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명은 서로를 향한 본질적인 그리움을 품고 있다. 이것은 생명의 가장 깊은 본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생명은 종종 침묵하며 스스로를 은폐한다. 한 번도 태어난 적 없는 듯, 육체를 입지 않은 듯, 생명은 고요한 광야에 몸을 숨긴다. 멀리 사라지는 노을 속, 한 줌의 모래알, 낡아 흐느적거리는 옷깃, 작은 물고기의 비늘 한 조각 속에도 스며들어 있다. 마치 은하수처럼 거대한 존재가 스스로를 겹겹이 접어 숨기는 것과 같다.
현대인들은 물질문명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무한한 속도 경쟁에 내몰린다. 각자 저마다의 '무지개'를 좇지만, 그 과정에서 삶의 균형을 잃고 존재의 본질과 근원을 망각한다. 생명의 본질에 다가가고자 하는 열망이 커질수록, 손에 잡히는 것은 차갑게 굳은 껍질, 화려한 가면, 부서진 파편뿐이다. 나는 이 만날 수 없는 것을 만나기 위해 돌을 부수고 산을 허물며, 화폭을 긁고 물감을 뿌리며, 제 존재를 지워내는 지난한 몸짓을 반복하고 있다.
내가 추구하는 것은 견고한 형상을 포착하는 것이 아니라, 그 형상 너머에 깃든 생명의 빛을 발견하는 것이다. 마치 아이가 허공에 포충망을 휘두르며 나비를 잡으려는 것처럼, 나는 무의미해 보이는 붓질을 끊임없이 반복하며, 그리고 지우고, 쌓고 또다시 지우고 새기는 과정을 거친다. 이 모든 작업은 결코 헛된 시도가 아니다. 수많은 실패의 층위 속에서 마침내 생명의 빛이 희미하게라도 비출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 단 한 번의 성공만으로도 빛은 너무나 황홀하고 강렬하여, 한 번이라도 그 빛을 경험한 이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존재로 거듭나게 되며, 그 감동은 영원히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믿는다. 아니,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
이러한 소망이야말로 예술의 가장 깊은 뿌리이며, 생명이 피워내는 가장 아름다운 꽃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로컬세계 / 이태술 기자 sunrise12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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