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음악 등 매체와 무대공연 혼합
새로운 스타일에 비평가·관객 ‘호평’
올해 공연계 분위기는 계속되는 경기침체, 구제역 등의 여파에도 사뭇 뜨겁다. 그 중심에는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시도된 적이 없는 ‘미디어 퍼포밍 아트’란 새로운 스타일의 공연 <벽 속의 소리>와 <기억의 소리>가 있다.
이 작품은 비평과 관객 모두의 기대와 호기심을 충족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연의 기획부터 대본, 연출 등을 맡은 이공희 감독을 만났다.
-
미디어 퍼포밍 아트란 분야가 다소 생소하게 들리는데
말 그대로 미디어(media)와 퍼포밍(performing)이란 의미를 담고 있는 공연예술이다. 부연하면 영상과 사진, 음악, 음향 등 각기 다른 매체들이 무대공연과 하나로 합쳐진 혼합예술이라 할 수 있다.
시도하게 된 동기는
지난해 12월 열린 제2회 오프앤프리국제영화제에서 공연 기획을 맡게 되면서부터다. 이 영화제는 여타 영화제와는 달리 영화 상영뿐 아니라 미술, 문학, 무용, 디자인, 사진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을 융합한 첨단 현대예술 영화제다.
그러다보니 기획하는 공연 역시 영화제 성격에 걸맞게 우리나라에서는 이제껏 시도된 적이 없던 새로운 스타일의 미디어 퍼포밍 아트를 선보이게 됐다. -
국내 최초 공연이라고 했는데, 작품의 내용이 궁금하다
<벽 속의 소리>와 <기억의 소리> 두 작품으로 지난해 12월13일 대학로 아티스탄홀에서 공연했다.
<벽 속의 소리>는 문명사회가 인간을 옥죄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벗어나려는 현대인의 저항의식을 주제로 삼았다. 스크린 영상으로 나오는 대형건물, 좁다란 골목, 사람들로 붐비는 지하철 모습과 다양한 소음으로 인간을 숨 막히게 하는 문명사회를 나타냈다.
<기억의 소리>는 한 여자의 도마질 소리를 통해 전생과 기억의 순간들을 찾아가는 과정을 묘사했다. 대사 없이 영상만으로 극의 내용을 전달하며, 무용가 김은희 씨의 안무는 관객들이 공연을 쉽게 이해하는데 도움을 줬다.미디어 퍼포밍 아트 공연 <기억의 소리>의 한 장면. 공연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웃음). 국내 초연이라 벤치마킹할 데도 없었고 공연 연출은 물론 기획, 대본집필, 배우섭외, 예산까지 신경을 쓰다 보니 ‘몸이 몇개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예술에 초점을 맞춘 무용과 테크놀로지에 바탕을 둔 미디어 아트의 융합을 시도할 때는 산만하거나 불협화음이 날까 우려했었지만,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첨단 영상의 화려함과 휴머니즘에 바탕을 둔 예술이 어우러져 승화작용을 한 것 같다.
이 자리를 빌어서 흔쾌히 무료대관을 해준 전선권 아티스탄홀 대표께 감사드린다. -
끝나고 난 후 반응은 어땠나
사실 관객들의 반응이 어떻게 나올지 예측할 수 없었다. 낯선 공연 스타일이다 보니 기대보다는 걱정이 컸다. ‘객석이 텅 비지 않을까’ 하는 상상 말이다.
그러나 우려와는 달리 호기심과 기대에 찬 관객들이 많이 찾아오고 공연이 끝난 후 “멋지다”, “독특하다”는 평을 전해 보람도 느끼고 큰 힘을 얻었다. -
앞으로의 계획은
미디어 퍼포밍 아트는 우리나라 예술 흐름에 있어서 하나의 전환점이 될 것이다. 최근 현대예술이 멀티미디어시대 흐름에 맞춰 복합예술 경향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연극올림픽에서 선보인 공연들이나 최근의 연극, 무용, 미디어 아트 등에서도 혼합예술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번에 제작과 연출을 맡은 장편 옴니버스영화도 기존의 방식에서 탈피해 ‘퍼포밍 무비’의 성격을 취하려 한다. 지난해 공연한 <기억의 소리>가 여기 포함되는데, 또 다른 실험이자 도전이 될 것이다.
[Who?] 1992년 등단…시나리오·소설·감독까지
1992년 단편소설 <갇혀진 방>이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돼 등단한 이후 2002년 독립영화 <착시렌즈>, 2007년 장편극영화 <니르바나 카페> 시나리오, 2009년 단편소설 <오디션> 등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제작과 각본, 감독을 맡은 영화 <거울>로 1998년 뉴욕국제독립영화제에서 최우수판타지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홍익대학교와 상명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인터뷰 = 연동원 영화평론가·延영상문화연구소장
- 기사입력 2011.02.14 (월) 11:43, 최종수정 2011.02.18 (금) 14:15
- [ⓒ 세계일보 & localsegye.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로컬(LOCAL)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