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화산업고용복지위원회 훈련인센티브 프로그램에 참여한 영화인들이 영상물을 보며 교육을 받고 있다. |
-
“영화 관객이 300만을 넘어도 잔금을 못 받았어요” “영화가 없을 땐 대리운전으로 생계를 꾸려가요” “저예산영화는 임금 안 주는 게 당연한가요?”
한해 관객과 만나는 영화 10편 중 8편은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하고 극장에서 내려진다. 대기업이 투자-제작-배급을 독점하는 산업시스템에선 100억원을 벌어도 영화제작사는 2~3억원도 가져가기 힘든 형편이다. 결국 꿈과 열정을 저당 잡힌 스태프들의 인건비를 깎거나 체불하는 구조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에 외국에선 예술인들의 복지와 고용안정을 개인에게만 맡겨두지 않고 일찍부터 국가가 관여해 예술인을 위한 실업부조제도를 시행해왔다. 독일엔 예술인사회보험이, 프랑스에선 연간 180일 이상 일하면 일정한 금액을 보조하는 앵테르미탕 등의 제도를 활용해 왔다. 일본과 미국은 예술인 길드에서 의료보험과 퇴직금을 보장한다.
국내에서도 원하는 일을 한다는 이유로 연 평균 630만원의 임금을 받으며 불안한 삶을 꾸려가는 영화인들에게 처음으로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지난해 말 국회 예산심의에서 통과한 ‘훈련인센티브 제도’가 4월 중 첫 지급을 앞두고 있는 것.
훈련인센티브란 영화 스태프들이 한 작품이 끝나고 다음 프로젝트를 위해 대기할 때 노사 공동훈련을 수료하면 지원금을 지급하는 한국형 ‘앵테르미탕’(공연·영상 분야 비정규직 실업부조금제) 제도다.
영화인들은 이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지난 5년간 각종 토론회와 서명운동, 1인 시위와 집회, 천막 농성까지 벌이는 등 안 해본 것이 없다.
제2의 최고은 사태를 막자
하지만 제도 시행까지 정부의 경직된 반응과 몰이해로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특히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등은 타 업종과의 형평성, 특혜 시비 등을 들어 제도 시행을 반대했다. 그러나 지난해 1월 최고은 작가의 죽음으로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영화인들의 처지가 새삼 주목 받으며 구체적인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영화산업노조와 한국제작가협회가 공동으로 ‘영화산업고용복지위원회’(이하 위원회)를 출범시킨 것도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그 결실로 기획재정부로부터 5억원의 예산을 지급받아 연간 500여 명의 영화인들에게 100만원을 지원하게 됐다. 위원회 산하 영화산업실무교육센터는 1월16일부터 3월2일까지 7주간 280명의 영화인들을 대상으로 무료 교육을 실시했다. 인센티브 지급을 위해 현재 수료자들을 심사 중이다.
이승태 위원회 사무처장은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고, 사회안전망을 구축한다는 의미가 크다”며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통해 영화인들에게 자존감을 주고자 했다. 재교육의 기회는 물론 스태프 모집, 각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지역 영상위원회와도 연결된 사례가 있다”고 자평했다. 특히 이 사무처장은 “무조건 복지가 아니라 교육을 통해 자립을 돕는 건강한 지원책”이라고 강조했다. -
실제 도움이 되는 제도로 정착시켜야
1월초 교육생 모집 공고가 나가자 지원방법과 교육내용을 문의하는 등 영화인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위원회 측은 앞으로 교육생 수를 늘리고 지원금도 1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위원회가 지난해 7월부터 산업인력공단 산하로 편입되면서 지원도 대폭 늘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마포구 상암동에 교육장소를 제공했다.
최영재 위원회 이사는 “사람들은 영화배우나 감독만을 기억하지만, 엔딩 크레디트엔 많은 이름이 올라간다”며 “노력에 비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영화인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의미 있는 제도로 정착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장 스태프로 일하는 A씨(미술팀·34)는 “교육내용에 대한 구체적이고 자세한 정보가 제공됐으면 좋겠다”며 “경력자는 다음 작품을 계속 알아보는 등 경력 관리가 더 중요하므로 그다지 효율적이진 않은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어 “계속적으로 영화를 추구할 의지가 충만한 영화 1~2편, 1년 내외 연차의 후배에겐 권할 만하다. 좋은 취지이니 단계적으로 보완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신상미 기자 uncanny@segye.com
- 기사입력 2012.03.30 (금) 11:29, 최종수정 2012.03.30 (금) 11:31
- [ⓒ 세계일보 & localsegye.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로컬(LOCAL)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