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 고양 경제자유구역, 293만 평 구상 접고 실행력 택했다…기업 유치 새판 짠다
임종환 기자
lim4600@naver.com | 2026-11-03 08:58:58
사업면적 293만 평에서 60만 평 내외로 축소…토지 규제·재원조달 등 현실성 반영
정밀의료·K-컬처에 역량 집중…의료·연구와 방송영상·전시산업 기반 연계
일산테크노밸리 분양과 기업유치 기본계획 결합…지정 이후 투자·입주까지 고려
[로컬세계 = 임종환 기자]고양시 경제자유구역 추진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넓은 개발구역을 확보하는 데 무게를 뒀던 기존 구상에서 벗어나 실제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규모와 산업구조를 갖추는 방향으로 계획을 다시 짜고 있다. 민선 9기 들어 처음으로 산업통상부 전문가 사전자문을 신청한 것도 이런 변화의 연장선이다.
핵심은 사업의 외형보다 실행 가능성이다. 농업진흥구역 등 토지이용 규제와 환경·교통 여건, 기반시설 설치 비용, 재원조달 가능성을 따져 사업면적을 기존 293만 평에서 60만 평 내외로 조정했다. 정밀의료와 K-컬처를 전략산업으로 내세우고, 일산테크노밸리 분양과 기업유치 정책을 연결해 산업 기반을 단계적으로 확충하겠다는 구상이다.
경제자유구역은 지정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 기업이 들어오고 일자리가 만들어지며 지역 안에서 산업과 인재가 선순환하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 고양시가 이번 계획 재정비를 통해 풀어야 할 과제도 결국 지정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지정 이후의 실질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데 있다.
293만 평에서 60만 평으로…개발 규모보다 실행력에 무게
고양시는 지난 10월 30일 산업통상부에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위한 제6차 전문가 사전자문을 신청했다. 민선 9기 출범 이후 첫 신청으로, 그동안 관계기관 협의와 전문가 자문을 통해 보완해 온 개발계획을 종합적으로 점검하는 절차다.
시는 2022년 경기경제자유구역 추가 지정 후보지로 선정된 이후 산업통상부 전문가 자문과 관계기관 협의를 이어왔다. 지난 7월 제5차 사전자문을 받은 뒤에는 산업통상부와 관계부처의 의견, 다른 경제자유구역의 개발·운영 사례 등을 검토해 기존 계획을 다시 들여다봤다.
이번 재정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사업면적이다. 기존 293만 평 규모였던 사업구역을 60만 평 내외로 줄였다. 농업진흥구역 등 토지이용 규제뿐 아니라 환경과 교통 여건, 기반시설 설치에 필요한 비용, 사업비 조달 가능성 등을 함께 고려한 결과다.
단순히 개발구역을 줄인 것이 아니라 실제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요소를 사전에 점검하고, 기업 수요와 입지 여건을 갖춘 곳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판단이다. 기존 개발지역을 적극 활용하고 신규 농지 편입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사업의 현실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개발면적 축소가 곧 산업 경쟁력의 후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실행하기 어려운 대규모 계획을 유지하기보다 토지 확보와 기반시설 조성, 투자 유치가 가능한 범위부터 구체화하는 것이 지정 이후 사업 추진에도 유리하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정밀의료·K-컬처 집중…고양의 기존 산업 기반을 성장 동력으로
사업 규모를 조정하는 동시에 전략산업의 방향도 선명하게 다듬었다. 고양시가 핵심으로 내세운 분야는 정밀의료와 K-컬처다. 두 산업 모두 고양이 보유한 의료·연구기관과 방송영상·전시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적 연관성이 크다.
정밀의료 분야는 국립암센터 등 의료·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의료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연계하는 구상이다. 연구개발에 머무르지 않고 관련 기술의 사업화와 기업 성장으로 이어지는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의료기관과 연구시설, 기술기업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경우 고양의 의료·바이오 산업 기반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K-컬처 분야는 K-컬처밸리 아레나와 방송영상산업 기반, 킨텍스 등 기존 시설을 활용하는 방향이다. 콘텐츠 기획과 제작을 비롯해 공연·전시·유통까지 산업 활동이 이어지는 거점을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두 전략산업이 실제 경쟁력을 갖추려면 관련 시설을 갖추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연구기관과 기업 간 협력, 전문인력 확보, 투자와 사업화로 이어지는 연결 구조가 필요하다. 고양시가 기존 산업 기반을 경제자유구역 개발계획과 어떻게 결합하느냐가 향후 성과를 가를 핵심 요소다.
일산테크노밸리와 기업유치 정책 연계…산업 입지 선택 폭 넓힌다
경제자유구역 추진은 일산테크노밸리와도 맞물려 있다. 시는 이달 9일부터 일산테크노밸리 용지 분양을 본격화하고, 경제자유구역과 기업유치 정책을 하나의 산업 육성 전략으로 연결할 계획이다.
두 사업을 연계하면 기업의 업종과 성장 단계, 투자 규모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입지를 넓힐 수 있다. 일산테크노밸리 분양을 통해 산업용지를 공급하는 한편, 경제자유구역은 정밀의료와 K-컬처 등 전략산업을 중심으로 기업과 연구·산업 기반을 집적하는 역할을 맡는다는 구상이다.
시는 현재 산업 여건과 기업 수요를 분석해 기업유치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유치 대상 산업과 기업을 구체화하고, 입지 검토부터 투자 상담, 인허가, 정착과 성장까지 이어지는 지원 체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다만 기업유치 정책이 실제 투자로 이어지려면 용지 공급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기업이 고양을 선택할 만한 교통 접근성, 인력 확보 여건, 연구기관과의 협력 가능성, 투자 이후의 행정 지원 등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일산테크노밸리 분양과 경제자유구역 추진이 별개의 사업으로 운영되지 않고 기업의 투자 결정 과정에서 실질적인 선택지로 기능해야 하는 이유다.
연내 지정 신청 추진…최종 관문은 관계부처 협의와 평가
고양시는 제6차 사전자문 결과를 반영해 개발계획의 완성도를 높인 뒤 주민의견청취 등 후속 행정절차를 거쳐 연내 산업통상부에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신청할 계획이다.
지정 신청 이후에도 넘어야 할 절차는 적지 않다.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부처 협의를 비롯해 산업통상부의 서면·현장·발표·종합평가가 이어진다. 최종 지정 여부는 경제자유구역위원회 심의·의결을 통해 결정된다. 시는 2027년 최종 지정을 목표로 관계기관 협의와 평가에 대응할 방침이다.
민경선 고양시장은 "그동안 전문가 자문과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사업의 현실성과 지정 가능성을 높이는 데 집중해 왔다"며, "경제자유구역과 일산테크노밸리, 기업유치 정책을 하나의 전략으로 연결해 기업과 인재가 찾아오는 자족도시를 만들어 가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번 계획 재정비는 고양시 경제자유구역 추진이 개발면적 중심에서 산업 경쟁력과 사업 실행력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계획의 축소와 보완이 실제 지정으로 이어지고, 기업 투자와 지역 일자리 창출로 연결될지는 앞으로의 행정력과 기업유치 성과에 달려 있다.
임종환 기자 lim46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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