說…說…說…선거판 의혹 철저규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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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궐선거가 실시된 2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주민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주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불거진 금권선거, 네거티브 공방 등은 선거철마다 나타나는 고질적인 문제다. 선거 후에도 당락을 떠나 모든 의혹을 검증할 수 있는 체계 마련이 요구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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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나물에 그 밥인데 누굴 찍으라는 건지…”
과열, 혼탁양상을 보인 10.26재보선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정치염증으로 나타났다. 내년 대선과 총선의 전초전이란 의미와 함께 여야가 총력전을 펼치면서 네거티브 공방과 흑색선전, 고소·고발이 난무한 탓이다.
서울시장 선거에 이목이 쏠리는 동안 기초지자체장 선거에서는 후보자 매수와 이면계약 등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재보선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전문가들은 선거가 끝난 뒤에도 선거과정에서 나온 각종 의혹을 철저히 규명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북 순창군수 재선거는 후보자 매수행위와 관련된 녹취록이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이홍기 무소속 후보와 조동환 전 순창교육장이 사업권과 인사권, 선거보전비용에 관한 ‘검은 흥정’을 했다는 것이다.
조 전 순창교육장은 순창군수 출마를 포기한 뒤 무소속 이홍기 후보를 만나 선거를 돕는 대가로 인사권의 3분의 1과 선거보전비용을 받기로 약속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20일 이 후보와 조 전 교육장을 구속했다.
선거 혼탁 과열 분위기는 전북 남원에서도 재현됐다. 남원시장 재선거는 후보 간에 시장직과 국회의원직을 나눠 갖자는 이면 합의각서가 공개됐다.
남원시장 선거에 출마한 김영권 무소속 후보는 20일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 지난해 6.2지방선거 때 최중근 후보와 국회의원·시장 선거 때 서로 도와주자는 내용의 합의서를 공개했다. 합의서는 최 후보가 지방선거 때 김 후보를 돕고 김 후보는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최 후보를 돕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서울시장 선거는 엘리트 정치인과 시민단체 대표주자의 대결이란 점에서 새로운 선거문화를 보여줄 것이란 기대가 컸다.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이번만큼 혼탁한 선거도 없었다는 평가다. 비방과 폭로 공세로 얼룩졌고 대선주자까지 나서면서 ‘대리선거’란 말까지 나왔다. 오차 범위의 접전이 계속되면서 네거티브 공방도 극에 달했고 고소고발로 이어졌다.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 측은 박 후보에 대해 병역문제, ‘아름다운 재단’ 재직시 대기업 후원금 수수 문제, 학력 문제 등을 두고 공세를 펼쳤다. 박 후보 측은 나 후보의 부동산 투기 의혹, 부친 사학재단에 대한 로비 의혹 등을 제기하며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나 후보는 부친 학교재단 감사 배제 청탁설을 제기한 정봉주 전 의원을 경찰에 고발한 데 이어 1억원 회원권 피부클리닉 출입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 3곳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박 후보 측은 허위 학력기재 의혹을 제기한 나 후보 측 안형환 대변인을 맞고발했다.
사태가 이렇다보니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는 22년 만에 출마 후보자, 여야 정당에 네거티브 선거전 자제를 요청했다. 선관위는 “후보와 정당들이 상대 후보에 대한 의혹 제기·폄하·비방하는 행위에 대한 자제를 요청한다”며 “실현가능한 공약과 건전한 정책으로 경쟁할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네거티브 공방과 흑색선전이 난무하지 않으려면 자질과 인물 검증을 빙자한 무책임한 선거가 돼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선거가 끝났거나 떨어졌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모든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선거법 위반의 경우 1년 이내에 1심, 항소심, 상고심까지 마치도록 한 만큼 불법이 확인되면 당락을 떠나서 반드시 엄중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방 흠집내기에 정책은 실종…공직선거법 위반 악순환 고리 끊어야27일 서울 종로구 박원순 희망캠프에서 서울시장 당선이 확정된 뒤 박원순 당선인,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손학규 민주당 대표, 박영선 민주당 의원 등 참석자들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10.26재보선으로 정치지형도에서 큰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여진이 계속될 전망이다. 선거 과정에서 나온 갈등을 봉합하는 것도 과제다.
이번 역시 후보들의 ‘진흙탕 싸움’으로 기존 선거의 구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후보 간 네거티브 공방과 상호 비방전으로 치달으면서 흑색선전에 가려 정책이 실종됐다. 전문가들은 질 나쁜 네거티브와 고소고발은 선거 후에도 적극 조사해 엄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시민의 대표로 서려면 공인으로서 책임감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네거티브와 흑색선전은 선거 때마다 나오는 단골 메뉴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면 각종 의혹들은 슬그머니 사라진다. 아니면 말고 식이다. 당선된 후보는 새 직책에 적응하느라 정신없고 떨어진 후보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이기 때문이다. 책임을 묻는 사람이 없으니 선거가 혼탁해진다. 선거 때 나온 각종 의혹을 조사해 불법행위는 엄정 대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불법선거, 네거티브 공방을 막기 위해서는 후보자 수사와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처장은 “돈에 의한 불법선거, 인물검증을 빙자한 무책임한 의혹제기는 선거가 끝난 뒤에도 다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선거 때마다 후보자들이 상대방 비방을 대놓고 하고 있다”며 “인신공격 등 무책임한 비방을 일삼는 후보는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26일 한나라당사 상황실에 마련된 10.26 재보선 TV 중계방송을 시청하던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와 지도부가 출구조사에서 박원순 후보가 크게 앞서자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불법이 명백한 경우 수사를 촉구해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공직선거법 위반 사범의 경우 1심은 6개월 이내에, 2심과 3심은 각각 3개월 이내에 재판을 끝내도록 규정했다.
한 전문가는 “예전에 선거사범이 임기를 모두 마치고 재판이 끝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만들어진 조항”이라며 “이게 잘 지켜져야 하는데 최근에도 늦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기소 후 6개월인 선거사범 공소시효도 늘릴 필요가 있다. 이기우 인하대 교수는 “최소한 당선자 임기까지는 선거 공소시효를 늘려 당선인도 자신의 말에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거가 정책 대신 네거티브로 변질되는 이유는 후보들의 선거 준비가 미흡해서다. 서울시장 선거는 오세훈 전 시장의 갑작스런 사퇴로 부랴부랴 정책을 들고 나오면서 ‘벼락치기 선거’라는 말을 들었다. 후보들은 하루에 한 건씩 선거 공약을 내놓거나 뒤늦게 몰아서 내놓는 등 상식에서 벗어난 선거운동을 벌였다.
이광재 사무처장은 “두 후보의 선거 준비가 덜 됐다고 본다”며 “준비가 부족하기 때문에 자신의 정책을 내세우기 보다는 후보자 검증을 빙자한 인신공격을 많이 했다”고 분석했다.
정책선거를 이끌어야 할 언론과 시민단체들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각종 의혹과 비방 중계에는 열을 올리면서도 제대로 된 정책검증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모든 언론이 후보들을 따라다니며 악수하는 것, 목욕시키는 것, 밥 퍼주는 것만 조명하는 바람에 정작 시민들이 궁금한 정책은 알 수 없었다”고 꼬집었다.‘시민혁명’은 이제부터…박원순 서울시장 당선 후폭풍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자가 27일 손을 들어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재보선 최대 승부처인 서울시장 보선에서 박원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면서 정치권 재편이 불가피해졌다. 내년 총선과 대선의 전초전으로 평가된 총력전에서 ‘시민후보’가 승리함에 따라 정치질서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투표 결과 당초 박빙의 승부를 예상했던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 후보는 53.4%를 득표해 46.2%를 얻은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한나라당이 민주당 등 야권 연합세력에게 2002년 이후 9년만에 서울시장 자리를 빼앗긴 것이다. 한나라당은 11개 기초단체장 재보선 가운데 부산 동구, 서울 양천구 등 8곳에 당선되면서 체면치레를 했다.
박 후보의 승리는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새로운 정치에 대한 민심의 열망이 분출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20~40대 젊은 유권자들이 힘을 실어줬다. 기성 정치권과 이명박 정부 국정운영에 대한 불신을 표출하며 무소속인 박원순 후보를 지지한 것이다.
방송3사 출구조사를 분석해 보면 20대의 경우 박원순 후보가 69.3%를 얻어 30.1%에 그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를 압도했다. 30대는 박원순 후보 득표율이 75.8%에 달했으며 40대는 66.8%를 얻어 32.9%를 차지한 나경원 후보를 2배 이상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20~40대의 성난 민심은 대학 등록금 문제, 청년 실업, 전·월세 대란 등 민생 문제로 쌓인 분노가 폭발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민세력이 기성 정치권을 심판함에 따라 현 정치질서는 대대적 재편이 예상된다. 서울시장 보선이 총선·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띤 데다 ‘기성정치 대 시민정치’의 대결 구도로 치러짐에 따라 대선가도는 예측불허의 국면으로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박 후보를 지원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중심으로 제3세력의 신당 창당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안철수 바람’의 강력한 실체가 거듭 확인됐기 때문이다. 안 원장을 정점으로 야권은 대통합의 국면으로 돌입하고 시민사회세력과 민주당이 그 과정에서 격렬한 주도권 경쟁을 벌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여권은 격랑으로 빠져들어 국정 주도권을 잃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쇄신 요구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지도부 책임론이 제기되고 ‘박근혜 대세론’도 타격이 예상된다.
당내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가 전면에 등장해 당을 내년 4월에 치러지는 총선 대비체제로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과 보수시민사회세력과의 연합을 통한 재편 필요성 등을 벌써부터 내놓고 있다. ‘탈(脫) 한나라와 비(非) 박근혜’를 거론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뉴스룸 = 박형재 기자 news34567@segye,com
- 기사입력 2011.10.28 (금) 18:03, 최종수정 2011.10.28 (금)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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