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가족 구조 해체와 고령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 1인 가구가 계속 늘어 지난해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1인 가구 비중이 역대 최대치인 36%를 넘어섰고, 65세 이상 노인 인구도 처음으로 1,000만 명을 돌파하며 명실상부한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으며, 혼자 사는 독거노인 가구 비율도 늘어 노인 가구 세 집 가운데 한 집은 혼자 사는 노인 가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11월 30일 공개한 ‘통계로 보는 사회보장 2024’에 따르면 지난해 ‘1인 가구(Single-person household)’ 수는 804만 5,000가구로 집계됐다. 전체 일반 가구 2,229만 4,000가구의 36.1%다. 2000년에 15.5%였던 1인 가구 비중은 2010년 23.9%, 2020년 31.7% 등으로 빠르게 증가해 왔다. 지금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1인 가구 수는 2027년 855만 가구, 2037년 971만 가구를 넘어 2042년엔 994만 가구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2015년 27.2%이던 것이 10년 만에 9%포인트가량 훌쩍 뛰었다. 65세 이상 ‘노인가구(Elderly household)’ 수는 1,000만 명을 넘어서 전체 인구 중 비중이 20.1%에 달했다. 2015년 13.2%이던 것이 10년 만에 6.9%포인트가량이나 뛰었다. 전체 가구 10곳 중 1곳은 노인 혼자 사는 가구다.
한편 전국 어린이집은 2013년 4만 3,770개에서 매년 줄어 2022년 3만 923개, 2023년 2만 8,954개, 지난해에는 2만 7,387개까지 감소했다. 출산율 감소로 ‘어린이집 폐원 도미노’가 현실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2015년 68.8%였던 사교육 참여율은 지난해 처음으로 80%를 기록했다. 초등학생은 87.7%, 중학생은 78%, 고등학생은 67.3%였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7만 4,000원이었다. 전체 의사 수는 지난해 10만 9,274명으로 전년(11만 4,699명) 대비 4.7% 감소했다. 국민 1인당 의사에게 1년 동안 받은 진료 건수(2023년 기준)는 18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로, OECD 평균(6.7건)의 2.7배에 달했다.
무엇보다 저출산·고령화가 진전되면 노인·1인 가구는 자연스럽게 증가한다. 이는 여러 사회문제의 원인이 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11월 27일 발표한 ‘2024년도 고독사 발생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고독사 사망자 수는 3,924명으로 집계됐다. 2023년 3,661명에 비해 263명(7.2%) 늘었다. 2020년 3,279명에서 5년 사이 매해 고독사 사망자가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전체 인구 10만명당 고독사 사망자 수도 2023년 7.2명에서 지난해 7.7명으로 0.5명 늘어났다. 전체 사망자 100명 중 1.09명이 고독사로 생을 마감했다. 성별로는 전체 고독사 중 남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82%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고독사는 가족·친지와 단절돼 사회적 고립 상태로 생활하던 사람이 혼자서 임종을 맞는 것이다. 고독사 증가 원인으로는 1인 가구 증가와 인간관계 단절, 노인 빈곤 등이 꼽힌다. 50·60대 중장년 남성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는데 이들이 실직 등 경제적 위기, 이혼·사별과 같은 가족관계 단절로부터 가장 취약한 계층임을 보여준다. 지난 11월 26일 국민연금연구원 오유진 주임연구원이 내놓은 ‘국민연금과 고령자 노동 공급’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65세 이상 고용률은 37.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로 가장 높았다. OECD 평균인 13.6%의 약 2.7배에 달하며, 고령화 정도가 높은 일본(25.3%)보다 훨씬 높다. 한국인이 오래 일하는 이유는 연금과 생활비 간에 간극이 크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 우리나라는 경제적 궁핍에 시달리며 혼자 늙어가다 고독사에 직면할 확률이 매우 높은 국가라 할 수 있다. 연금을 받는 나이임에도 일자리를 찾는 원인이 더 충격적이다. ‘생활비에 보탬’이 54.4%로 절반을 넘었다. 더는 노인 빈곤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준엄한 경고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통계의 변화가 아니라 사회 구조 전반을 뒤흔드는 전환 신호다. 이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는 이미 예견돼 왔지만 정책 대응은 미흡하다. 근본적 사회 시스템 재설계가 요구된다. 1인 가구 증가는 청년 독립, 중년 이혼, 노년 고독사 증가 등 다양한 배경을 담고 있다. 특히 고령층 1인 가구는 빈곤과 의료·돌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청년층 역시 경제적 불안과 주거 부담 속에서 생존형 1인 가구로 전환하고 있다. 가족 중심 복지 모델과 시스템은 시대적 유효성을 상실했다. 정부는 1인 가구를 독립 정책 단위로 인식 전환이 선행되어야 한다.
초고령 사회는 연금, 건강보험, 요양제도 등 사회보험 체계를 위협한다. 지역 돌봄은 중요해졌지만, 공공서비스는 여전히 집단 단위 공급에 머물러 있다. 어린이집 감소는 출산 기피뿐 아니라 양육의 사회적 책임 부족, 부모의 시간 부족 등 구조적 문제와도 직결된다. 단순한 인프라(Infra) 확충이 아닌 사회 전반의 책임 분산이 병행돼야만 한다. 작금의 정책은 여전히 산업화 시대의 전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가족, 고용안정, 장기근속을 전제로 한 시스템은 현실과 맞지 않고 있다. 1인 가구·고령층 대상 세제·주거·의료 정책은 미비하고 고령 친화 도시나 재택의료 제도화도 미흡하다. 변화된 인구구조에 맞춘 정책 전환이 더딘 상황이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인빈곤율부터 낮춰야 한다. 지난해 소득 수준이 낮아 정부의 지원을 받고 살아가는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267만 3,485명 가운데 무려 42.8%인 110만 458명이 65세 이상 노인인 것으로 집계됐다. 노인빈곤율도 OECD 1위다. 노후 대비가 안 돼 있어 오래도록 일을 하고는 있지만, 저임금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보니 고된 노동에도 불구하고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연금 소득대체율을 유의미하게 높인다면 좋겠지만 현재 인구구조 변화 추세를 고려하면 감당하기 어렵다. 실업 등으로 한계 상황에 봉착한 청·장년 구제책은 따로 필요하다. 역시 쉬운 일이 결단코 아니다. 가구 구조와 인구 분포 변화 중심의 정책 재설계가 필요하다. 고립 방지를 위한 지역 커뮤니티 강화, 고령층 자원봉사 기회 확대, 맞춤형 보육 서비스 도입 등이 필요하다.
초고령·저성장 사회의 우울한 현실에서 벗어나려면 의당 성장을 회복하는 수 외엔 없다. 그 전에 사회적 고립 취약계층에 대한 돌봄 모델을 통해 고독사 같은 극단적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게 급선무다. 정부는 내년에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고립 위험군을 미리 찾아 상담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한다. 일자리 매칭 같은 실질적 도움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복지 재정은 단순 지출이 아닌, 지속 가능성과 효율 중심으로 설계돼야만 한다. 대한민국의 인구 변화는 단순 수치가 아니라 구조적 변화라는 사실을 각별 유념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통합 인구 전략 수립과 정책적 결단 없이는 이러한 구조 변화에 휘둘릴 수밖에 없음을 명심하고 이를 이끌고 선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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