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확산 속 용적률·생활인프라 연계…규제에서 관리로 정책 전환
[로컬세계 = 김영호 기자]남산 일대 고도제한 완화가 본격적인 제도 개편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서울 도심 규제의 상징이던 고도지구를 손질하는 작업이 중구 전역 주거정책의 방향 전환으로 확장되고 있다.
서울 중구는 남산 고도지구 완화를 계기로 용도지역 체계 전반을 재정비하는 기본구상 용역에 착수했다고 20일 밝혔다. 단순한 높이 규제 조정을 넘어 도심 재개발과 인구 유입에 대응하는 구조적 정비에 나선 것이다.
이번 용역 대상은 중구 주거지역 전체 5.73㎢로, 구 전체 면적의 약 60%를 차지한다. 중구의 용도지역 체계는 2003년 서울시 주거지역 종세분화 이후 큰 변화 없이 유지돼 왔다. 그 사이 상당수 건축물이 준공 20년을 넘기며 노후화가 진행됐고, 정비 수요는 꾸준히 증가했지만 제도는 과거 기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구는 남산 경관을 유지하면서도 주민 재산권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합리적 완화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국내외 사례 조사와 구역별 경관 분석, 시뮬레이션을 통해 적정 높이를 재산정하고 획일적인 고도제한을 유연하게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미 철거된 고가도로를 고도제한의 근거로 삼고 있거나, 역사문화특화경관지구와 자연경관지구가 2∼3중으로 중첩 지정된 사례 등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규제를 점검해 조정한다. 고도지구 내 시범지구를 선정해 주민 지원 방안도 함께 검토한다.
정책 환경도 변화하고 있다. 서울시는 고도지구를 포함한 용도지구 재정비를 준비 중으로, 고도제한에 대한 관점이 규제 중심에서 효율적 관리로 전환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구 차원의 제도 개편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현장에서는 재개발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신당8·9·10구역과 중림398 등 주요 정비구역에서 사업이 추진 중이다. 향후 인구 유입이 확대될 경우 상가, 병원, 학교 등 생활편의시설 수요도 함께 증가할 전망이다. 단순히 건물을 높이는 문제가 아니라 도시 기능을 종합적으로 재설계해야 하는 과제가 뒤따른다는 의미다.
다만 쟁점도 적지 않다. 고도 완화가 투기 수요를 자극할 가능성과 경관 훼손 우려, 용적률 상향에 따른 기반시설 부담 등이 과제로 지적된다. 실제 주거환경 개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용적률 조정과 기반시설 확충, 공공기여 체계 정비 등 보다 근본적인 제도 보완이 병행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중구는 용역 결과를 토대로 용도지역 변경 전후를 비교하는 시뮬레이션을 실시하고, 도심 주거 특성에 맞는 차별화된 관리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다. 주민과 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쳐 공론화 과정을 진행하고, 서울시와 협력해 실행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김길성 중구청장은 “남산 고도지구 완화로 물꼬를 튼 도심 재정비 흐름을 용도지역 체계 개편을 통해 한 단계 더 강력하게 만들겠다”며 “낡은 규제를 정비하고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살기 좋은 주거환경을 조성하는 데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남산 고도완화는 상징적 조치에 그칠 수도, 도심 구조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관건은 높이 완화 자체가 아니라 그 이후의 도시 설계다. 규제 완화와 공공성 확보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못하면 또 다른 갈등을 낳을 수 있다. 이번 개편이 ‘완화’가 아닌 ‘재설계’로 평가받기 위해선 정밀한 기준과 시민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로컬세계 / 김영호 기자 bkkm9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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