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기소에 무게, 유-무죄 피 터지는 법정싸움 될 듯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수사와 이재명 리스크 총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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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기환 칼럼리스트. |
국민정서가 보수와 진보세력으로 갈라지듯 이재명 대표의 잦은 검찰소환을 놓고 국민여론은 둘로 나뉜다. 하나는 '이렇게 범죄 혐의가 많은 사람이 대선 후보를 거쳐 야당 대표까지 하고 있다는 것이 비극이다. 또 하나는 '강력한 차기 대선 후보라는 이유로 이렇게까지 고초를 겪아야 하나‘이다.
사건을 좇는 사회부기자들도 여론의 향방을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 이렇게 보면 이 말이 맞는 것 같고, 저렇게 보면 저 말이 맞는 것 같다. 관점이 있는 뉴스 ‘프레시안’에서 독자들의 이해와 판단을 돕는 심층 취재 보도를 다뤘다. 인용해 본다.
이 대표가 연루돼있는 사건은 크게 세 건으로 분류된다. 모두 이 대표가 성남시장 또는 경기도지사로 재직하던 당시 일어난 일들이다. 성남FC 구단주였던 이 대표가 각 기업으로부터 후원금을 받고 민원을 해결해주었다는 이른바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을 비롯, 성남시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일부 민간업자들에게 특혜를 몰아줬다는 '대장동 특혜 의혹 사건', 이 대표의 법률 위반 사건 변호인 선임비를 쌍방울 그룹이 대납했다는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등이다.
단군 이래 최대 공익 환수 개발 사업. 혹은 단군 이래 최대 비리 사건으로 치부된 대장동 사건의 시작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성남시장에 처음 당선된 이 대표는 대대적으로 대장동 개발 사업 추진 계획을 발표한다. 개발방식은 100% 공영 개발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은 당시 새누리당 시의원들이 '사업 실패에 대한 부담'을 이유로 반대하며 번번이 막혔다. 이에 이 대표는 공공·민간 공동 사업으로 방향을 틀었고, 결국 시의회 승인을 받아 성남시 산하 공기업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설립했다.
성남도개공은 2015년 자금 조달, 사업 수행을 할 민간 사업자를 공모했다. 성남시가 재원을 투자하지 않고, 개발에 필요한 재원은 사업자가 참여하는 시행사가 대는 방식이었다. 이같은 공고에 하나은행, 산업은행, 메리츠증권 등 세 개의 금융기관이 참여했는데, 성남도개공은 그 가운데 자금 조달 능력이 우수하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5503억 원 상당의 개발 이익 환수를 보장하기로 한 하나은행 주관 컨소시엄(개발이익단체)을 민간 사업자로 선정하게 된다.
이후 하나은행 컨소시엄은 사업이 부실해질 경우 그 위험을 모기업이 지지 않기 위해 세우는 특수목적법인(SFC) '성남의뜰'을 출범시킨다. 성남의뜰의 납입자본금은 총 50억 원이었다.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성남도개공이 최우선주로 25억을 출자해 50%에 1주를 더해 최대 주주가 되었고, 2순위 우선주인 은행과 보험사는 43%인 21억 5000만 원을 출자했다.
그리고 나머지 민간 투자자들이 7%를 출자했다. 이 민간 투자자들이 바로 우리가 익히 들어 아는 천화동인(SK증권)과 화천대유이다. 화천대유는 언론사 법조 기자 출신 김만배 씨가 100% 지분을 가진 자산관리사이며, 천화동인은 사실상 김 대표와 그의 지인, 가족 등 개인투자자들로 구성된 특정금전신탁(고객이 직접 자산운용 방법을 지정하는 신탁 상품)이다.
성남의뜰 납입자본금으로는 천화동인, 그러니까 김 대표 지인들이 6%인 3억 원을 출자했고, 화천대유, 즉 김 대표 본인은 1%에 해당하는 5000만 원을 출자했다. 문제는 배당금 분배 구조였다. 확정 이익이 발생할 경우 우선주인 성남도개공과 금융사들이 수익을 먼저 가져간 다음 남는 것을 보통주인 민간 투자자들이 가져가는 구조다. 보통주는 가장 나중에 이익을 배당받는 대신, 부동산 가치가 상승하면 그로 인한 이익을 모두 챙길 수 있는 것이다.
대장동 사업은 결과적으로 '대박'이 났다. 2018부터 2020년까지 3년간 배당금이 무려 5903억 원 발생한다. 개발 이후 부동산 가격이 어마어마하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확약된 분배 구조에 따라, 최대 주주인 성남도개공은 1830억 원을 일단 가져갔다. 그리고 5개 금융사는 투자금의 연 25% 이자 협약으로 배당금은 갖지 못하고 32억 원만 챙겼다.
이렇게 분배하고 남은 68%의 배당금은 고작 7%를 출자한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에게로 돌아갔다. 천화동인은 3463억 원, 화천대유는 577 원 억을 배당받았다. 특히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1호를 소유한 김 대표의 경우 총 1785억 원을 챙기게 되는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두게 된다.
5000만 원을 투자해 배당 577억 원을 가져가는 구조로 되어있어 정상적인 투자형태는 아닌 것으로 보여 진다. 분배방식에서 특혜의혹이 거세게 제기되자 이재명 대표는 '결과론적인 이야기'라며 특혜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이 대표 측은 대선후보였을 당시 배포한 설명자료를 통해 "민간 사업자를 공모한 2015년에는 부동산 경기가 그리 좋지 않았다"며 “민간 사업자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으로. 투자한 돈을 몽땅 잃을 수도 있는 도박을 한 것인데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리고 성남시 입장에선 우선주로 확정 이익을 가져가는 게 "부동산 업황을 예측할 수 없는 환경에선 생각한 최선의 수익구조였다"고 강조했다. "성남시가 대장동 개발사업을 민관 공동 개발사업으로 추진한 이유는 자금 조달과 PF 대출금 보증 등 사업 위험을 부담하지 않으면서도 일정한 개발 이익을 환수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우선주를 선택한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이 대표의 이와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제기는 이어지며 처음부터 분배방식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수도권 신도시 택지 개발은 보통 상당한 규모의 이익이 예상되기 때문에 확정 이익만 정할 것이 아니라 시행사가 가져갈 초과 수익에 상한을 둬 일부는 성남시가 가져갈 수 있도록 해야 했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민간 사업자 모집 당시 하나은행 컨소시엄과 경쟁했던 메리츠증권 컨소시엄의 경우 초과이익 배당을 제안했는데도 성남도개공이 탈락시켰다는 점에서 애초 민간 사업자가 정해져 있던 것 아니냐는 특혜 의혹도 불거졌다. 화살은 결국 당시 성남시장으로서 대장동 사업을 총괄한 이 대표에게까지 향하고 있다. 시장이 민간 투자자들에게 과도한 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사업 구조를 설계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온 것이다.
특히 하나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한 화천대유는 성남도개공이 민간 사업자를 공모할 당시 설립 일주일밖에 되지 않은 신생 회사였다. 그런데도 성남도개공은 내부 직원 3시간, 외부 평가위원 4시간의 초고속 심사 후 하나은행 컨소시엄으로 선정하며 특혜 의혹은 더욱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성남도개공 측은 이같은 의심의 눈초리에 대해 외부 심사위원들의 경우 3개 컨소시엄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추첨을 통해 선정한 것이며, 내부 직원 평가는 답이 명확한 객관식 평가였기 때문에 심사 절차가 공정했다고 해명했다. 이재명 대선 캠프에서도 "시간을 길게 두면 오히려 로비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평가위원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없었고, 탈락한 컨소시엄도 이의 제기를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 "화천대유가 아니라 하나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이 높은 점수를 받아 그에 소속된 화천대유가 덩달아 선정된 것"이라며 특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래도 의혹은 남는다. 대장동 개발을 통해 고수익을 낸 민간 투자자들의 관계도를 살펴보면 의심은 더욱 커진다. 먼저 화천대유 지분을 100% 소유한 김 대표는 천화동인 1호 소유자이다. 여기에다 천화동인 2호는 김 대표의 부인, 3호는 김 대표의 누나로 되어있다. 그리고 4호가 이른바 '대장동 3인방' 중 한 명인 남욱 변호사. 그리고 5호가 '대장동 설계자'로 알려진 정영학 회계사다.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는 서강대 동문으로, 대장동 사업이 구체화되기 훨씬 전인 지난 2009년부터 사업에 뛰어들었다. 남 변호사는 과거 대장동 부지 70%가량을 매입했다가 대출을 받은 부산저축은행이 파산하면서 소유권을 잃은 뼈아픈 기억이 있는 인물이기도하다. 그는 설상가상으로 대장동을 공공 개발에서 민간 개발로 전환시키기 위해 로비를 하다 구속이 되기도 한 사람이다. 그만큼 대장동 개발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이런 남 변호사 못지않게 대장동 개발에 관심을 보이던 인물이 김 대표이다. 김 대표는 성남시의 민관 공동개발 발표 이후 남 변호사와 사실상 동업 관계를 맺게 된다. 그리고 정 회계사는 김 대표가 대주주로 있는 화천대유가 포함된 하나은행 컨소시엄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면서 대장동 사업 설계자로 알려지게 된다.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의 인맥은 공기업인 성남도개공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민간 사업자 선정 몇 달 전 남 변호사의 대학 후배였던 정민용 변호사가 성남도개공에 입사한다. 정 회계사와 같은 회계법인에서 일했던 김모 회계사도 합류하게 되는데, 이들의 상사가 바로 당시 유동규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이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 2009년 성남 분당구의 한 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장을 맡은 이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을 거쳐 경기관광공사 사장직까지 수행한, 사실상 이 대표의 측근이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이들 대장동 민간 사업자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편의를 봐주고 김 대표가 소유한 천화동인 1호 배당금인 700억 원(세금 공제 후 약 428억 원)을 받기로 한 정황을 포착한다. 사업자 선정은 물론이고, 수익금 분배 방식 또한 유리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분이 적은 민간기업이 과도하게 이익을 얻는 구조에 대해 성남도개공 실무진이 반발하자 유 전 본부장이 이를 묵살한 정황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의 흐름을 여기까지 유추해보면 이 대표가 유 전 본부장을 성남도개공 본부장으로 임명한 것을 빼면 남욱, 김만배, 유동규 등 이른바 '대장동 일당들'의 범죄와 큰 연관이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2021년 유 전 본부장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부정처사 후 수뢰 약속 혐의로 구속기소되자 "지휘하던 직원이 이런 불미한 일에 연루된 점에 대해선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한전 직원이 뇌물 받고 부정행위를 하면 대통령이 사퇴해야 하느냐"며 자신의 책임론엔 선을 그었다.
하지만 검찰은 여전히 이 대표를 대장동 몸통으로 지목하며 수사 강도를 높여 나가고 있다. 검찰의 시각은 대장동 일당과 이 대표 사이에 걸쳐 있는 인물들이 있다는 점을 지목한다. 바로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다. 두 사람은 이 대표가 스스로 "측근이라면 정진상, 김용 정도는 돼야 하지 않느냐"며 인정한 인물들이다. 그런 두 사람을 검찰은 지난해 말 차례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 전 실장과 김 전 부원장이 대장동 개발 시작 단계에서부터 이미 대장동 일당과 한 몸이 돼 편의를 봐줬으며, 이에 대한 대가로 당초 유 전 본부장이 받기로 했던 428억 원을 공유하기로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른바 '428억 약정설'이다. 정 전 실장과 김 전 부원장은 "창작 소설을 쓰고 있다", "검찰의 창작 소설을 절필시키겠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대표 또한 "결백함을 믿는다"며 무한 신뢰를 보였다.
검찰은 정 전 실장과 김 전 부원장의 뇌물 수수를 단순 일탈행위로 보지 않고 있다. 검찰은 정 전 실장 구속 당시 영장에 이 대표와 정 실장 간의 관계에 대해 '정치적 공동체'라고 표현했다. 대장동 이익 일부가 대선 자금 등의 형태로 이 대표에게 흘러 들어갔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남 변호사가 정 실장에게 '재선 자금'으로 4억 원을 건넸다고 한 진술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의 개입에 대해 처음엔 입을 닫았던 대장동 일당들도 최근엔 입장을 바꿔 이 대표를 향해 연일 폭로전을 이어가고 있다. 첫 타자는 유 전 본부장이었다. 배임, 뇌물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던 유 전 본부장은 그간 공직자로서 성남시 이익을 우선시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수차례 뇌물을 받았다고 밝힌 데 이어 '이 대표 측 지분이 김만배 지분 속에 숨어 있다고 김만배한테서 들었다', '대장동 사업의 결정권자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라고 말하기에 이르렀다.
남 변호사도 최근 출소 후 '천화동인 1호 지분이 이 대표에게 있다는 것을 김만배에게 들어 알고 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남 변호사의 연이은 폭로에도 꿈쩍 않던 정 회계사 또한 최근 검찰에 ‘천화동인 1호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 지분이 포함된 것으로 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인물들이 검찰 수사 도중 동시다발적으로 입장을 바꾸자, 이 대표와 민주당은 검찰이 이들과 일종의 거래를 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검찰이 대장동 일당들에게 이 대표의 혐의와 관련해 진술하면 형량을 낮춰주겠다는 식으로 회유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입증할 만한 증거는 아직 뚜렷하게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특히 이들의 증언은 모두 김 대표에게서 전해 들었다라고 진술하고 있다. 김 대표가 직접 해당 내용을 인정하지 않는 한 법정에서 증거로 인정되기 어렵다. 게다가 진술의 일관성이 신빙성의 척도인데, 이들 모두 기존 진술 내용을 180도 뒤집은 것이라 과연 재판부가 이들의 증언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할지도 미지수이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에 대한 소환 조사를 요구한 검찰은 지난 20일 김 대표 등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이 대표가 정 실장을 통해 대장동 사업 지분 절반을 나중에 넘겨받는 계획을 직접 보고받고 승인했다고 적시했다. 검찰이 이 대표의 연루 사실을 명확히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년 반 넘게 이어오던 검찰 수사가 드디어 정점에 이른 것이다.
이 대표는 "아무 잘못도 없는 제가, 또 오라고 하니 제가 가겠다"며 오는 28일 오전 출석 의사를 밝혔다. 검찰은 28일에 이어 추가 소환을 할 가능성도 있다. 조사 내용이 워낙 방대해 최소 이틀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 대표에게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배임 혐의가 있다고 보고, 조사에서 대장동 민간 사업자 특혜 여부, 대장동 일당으로부터의 정치 자금 수수 여부 등 대장동 사업 승인 과정과 관련해 전반적인 내용을 캐물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이 대표의 연루 정황을 명시적으로 거론한 이상 기소는 불가피해 보인다. 결국 재판 결과에 따라 대장동 사건의 성격이 '단군 이래 최대 공익 환수 사업'이 될지, '최대 비리 사건'이 될지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정치생명 역시 그 재판 결과에 달려 있다. 만에 하나 이 대표가 유죄판결을 받을 경우 더불어민주당에 미치는 파장도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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