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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회 김광원 회장
경마로 시작해 경마로 성장해온 마사회가 더 이상 경마에만 주력하지 않기로 했다. 더 이상의 발전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마사회 창립 60주년을 맞아 김광원(71) 회장은 “마사회는 앞으로 말(馬)산업을 통해 제 2 전성기를 구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말 산업 육성 계획’을 내놓으며 경주마 생산 및 유통, 승용마 생산, 승마장 운영, 장구 제조업 등 말과 관련한 산업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삼았다. 마사회는 현재 ‘말 산업 육성법’도 국회에 제출해 놓았다.
말 종주국인 미국이나 영국의 경마산업이 사양화 하고 있는 현실은 김 회장의 행보에 더 힘을 실어준다. “한국도 경마산업이 위축돼 가는 상황에서 예외일 수 없지만 사업을 다각화 할 경우 국내에선 20년 정도 더 말 산업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사회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듯 경마만 하는 곳이 아니다. 말 등록업무에서부터 말 생산 농가 지원, 승마교관 양성 등 말과 관련한 모든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공공기관이다. 그러나 마사회가 전통적으로 경마에만 주력하다보니 조직 내부에서조차 다른 관련 사업을 주변업무로 여기고 있는 것은 문제로 지적돼 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말 산업 규모를 키우기 위해 김 회장은 마사회의 체질개선을 결심했다. 그 첫 번째 과제가 승마 보급이다. 마사회는 승마를 통해 여성이나 아동 등 보다 다양한 계층을 승마인구로 유입하여 말 산업 수요를 늘려갈 계획이다.
지난해 전국 승마장에서 무료로 실시한 ‘전국민말타기운동’도 그 일환이다. 수도권 인근 승마장에서는 경쟁률이 4:1로 치열했다. 전국에서 3100명가량이 신청해 약 1500명 정도가 승마교육의 혜택을 봤다.
승마보급으로 말 산업 규모 키워
지자체, 지역경제 활성화 위해 관심가져
콘텐츠 경쟁력으로 국가경쟁력까지 확보
마사회는 올해도 이 운동을 펼친다. 지난해 보다 4억8000만원이 증액된 12억 원을 들여 더 많은 사람들이 승마를 체험하도록 할 계획이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도 말 산업은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한다. 마사회 측에 따르면 경마장을 유치한 지자체의 경우 연간 1000억 원의 세수가 추가로 발생한다. 또 말 생산, 사료작물 재배, 마구 제조 등의 연관 산업 발전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된다.
지난 해 영천, 상주, 정읍 등 전국 6개 지자체가 제 4 경마장을 유치하기 위해 부지 제공, 레저세 감면 등을 내세우며 경합을 벌인 것도 이런 까닭이다.김 회장은 “제 4 경마장은 88올림픽을 치르며 또는 대선 공약 차원에서 세워진 기존 경마장과는 달리 목적부터가 다르다”며 “지자체 스스로 이미지를 변화시키고 소득원을 창출하기 위해 건립하는 측면이 크다”고 했다.
전문가 30명으로 구성된 평가단은 부지적합성이나 입지여건, 말 산업 발전을 위한 공익성 등을 비교해 최종적으로 경북 영천을 선택했다.
김 회장은 “말 산업의 발전은 국가경쟁력 강화와도 연결된다”고 했다. 여기서 그가 말하는 발전은 소프트웨어 측면으로 기수나 말 조련사, 말 연구가 등을 양성하는 일을 뜻한다.
현재 국내 말 산업을 수출하려고 해도 경쟁력 있는 콘텐츠가 전혀 없기 때문에 이를 생산할 전문가 육성이 시급하다.
“적토마가 있되 정작 이를 탈 수 있는 관우가 없는 상황이어서 말 전문 사관학교 등 교육에 투자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필요하다”고 김 회장은 말했다.
이 주장은 중국문호 개방을 고려할 경우 더욱 설득력이 있다. 중국은 경마시장에 대한 관심이 큰 데 비해 말 교육시설이나 연구기관 등이 부족하다.
한국이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선점할 경우 지정학적으로 가까운 중국 진출이 다른 나라보다 유리하다. 김연아 같은 스타급 기수가 나오도록 교육에 투자하는 일이 중요한 이유다.
김 회장의 교육, 사람에 대한 기대는 마사회 직원들에 대한 애정으로도 표현된다. 모든 사람이 열정만 있다면 꿈을 다 이룰 수 있다고 믿는 까닭이다. 올해 신입 사원 20여명을 선진국 말 시장을 탐방하며 견문을 넓혀오도록 주문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2년 전 부임하면서 스스로는 계약직이고,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것일 뿐 마사회 주인은 직원들임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도 “누구보다 훌륭한 CEO는 마사회에 대한 애정을 가진 한 명 한 명의 직원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들 중 CIO(Chief Imagination Officer)도 나오게끔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자칫 단기성과에 집착할 수 있는 자리에서 이를 포기하는 대신 인재양성을 위한 노력만큼은 다 하겠다는 김 회장의 말에 마사회 미래는 밝아보였다.
방영덕 기자 ydbahng@segye.com
- 기사입력 2010.03.11 (목) 14:40, 최종수정 2010.04.23 (금)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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