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재단 설립 등 복지향상으로 ‘제2의 김병찬’ 막겠다
전국체전 앞두고 회장선거 잘못…명예로운 마무리 차단
[로컬세계 오영균·라안일 기자]‘사라예보의 영웅’ 이에리사 전 의원이 한국체육계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나섰다. 엘리트체육에 ‘올인’하던 정책을 바꾸고 생활스포츠 저변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생활체육 토대 위에서 피어난 재능들을 소중히 키워 엘리트체육의 꽃을 피우겠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합리적 시스템을 구축해 비리, 부정선수 선발 등으로 훼손된 신뢰를 회복하고 체육인들의 복지를 향상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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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장 후보로 나선 이에리사 전 의원이 29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사무실에서 본지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오영균 기자. |
제40대 대한체육회장 후보로 나선 이에리사 전 의원을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던 지난 29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이 후보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 후보는 2시간가량 체육인 복지향상 등 자신의 공약은 물론 체육회 통합과정에서 발생한 갈등 해소방안, 전국체전을 이틀 앞두고 치러지는 선거 문제점 등을 조근 조근하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이 후보는 “대한민국 체육은 한계점에 와있다.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며 “생활체육 토대 위에서 엘리트체육을 꽃 피워야 한다”고 했다.
이어 “생활체육종목의 다양성을 확대하고 시설공간을 조성하고 그 속에서 재능을 나타내는 영재들을 발견해 엘리트 체육인으로 키워주고 밀어줘야 우리 체육계가 발전할 수 있다”며 “생활체육이 곧 엘리트 체육의 밑거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체육인들의 복지향상을 위한 방안도 제시했다. 우선 체육인복지재단을 설립하고 체육인 ‘증’을 발급하며 체육지도자 직업안정성 확보 및 처우 개선에 나서 생활고로 목숨을 잃은 베이징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김병찬 선수와 같은 일을 미연에 방지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통합 체육회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을 하루 빨리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 후보는 “기존의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 소속된 분들 모두 자신들이 불이익을 받았다고 생각한다”며 “통합과정에서 발생한 갈등들을 어떻게 최소화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대화로 풀어나갈 수 있는지 등이 신임 체육회장의 가장 첫 번째 임무”라고 피력했다.
이 후보는 통합 대한체육회장 선거일정에 대해서는 강하게 비판했다. 이 후보는 “체육인의 가장 큰 행사인 전국체육대회 이틀 전에 투표하라는 것은 선수, 지도자 등을 배려하지 않은 거”라며 “특히 대한체육회장과 국민생활체육회장 두 분이 체전을 마무리 짓고 명예롭게 (직에서) 내려와야 하는 데 그렇지 못하게 됐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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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리사 후보가 자신의 공약을 설명하고 있다. 오영균 기자. |
다음은 이 후보와의 일문일답.
선수출신들로부터 큰 지지를 받고 있는 것 같다. 피부로 체감하는지.
선수, 지도자, 행정가, 국회의원 등 50여년을 체육을 위해 살았다. 제 인생에서 체육을 빼고 말 할 수 없다. 제가 그동안 체육인으로 살아오면서 무엇이 미흡한지, 무엇이 어려운지, 체육인들의 아픔이 먼지 등등 체육인들을 위해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제자리 머물지 않고 한보, 한보 걸어왔던 것이 지지를 받지 않나 생각한다.
체육회 통합과정에서의 잡음으로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의 갈등이 생각보다 크다. 통합체육회 초대회장이 된다면 갈등해소가 우선인데 구체적인 방안이 있나.
여러 곳에서 듣고 있고, 알고 있고, 여러 방향으로 고민하고 있다. 통합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다보니 무리한 결론도 있었던 것 같고, 그 과정에서 소외종목들도 발생하는 등 잡음이 있었던 건 같다.
기존의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 소속된 분들 모두 자신들이 불이익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특히 전 국민이 체육인인데 제도를 강화시키면서 이들에 대한 참여의 문을 열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제도는 모르겠는데 참여가 안 되니 소외감, 박탈감 등이 분출된 것 같다.
한마디로 소통이 잘 안된 것 같다. 당선 여부를 떠나 체육인의 한사람으로써 가볍게 생각하지 않고 합리적으로 풀어내야 할 문제라고 본다. 그것이 신임 체육회장의 가장 첫 번째 임무라고 생각한다.
정당 규정에 대한 효력정지 판결로 막판 후보 대열에 합류했다. 타 후보에 비해 준비과정이 짧은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제가 체육인으로 살아온 시간이 50여년이다. 운동만하고 감독만 했다면 제 자신도 부족하다고 생각했겠지만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선수, 코치, 감독, 교수, 행정가, 그리고 국회의원으로써 체육정책을 꼼꼼히 살펴보고 정책을 펼쳤다. 운동, 인사, 행정, 예산까지. 대한체육회에서 예산확보, 정책설립, 법안제출 등등. 이제 어떤 메커니즘으로 돌아가야 하는지 알겠다.
짧은 시간이 아쉽지만 제가 체험하고 느낀 것들이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크게 걱정되지 않는다. 건방지게 들릴 수 도 있지만 체육에 관련해선 누구보다 많이 알고, 해냈다고 자부한다. 선수의 길도 걸어왔고, 행정가로써 선수들이 경기력 향상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지원도 해봤고 국회에서 체육계 발전을 위해 노력한 경험도 지니고 있다. 어느 누구보다 잘 할 자신 있다.
공약에 대한 이야기 전에 체육회 수장이 된다면 꼭 이루고 싶은 정책 또는 과제 한 가지만 꼽는다면.
우선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통합과정에서 불거진 갈등해소가 먼저이고 생활체육 저변 확대가 절실하다.
아울러 대한민국체육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엘리트체육정책은 한계점에 왔다. 생활체육 바탕 위에 영재들을 양성해 지속적으로 키워주고 밀어줘야 한다. 생활체육 기반을 조성해 차세대 체육영재 발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즉 생활체육 토대 위에서 엘리트체육이 꽃 피워야 한다. 그래서 체육이 있는 삶을 실현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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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리사 후보가 자신의 현수막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영균 기자. |
체육이 있는 삶을 공감하지만 우리의 경우 유치원 및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배우는 태권도가 전부라 할 수 있다. 어릴 적부터 입시에 치여서 체육이 삶과 동떨어져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입시위주 교육에 밀려난 학교체육의 정상화를 추진하겠다. 학교체육의 정책은 학교입시의 변화에 따라 많은 굴곡을 겪었다. 체육시수의 감소, 입시제도의 미반영 등 학교 현장에서 홀대를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학교에서의 체육활동은 학생이 행복할 수 있는 필수조건으로 자리매김했고, 현 정부 역시 학교체육의 활성화 및 정상화를 중요한 교육 정책의 기조로 삼고 있다. 이는 체육의 가치를 학습의 대상에서 벗어나 삶의 중요한 부분으로 보는 선진국의 관점과 정확하게 일치하고 있다.
학교체육을 정상화를 위해 학교의 교사, 학생뿐만 아니라 체육지도자, 체육단체 구성원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체육의 새로운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위원회(가칭)’를 신설해 지속적으로 공론화해 해결해 나가겠다.
위 질문 연장선에서 생활체육 기반 확장도 절실하다. 이에 대한 방안이 있다면.
사실 생활체육은 어릴 적부터 체험해야 한다. 3살, 4살 때부터 수영장에서 시간을 보내는 등 물과 친해져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생활체육 기반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수요는 많은데 장소가 없다. 시설 확충과 더불어 기존 시설들을 더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체육인 ‘증’ 발급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체육인 ‘증’은 선수 등 일부 체육인을 위한 것이 아닌 전 국민을 위한 제도다. 체육을 즐기려는 국민들이 체육인 증을 발급받아 체육시설을 기존보다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고 체육시설에는 세제지원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생활체육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국회에 있을 때부터 체육인 복지향상을 이야기 해왔다. 이를 위한 공약이 있다면.
국회에 있을 때 복지법을 만들어 통과시키려다 못해 폐지됐다. 복지재단 설립이 문제였다. 복지법의 핵심은 재단설립인데 이게 안 되면 의미가 없다.
운동 잘 하는 그리고 인기종목에 있는 선수들은 문제없다. 하지만 국가대표이면서도 메달을 못 따고 비인기종목에 있는 선수들은 정말 막막하다. 정부의 포상금, 복지연금 등의 혜택을 받는 사람은 0.2~0.3%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짧은 선수생명이 끝나면 미래가 없다.
메달 못 땄지만 공로가 있는 선수들 은퇴하면 교육하고, 사회진출 훈련시키고, 일자리 연결시켜줘야 하고, 해야 할게 많은데 지금 수박 겉핥기로 하고 있다.
복지재단 설립되면 이들에 대한 지원 사업을 할 수 있다. 지금처럼 소규모 복지팀이 아니라 재단을 설립해서 체육인들의 복지를 향상시켜야 한다. 전체적으로 돈 많이 안들 게 시작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공제회처럼 만들어 자생력을 갖추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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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리사 후보가 전국체전 이틀 전에 치러지는 통합회장 선거일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오영균 기자. |
전국체전 이틀 전에 통합회장 선거를 치른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전국체육대회는 체육인의 가장 큰 행사다. 어떻게 보면 시도체육회, 선수들의 1년 농사가 결실을 맺는 자리다. 그런데 체전 개막 이틀 전에 투표하기 위해 서울에 와야 한다. 체전을 앞두고 컨디션 조절을 해야 하는 선수를 비롯해 지도자, 임원들에 대한 배려가 없다. 이게 잘하는 행정인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또 하나 지금 직에 있는 두 분 회장님에 대한 배려도 부족하다. 양 단체를 이끌어오던 분들이 체전을 이틀 앞두고 물러나게 됐다. 체전은 말 그대로 체육인들의 행사 아닌가. 대회를 위해 준비했던 분들이 잘 마무리 할 수 있어야 하는 데 그렇지 못하게 됐다. 체전을 마무리 짓고 명예롭게 (직에서) 내려올 기회를 박탈한 것 아닌가. 누가 회장에 당선 되도 “나도 체전 전에 잘리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지방체육단체 및 경기단체에 재정지원 확대를 공약했다.
사실 지금까지 대한민국 체육은 시도체육회, 지방대학, 일선 학교 등 이분들 수고로 유지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도 대한민국 체육발전을 위해 더 힘 써달라고 요청하기 위해 재정지원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돈을 줬다고 지방의 자율권을 침해할 생각도 없다. 한마디로 간섭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방체육발전은 지방체육회가 더 잘 안다. 중앙은 지방이 일할 수 있는 예산과 인적자원을 보내주고 환경을 조성하면 된다. 지방체육이 살아날 수 있는 대안들을 지방체육인들과 상의해서 뒷받침만 하면 된다.
국민들이 체육회에 대한 실망이 커지고 있다. 신뢰회복을 위한 방안이 있다면.
비리, 부정선수 선발 등 체육회에 대한 부정한 이미지가 형성됐다. 국민들에게 실망만 많이 줬다.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 시스템에 맞춰 누구도 벗어날 수 없게 엄격하게 처리하면 된다. 요즘 시대에 시스템에 맞춰야 하는 데 여전히 사람한테 맞춰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가장 좋은 해법이다.
시스템 안에서 행정이 이뤄지면 누구보다 깨끗하고, 국민이 신뢰하는, 국민에게 사랑받는 체육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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