 역사, 한국 문화 등의 민족 교육과 그 지원을 담당하고 있다. 일본인과 현지인을 위해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등 국제 이해 교육적 관점에서의 외연 확대에도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면 한국의 대학 진학에 필요한 교육과정 소개, 교과서 지원, 한국어 강사 파견, 교육관련문제 상담, 일본의 고등학교에 있어서의 한국어교육네트워크인 교사들 조직(JAKEHS)과의 교류도 이루어지고 있다. 일본은 다른 나라보다 한국을 받아들일 수 있는 물적 인적 기반이 강하다. 이러한 일본의 요구를 올바르게 관찰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한국교육원이 담당하고 있다.
- 한국어 능력 시험에 대한 일본인들의 관심은?
2019년에 일본경제신문과 제가 인터뷰를 했을 때, 한국어능력시험(이후TOPIK)에 응시하는 사람이 급격히 증가하는 시기였다. 당시 기준으로 10년 전에 비해 2배, 3배가 증가한 수준이었다. 2019년을 기준으로 해서 비교해 보면 2021년 응시자는 48%가 증가한 4만 1천명이 시험에 응시했다. 이처럼 한국어 학습자가 급격히 늘어났던 적은 없었다. 한국어는 일본사회에 잠재적인 학습 수요가 여전히 많이 있다.
TOPIK은 한국유학뿐만 아니라 일본대학 진학, 한일 비즈니스를 위해 준비한다. 그 밖에도 K문화 네이티브 자들이 한국어 학습에 있어서의 성취와 자기의 실력을 체크해 보는 목적으로 시험을 보는 경우가 있다. 일본대학 입시에서 TOPIK을 자격으로 인정하고 가산점을 주는 학교도 늘어나고 있다. 제2외국어로서 학점으로 인정하는 대학도 최근 증가하고 있다. 일본정부 관광국의 통역안내사 시험에서는 TOPIK 6급 합격자는 한국어 시험을 면제해 주고 있다.
- 일본 내에 한국계 학교는 얼마나 되나?
한국정부 인가 학교는 도쿄한국학교(도쿄도), 학교법인 백두학원(오사카부), 학교법인 금강학원(오사카부), 학교법인 교토국제학원(교토부) 등 4개교다. 한국정부의 인가는 없지만 한국적 전통과 의례를 준수하고 민족교육에 힘쓰고 있는 한국계 학교도 있다. 청구(아오오카)학원 쓰쿠바(중학교·고등학교, 김정출 이사장, 이바라키현), 코리아국제학원(중등부·고등부, 김순차 이사장, 오사카부)가 있다. 민족학급은 해방 후부터 오사카부나 교토부, 고베시 등의 공립학교 안에 설치되어 있고 현재에도 약 200여 개의 초·중학교에서 약 3천 여명의 우리 동포 자녀들이 방과 후 과정으로 모국에 관한 내용을 배우고 있다.
재학생 국적의 비율을 보면 도쿄한국학교에서는 9할 이상이 한국적이다. 이는 주재원의 자녀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백두학원은 한국적 6에 대해 일본적이 4, 금강학원은 5대 5, 교토국제학원은 4대 6의 비율로 유지하고 있다.
학교 학생수는 합계 3천 여명이다. 조총련계 학교 중 조선대학을 제외한 조선학교 68개교의 학생수 5천 여명과 비교하면 적다고 볼 수 있다. 한국계 학교가 없어서 '민족교육을 받을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지만, 한국학교를 많이 세우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라고 본다. 민단 주최의 모국 연수 프로그램인 어린이 잼보리와 다양한 연수, 한국교육원이 지원하는 민족학급, 사설 한글학원 등 일본에는 민족교육을 위한 소중한 교실이 많이 있다. 이들 교육시설에서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보다 재미있고 유익하게 운영해 나가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2014년 7월에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협력 요청을 받은 마스조에 요이치 전 도쿄도지사가 구 도립 이치가야상업고등학교 부지를 학교 부지가 비좁은 도쿄한국학교을 위해 제공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여러 사정에 의해 중지되었다. 도쿄한국학교의 쾌적한 교육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서울의 일본인학교 이전시에 양국이 협력했던 모범적 사례를 재현해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일본학교에 민족학급이 신설되는 에피소드가 있다고 들었는데.
10년 전 일이다. 재일동포 할머니 한 분이 손녀가 다니는 초등학교에 찾아가 손녀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달라고 요청했다. 학교측은 할머니의 사정을 이해한다고 하면서도 '학생 1명을 위해 한국어 교실을 만들 수 없다’고 거절했다. 그러나 할머니는 포기하지 않고 수소문하여 인근 중학교에 한국어 교실이 설치되어 있다는 얘기를 듣고 3년간 손녀를 자전거에 태우고 한국어 수업이 있는 날이면 빠짐없이 손녀를 그 중학교에 데리가서 공부했다.
중학교 측에서도 초등학교 2학년생을 받아주는 것을 꺼렸지만 할머니의 간곡한 부탁을 거절할 수는 없었다. 할머니는 평생 동안 모국어를 모르는 자신이 부끄러웠고 그것이 한으로 남아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손녀에게는 한국어를 가르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중학교 측은 할머니의 사연과 열정에 감동하여 손녀를 받아들였던 것이고 이러한 사연은 오사카시 교육위원회까지 알려지게 되어 결국 손녀의 모교인 후지토초등학교에도 한국어 교실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일본학교에 새로운 민족학급이 할머니와 손녀의 열정으로 설치된 것이다. 제가 2019년 후지토초등학교에 방문했을 때 민족학급에는 10명의 어린이들이 재일동포의 청년 선생님과 함께 즐겁게 한국어를 배우는 것을 보았다. 실로 감동적인 사례이다.
- 한국어를 배우는 일본인들에게 한마디.
2010년에 불가리아 교육부에 한국의 교육정보화 시스템을 설명하기 위해 출장을 가서 교육부 차관을 만난 적이 있다. 당시 장차관의 프로필을 받아 보고 나서 깜짝 놀랐다. 우선 장관, 차관의 연령이 40대 미만이었고 구사하는 외국어가 각각 7개국어, 9개국어였기 때문이다. 주변국과의 밀접도가 높고, 교류나 소통이 활발한 유럽국가의 특징이라고도 볼 수도 있겠지만 신선한 충격일 수 밖에 없었다.
상대국을 알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그 나라의 말이다. 한국어를 공부하는 일본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국과 일본은 서로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너무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다. 언어를 통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을 알게 된 후 삶의 질이 좋아졌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한국어를 배우는 일본인들에게 응원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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