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꿈을 향해 도전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 25일 서울 일성여자중학교를 졸업한 김귀례(72·오른쪽)씨와 2일 충북 대소면 대소초등학교에 입학한 김순자(64)씨가 그 주인공.
김씨는 어릴 적 조카들을 돌보느라 학교 문턱에도 가보지 못했다. 같이 놀던 친구들이 학교에 가는 것을 보며 눈물을 훔친 적도 많다.
이후 스무 살에 결혼해 4남매를 키웠다. 행복도 잠시, 마흔 살에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억척스럽게 살았다. 식당일, 식모살이 등 갖은 일을 하며 자녀들을 번듯하게 키우고 결혼까지 시켰다. 마음에 여유가 생겨 65세에 양원초등학교의 문을 두드렸다.
65년 만에 처음으로 한글을 배운 김씨는 그동안 막힌 속이 뻥 뚤리는 기분이 들었다. 거리의 간판을 읽거나 덧셈 뺄셈을 연습하며 삶의 활력을 되찾았다. 이후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일성여중에 입학했다. 늦은 공부에 한자공부가 특히 어려웠다. 외우면 잊어버리기를 반복하며 마침내 3000자의 한자를 외워 한자읽기 6급에 합격해 상장도 받았다.
김씨는 “앞으로 일성여자고등학교에 입학해 대학까지 진학하고 싶다”며 “삶이 끝날 때까지 학업의 끈을 놓지 않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순자(64)씨는 2일 대소면 대소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손자, 손녀뻘 어린이 150여명과 함께 초등학교 1학년이 되는 것이다.
어릴 때는 가정형편이 어려웠다. 어른들도 “여자가 배워서 뭐하느냐”고 해 학교에 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편지를 읽지 못하고 면사무소 서류도 공무원 도움을 받아야 뗄 수 있었다. 부끄러움과 서러움에 눈물도 많이 흘렸다.
배움의 꿈을 포기하지 않은 김씨는 지난해부터 이 학교에 청강생으로 다니며 교사들한테 한글을 배웠다. 그러다가 교사들의 권유에 용기를 얻어 초등학교 입학 원서를 냈다.
김씨는 “열심히 한글을 배워 마음대로 글을 읽고 쓰는 게 최대 목표”라면서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이치를 이제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신웅호 교장은 “고령에도 배움의 열정과 용기를 잃지 않은 분이 입학하게 돼 어린이들한테도 귀감이 될 것 같다”고 칭찬했다.
로컬종합 = 김장수 기자 oknajang@segye.com
- 기사입력 2012.03.02 (금) 19:22, 최종수정 2012.03.02 (금)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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