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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용인대흥덕태권도 관장이 태권도 철학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태권도 정신에 바탕을 둔 신체 단련법과 인성교육을 통해 레크레이션 위주로 변질되는 도장 운영 추세를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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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기인 태권도 정신은 약자를 돕고 평화와 공정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태권도장이 많아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러한 정신보다는 원생을 끌어들이기 위한 상업성에 치우치는 게 사실이다.
젊은 태권도인을 중심으로 태권도 정신을 되찾아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박지훈(33) 용인대흥덕태권도 관장은 “태권도 본령을 바로세우겠다”며 출사표를 던진 젊은 태권도인 중 한명이다. -
수련 못지않게 인성교육 강조
박지훈 용인대흥덕태권도 관장은 “요즘 태권도장들은 태권도를 가르치기보다 아이들을 즐겁게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태권도 고유의 정신을 가르치고 상업적으로 변질되는 태권도 본령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태권도장은 수업의 상당부분을 레크리에이션에 할애한다. 딱딱한 품새나 발차기 대신 학생들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위주로 편성하는 것이다. 실제로 한 태권도장은 한달에 각각 2~4번의 발차기와 품새 교육을 제외하고는 놀이로 채워져 있다.
박 관장은 “일부 지도자들이 태권도를 하나의 사업으로 보고 제대로 된 태권도를 가르치는 대신 놀이에만 치중하고 있다”며 “아이들이 즐거워하니 부모님들은 좋아할지 몰라도 실질적인 태권도 발전은 뒷걸음질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태권도가 인기를 끌면서 세계 태권도인구는 7000만~8000만명으로 추산된다”며 “태권도 발전 속도에 비해 약자를 돕고 평화를 중시하는 태권도 정신은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박 관장은 아이들의 잘못을 훈육하지 않는 일부 태권도장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예전에는 아이들이 잘못하면 혼내는 게 당연했는데 요새는 혼내려면 도장을 그만두겠다는 아이들이 많아 제대로 된 교육을 외면한다는 것이다.
박 관장은 “일부 도장들은 아이들 눈치를 보고 학생들 머릿수 채우기만 고민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지도자들은 스승으로부터 배운 태권도 정신과 초심을 잃지 않고 아이들의 인성교육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
품새 등으로 바른 태권정신 함양
박 관장은 ‘제대로 된 태권도’를 가르치기 위해 7월 경기 용인시 기흥구(흥덕택지개발지구)에 용인대흥덕태권도장을 열었다.
도장은 다른 곳과 달리 인성교육을 강조한다. 매주 월요일에는 용의검사를 통해 몸가짐을 점검하고 목요일에는 예절교육으로 올바른 정신을 가르친다. 나머지 시간은 품새와 발차기, 기본동작 등 태권도를 정석대로 가르친다. 일주일마다 부모님 어깨 주물러주기나 집안일 도와주기 같은 숙제도 내준다.
그렇다고 딱딱한 프로그램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의 성장 발육에 도움이 되는 다이어트요가와 키크기성장체조, 음악줄넘기 등으로 균형적인 성장을 돕는다. 흥덕태권도의 차별화된 프로그램이 입소문 나면서 원생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젊은 나이에도 지도자로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7월부터 본격적으로 가르친 시범단은 9월 열린 ‘전국한마음태권도품새대회’에 나가 3위를 차지했다.
태권도장을 운영하며 어려움도 많았다. 특히 잘못한 아이들을 혼내는 과정에서는 도장을 그만두는 아이들을 감수해야 했다. 박 관장은 “사랑의 매를 들 때는 부모님께 연락하고 아이에게 잘못을 정확히 알려준 뒤 혼을 낸다”고 말했다.
그의 진심이 통해서일까. 처음에는 인성교육을 위해 혼내는 것에 불만을 품고 떠난 원생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입소문이 나면서 수강생이 늘고 있다. 박 관장은 “처음엔 힘들어도 따듯한 마음과 사랑으로 아이들을 이끌면 따라온다”고 강조했다.
인성교육을 강조하다 보니 아이들도 조금씩 변해갔다. 한 학부모는 “인사도 잘 안하던 아이가 요즘은 식사 전후에 인사하고 자기가 사용한 그릇은 설거지통에 넣는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도장에 다니는 김지훈(11) 양은 “하루는 친구와 책 빌리러 가다가 장애인 아줌마를 도와준 일이 있다”며 “관장님이 남을 도와야 한다고 말해 약한 사람들을 돕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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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높이 맞춘 애정으로 태권도 전파
박지훈 용인대흥덕태권도 관장(뒷줄 왼쪽 첫번째)과 원생들이 멋진 태권도인이 되겠다고 다짐하며 파이팅 하고 있다. 박 관장은 7살부터 태권도를 시작했다. 아버지 권유로 나간 태권도장에서 그는 한 순간에 태권도에 매료됐다. 당시 스승의 품새나 발차기가 굉장한 충격으로 다가온 것이다. 스승의 동작을 닮기 위해 같은 동작을 따라하다 보니 어느새 태권도는 인생에서 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박 관장은 “어릴 적 본 스승님의 모습은 한마디로 예술이었다”며 “동작 하나하나가 너무 아름다웠고 절도가 담겨 있어 태권도에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3학년부터는 보조사범으로 지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평생을 태권도에 대한 자부심으로 살아오던 그는 제대로 된 태권도와 정신을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에 도장 문을 열었다.
오랜 사범생활을 거쳐 관장이 됐기 때문에 생기는 장점도 많다.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춰주고 다독여주는 사범의 역할은 물론 도장을 운영하는 관장의 업무까지 태권도장의 작은 부분까지 세심히 챙긴다. 작은 업무부터 부모님과 소통에 이르기까지 모든 일을 도맡아하다 보니 ‘태권도 전문가’가 다 됐다.
박 관장의 아이들 사랑도 대단하다. 100명이 넘는 아이들의 등·하교를 책임진다. 직접 셔틀버스를 몰면서 아침에는 학교를 데려다주고 오후에는 학원에 데려오는 것이다. 매일 아침 6시50분에 나와 10시가 넘어서야 집에 들어간다.
학원생들에게는 항상 가족이라는 인식을 심어준다. 아이들은 작은 것도 함께 나누고 서로 돕는 정신이 몸에 뱄다. 덕분에 아이들끼리 다투는 일도 거의 없다.
체육관에 있는 놀이방은 아이들 사랑방이 된지 오래다. 아이들은 3~4시간씩 머물며 책을 읽고 숙제도 한다. 박 관장은 “아이들이 와서 항상 밥 달라고 한다”며 “친구들 5명이 있으면 내 몫까지 6개를 배달시켜야해 부담되지만 그래도 같이 어울리면서 힘이 생긴다”고 웃었다.
이어 “아이들 눈높이에서 권위적이지 않게 태권도를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며 “내 아들, 딸이란 마음으로 사랑스럽게 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관장은 남을 먼저 돕는 태권정신 실천에도 앞장서고 있다. 매달 호스피스 단체에 일정금액을 기부하고 있으며 학원비가 없는 어려운 학생에게는 무료로 가르치고 있다.
앞으로 학원생과 함께하는 자원봉사 체험활동도 계획하고 있다. 양로원 등 단체를 찾아 태권도 시범을 보이고 자원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약한 자를 돕고 타인을 배려하는 태권도 정신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해외교류 계획도 가지고 있다. 동남아시아와 교류를 통해 태권체조와 품새 등 시범단 교류를 계획하고 있다.
박 관장은 “태권도장이 아이들이 함께 어울리고 스트레스를 푸는 장소, 인성과 예절 등 올바른 정신을 배우는 장소, 건강한 육체를 만드는 장소가 되도록 하겠다”며 “제대로 된 태권도를 가르쳐 태권도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로컬용인 = 박형재 기자 news34567@segye.com
- 기사입력 2011.12.02 (금) 15:54, 최종수정 2011.12.02 (금)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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