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8곳과 퇴원환자 연계…중간집 운영으로 가정 복귀 지원
AI 돌봄 로봇·병원 동행 서비스 도입…건강관리부터 이동까지 지원 확대
민관 협력과 동별 전담창구 강화…돌봄 사각지대 조기 발굴 체계 구축
[로컬세계 = 임종환 기자]병원 치료를 마치고 퇴원해도 곧바로 일상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 혼자 식사를 준비하거나 약을 챙기기 힘든 노인, 집 안에서 이동하기조차 어려운 환자에게는 퇴원 이후의 생활이 또 다른 과제가 된다. 주거환경이 안전하지 않거나 가족의 돌봄 부담이 큰 경우에는 병원과 가정을 오가는 상황이 반복될 수도 있다.
돌봄이 필요한 시민이 살던 곳에서 생활을 이어가려면 의료와 복지, 건강관리, 주거 지원이 따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 필요한 서비스를 적절한 시점에 연결하고, 건강 상태와 생활 여건이 달라지면 지원 내용도 함께 조정해야 한다.
고양특례시가 추진하는 ‘고양형 통합돌봄’은 이 같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지역 기반 돌봄체계다. 전국 단위 통합돌봄 제도에 고양시의 특화서비스인 ‘고양온돌’을 결합하고, 의료기관과 복지시설, 보건소, 동 행정복지센터의 협력을 확대해 돌봄 공백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생활 지원과 주거환경 개선, 복약 관리에서 출발해 퇴원환자의 가정 복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건강관리, 병원 진료 동행까지 지원 범위를 넓히는 방식이다. 돌봄이 필요한 시민을 개별 서비스에 맞추기보다 시민의 생활을 중심에 두고 여러 지원을 연결하려는 시도다.
생활·주거·복약을 한데 묶다…‘고양온돌’로 돌봄 기반 구축
고양시는 통합돌봄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제도와 조직 정비를 이어왔다. 지난해 9월 관련 조례를 제정했고, 전담 조직과 인력 배치를 마쳤다. 올해 2월에는 민간 전문가와 관련 기관이 참여하는 통합지원협의체를 구성했으며, 보건의료단체 5곳을 포함한 19개 유관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현재 시가 추산하는 관내 복합적 돌봄 지원 필요 대상자는 약 4만2천 명이다. 개인마다 건강 상태와 주거 여건, 가족 지원 가능성이 다른 만큼 한 가지 서비스만으로는 필요한 도움을 모두 제공하기 어렵다.
이에 시는 올해 상반기부터 ‘고양온돌-생활이음’, ‘고양온돌-공간이음’, ‘고양온돌-약속이음’을 중심으로 지역 특화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생활이음’은 공적 돌봄서비스를 이용하기 전 긴급하게 도움이 필요한 시민에게 가사와 식사, 이동 등을 한시적으로 지원한다. 기존 서비스가 연결되기까지 발생할 수 있는 공백을 메우는 역할이다.
‘공간이음’은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낙상이나 화재 위험을 줄이고 위생 관리와 편의시설 설치를 지원해 집 안에서도 보다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약속이음’은 약사가 대상자의 가정을 방문해 복용 중인 약과 복약 실태를 확인하고 맞춤형 복약 지도를 제공한다. 여러 종류의 약을 복용하는 시민이 약을 잘못 먹거나 복용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문제를 줄이기 위한 서비스다.
시는 이와 함께 노쇠 예방과 능동형 건강관리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이미 건강이 악화된 뒤 대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일상생활 수행 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예방하는 데도 정책의 무게를 두고 있다.
퇴원 뒤가 더 막막하지 않도록…병원에서 집까지 돌봄 연결
통합돌봄의 필요성이 두드러지는 분야는 퇴원환자 지원이다.
병원에서 치료를 마쳤더라도 거동이 불편하거나 혼자 생활하기 어려운 환자는 곧바로 집으로 돌아가기 힘들 수 있다. 퇴원 전 건강 상태와 주거환경, 가족의 돌봄 여건을 살피지 않으면 가정 복귀 이후 필요한 지원이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고양시는 이러한 공백을 줄이기 위해 기존 협약을 맺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에 이어 지난 7월 관내 의료기관 8곳과 퇴원환자 연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 기관은 종합병원 6곳과 재활병원 2곳이다.
의료기관은 환자가 퇴원하기 전 통합돌봄이 필요한지를 살펴 시에 연계하고, 시는 대상자의 상황에 따라 일상생활 지원과 보건소 방문 건강관리, 중간집 이용 등을 연결한다. 가족이나 보호자에게 돌봄 방법을 안내해 가정에서도 환자를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퇴원 후 곧바로 집에서 생활하기 어려운 환자를 위한 중간집 ‘고양온돌하우스’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함께 시범 운영한다. 일정 기간 머물면서 방문 건강관리 등 집중적인 돌봄을 받은 뒤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이다.
이 같은 지원이 안정적으로 작동하려면 병원과 행정기관 사이의 정보 전달뿐 아니라 퇴원 이후 실제 서비스가 제공되는 시점까지 관리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환자의 건강 상태와 주거 여건을 미리 확인하고 필요한 지원을 끊김 없이 연결해야 가정 복귀를 돕고 불필요한 재입원 위험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AI 돌봄 로봇부터 병원 동행까지…생활 속 지원 넓힌다
고양시는 거주지에서 생활하는 시민의 건강관리와 이동을 돕는 신규 서비스도 확대할 계획이다.
‘고양온돌-서로이음’은 AI 돌봄 로봇을 활용해 건강관리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대상 가정에 로봇을 설치해 낙상 예방 체조와 인지 자극 활동, 복약 알림 등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동작 감지와 대화 패턴 분석 등을 통해 건강 이상이나 인지기능 저하 가능성을 살피는 기능도 계획에 포함됐다.
다만 AI 기술이 건강 이상을 감지하거나 인지 저하 가능성을 선별하더라도 그 자체로 의료적 진단을 대신할 수는 없다. 이상 징후가 발견됐을 때 의료진이나 담당 인력이 확인하고 필요한 지원으로 연결하는 절차가 함께 마련돼야 실질적인 돌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고양온돌-동행이음’은 와상 환자나 휠체어 이용자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운 시민의 병원 방문을 지원한다. 특수차량과 동행 인력을 통해 집에서 출발해 진료를 받고 귀가하기까지 이동 과정을 돕는다.
이 밖에도 거동이 불편한 시민을 위한 배뇨 자동처리 돌봄 로봇 대여, 독거노인의 안부 확인을 위한 우유 배달 등 생활 여건에 맞춘 서비스도 추진하고 있다.
시는 보건의료와 복지 분야의 민관 협력도 확대한다. 고양시의사회 등 보건의료단체와 복지관 등이 현장에서 돌봄이 필요한 시민을 발견하면 최소한의 정보를 바탕으로 시에 연계할 수 있도록 절차를 마련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과 보건소가 함께하는 ‘고양온돌-이음상담소’도 9월부터 11월까지 운영한다. 관내 의원과 경로당, 복지관 등을 찾아가 만성질환 관리와 낙상 예방 교육, 통합돌봄 상담을 함께 제공해 잠재적인 돌봄 위기가구를 조기에 발견한다는 취지다.
동네에서 발견하고 지역에서 해결하는 돌봄체계로
통합돌봄은 서비스 종류를 늘리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정작 지원이 필요한 시민을 찾아내고, 상담부터 서비스 연결과 사후 확인까지 이어지는 전달체계가 갖춰져야 한다.
고양시는 각 동 행정복지센터와 보건소에 통합돌봄 전담인력을 배치해 시민과 가까운 곳에서 대상자를 발굴하고 상담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동 행정복지센터의 상담 기능과 보건소의 건강관리 서비스를 연결해 복지와 의료가 따로 움직이는 문제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민경선 고양시장은 통합돌봄을 시민이 살던 곳에서 건강한 일상을 이어가도록 돕는 기반으로 보고, 보건의료와 복지 현장 중심의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앞으로의 과제는 마련한 제도가 현장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작동하느냐다. 대상자 발굴이 실제 서비스 이용으로 이어지는지, 퇴원환자가 가정으로 돌아간 뒤에도 지원이 지속되는지, AI 돌봄 서비스가 건강관리와 위기 대응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 등을 살펴야 한다.
돌봄이 필요한 시민에게 중요한 것은 서비스의 명칭이나 개수가 아니라 필요한 순간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느냐다. 고양형 통합돌봄이 의료·복지·주거·이동 지원을 하나의 체계로 연결해 시민의 일상을 지키는 안전망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임종환 기자 lim46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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