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감사 등 1326건 감사로 예산절감‧제도개선
메르스 등 감염병 시스템 상시 점검
여성계 활동경험 통해 직원들 낮은 소리 경청
▲전북대병원 최옥선 상임감사. |
[로컬세계 라안일 기자] 첫 여성대통령 취임, 사법고시 등 주요 고시 여성 수석합격자, 공무원 합격자 여성 ‘강세’ 등 바야흐로 여성시대다. 일부 남성들은 여성들의 활발한 사회진출과 여권 신장 등에 ‘여성 우위시대’에 살고 있다고 한탄한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여전히 우리 사회는 남성 위주로 돌아간다. 특히 어느 분야든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여성의 승진을 가로막는 ‘유리천장’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여기 임명직이지만 유리천장을 깨고 호남지역 최초의 국립대병원 상임감사에 취임한 이가 있다. 주인공은 전북대학병원 최옥선 상임감사. 지난 7일로 취임 1주년을 맞은 최옥선 감사는 호남지역 최초의 국립대병원 여성 상임감사로써 모든 면에서 모범이 돼야한다는 사명감으로 바쁜 한 해를 지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발생한 메르스 사태로 전북대병원의 환자 치료에 대한 종합적인 대응체계를 꼼꼼히 살펴보고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지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병원의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일상감사를 강화하고 이를 행하는 자체 감사인력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피력했다. 특히 1년간 총 1328건의 일상감사와 총 4회의 정기 감사를 통해 병원의 예산절감은 물론 불합리한 제도 개선에 나섰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 감사로부터 지난 1년과 앞으로의 2년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전북대병원 첫 여성감사로 취임한지 1년이 지났다. 우선 소감 한마디부터 하자면.
호남지역 최초의 여성 상임감사로서 모든 면에서 모범이 돼야 하고 잘 해야겠다는 사명감으로 적지 않은 부담감을 가지고 하루하루 바쁘게 지낸 한 해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국립대병원인 전북대학교병원의 업무전반에 대한 감시 및 견제와 더불어 병원 내 청렴문화 확산 등 지역거점병원으로서의 전북대병원의 역할이 무엇인가 생각했다.
또한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소외받고 어려운 환자들을 위해 감사로서의 역할이 무엇인가 고민하며 전북대병원이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감사로서 미력하나마 힘을 보태고자 노력한 한해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지난 1년 동안의 성과와 아쉬운 점을 하나씩 꼽자면.
비록 1년이란 기간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기간이지만 지난 1년간 총 1328건의 일상감사와 총 4회의 정기 감사를 통해 병원의 예산절감은 물론 불합리한 제도 개선과 대안을 제시했다. 병원의 재정건전성 확보와 발전에 도움을 준 것이 성과이나 감사업무 수행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오해가 생기거나 저의 생각이 일부 직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것은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 이러한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직원들이 이해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밖에서 바라본 전북대병원의 모습과 직접 겪어본 결과 차이가 있다면.
병원에 몸담기 전에는 그저 몸이 아파서 찾게 되는 환자의 한 사람 정도로서 일반인과 별반 다를 게 없었고 대학병원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 등에 대한 편향된 시각을 가지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전북대병원의 상임감사라는 지위를 가지고 있고 전북대병원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청렴 및 부패방지 등 국가의 정책수행과 감사본연의 업무수행에 대한 부담감과 더불어 막중한 책임감 및 사명감을 가지게 됐다. 대학병원이 안고 있는 문제점이나 지역사회에서의 역할 등에 대한 관심도 많아졌으며 이러한 대학병원의 역할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는 내 자신의 모습에 스스로 놀랄 때도 있다.
감사의 주요 역할은 새는 돈을 막는 데 있다.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추진한 정책이나 활동을 설명하자면.
병원의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일상감사를 강화하고 이를 행하는 자체 감사인력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다. 특히 정기 감사나 특정감사는 이미 이뤄진 업무 중 잘못된 부분을 사후 적발해 개선·시정 요구 또는 행위자에 대한 신분상, 재정상 조치 등을 취함으로써 행위자는 물론 조직 전반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러한 폐단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예방감사인 일상감사를 강화해 불필요한 예산 낭비 및 병원의 피해를 최소화 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아울러 국립대병원 감사협의회 및 전북지역 공공기관 감사협의회 등 정례회의를 통해 각 기관의 감사사례 및 감사관련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감사인력의 전문성을 제고하는 한편 감사교육원 등 전문 교육기관의 교육에도 적극 참여, 역량을 강화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오랫동안 활동한 것으로 알고 있다.
여성운동가로 전북성폭력상담소장과 여의도연구원 정책자문위원 등을 역임하며 약자편에서 비판과 감시의 역할을 해왔다. 전주여성의 전화에서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한 게 여성계에 첫 발을 들여놓게 된 계기였다. 억압받고 상처 입은 여성들의 소리를 들으며 ‘내가 할 수 있는 뭔가를 찾아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이후 성폭력, 가정폭력과 성매매 등의 상담활동을 해왔고 전북성단체연합 생활자치위원, 전북여성정치발전센터, 전주여성의 쉼터에 몸담았었다. 전북성폭력상담소장, 이주여성과 자녀들의 인권을 위해 활동하는 (사)전북다문화진흥원 원장도 역임하면서 약자편에서 비판과 감시의 역할을 꾸준히 전개해 왔다.
이 같은 경력이 상임감사 활동에 도움이 됐는지.
여성계에서의 오랜 활동이 병원 내에서도 소외받는 직원들의 작고 낮은 소리를 듣는 따뜻한 감사가 될 수 있게 하는 밑거름이 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 때의 견제와 비판의 마음가짐이 병원에서 감사역할을 행할 때 예산집행과정 자체보다는 예산집행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뤄졌고 병원발전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를 보게 함으로써 자연스레 발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감사로 이어져온 것 같다.
의료계 또한 남성 위주의 수직적인 상하구조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 같은 인식을 전환하기 위한 노력이 있다면 병원뿐만 아니라 아직 우리 사회 전반에 남성 우위의 모순된 구조가 곳곳에 존재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여성감사인 제가 뭔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다.
병원 집행부도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 만큼 시간은 걸리겠지만 점차 개선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 봅니다.
지역거점 대학병원으로서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있다면.
대학병원의 설립 목적이 고등교육법에 의한 의학·치의학 및 간호학 등에 관한 교육·연구와 진료를 통해 의학발전을 도모하는데 있음에 따라 이러한 목적 달성을 위해 전 종사원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한편으로 사회적 약자 및 의료 소외계층에 대한 의료공공성 강화에도 역점을 둬야한다.
물론 국립대병원이 병원의 운영비의 대부분을 진료 수익으로 충당해야 하고 한편으론 공공의료사업을 수행해야 하는 말하자면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하는 상황이지만 이에 대한 집행부의 현명한 정책 결정이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메르스 사태 이후 지역거점병원을 중심으로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이야기들이 많다. 현재 전북대병원의 대응체계는 어떤가
당시 전북대병원은 전북지역거점병원으로서 메르스 확산 방지 및 치료에 중추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고 의료진을 포함한 전 구성원이 맡은 자리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습니다. 그 결과 우리 전북지역에서는 다른 지역과 달리 큰 문제없이 메르스 파고를 슬기롭게 해쳐나갈 수 있었지 않았나 생각된다.
현재 전북대병원은 감염병 환자 치료를 위한 음압병실이 격리병동 내에 6병상이 마련돼 있고 해당 병동은 일반인과 완전히 차단된 별도의 통로를 이용하도록 돼 있어 감염 예방에 대한 확실한 장치가 마련됐다. 실제 이러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지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3년 임기 중 1년이 지났다. 앞으로 남은 2년간의 활동 방향이나 목표가 있다면
상임감사로 취임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앞으로 남은 소중한 2년 동안 기존 감사시스템인 지시, 관리, 감독 차원의 행정통제 방식을 지양하고 수감부서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최대한 보장하되 그에 따른 책임도 함께 부여하는 풍토를 조성하고자 한다, 또한 사전 예방감사를 강화해 병원의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자 한다.
특히 정부의 중점 과제인 청렴 및 부패방지를 위한 활동도 강화해 조직 전반에 청렴문화를 확산 하는데도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일은 저 하나의 노력만으로는 이루기 어렵다. 전 구성원이 함께 동참함으로써 달성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직원들의 역량으로 임기 내 이뤄지리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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