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곽규택 국회의원(국민의힘,부산 서구·동구)의원 사무실 제공
[로컬세계 = 맹화찬 기자] 정부가 3일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항만공사를 ‘한국항만공사’로 통합하고 기존 항만공사를 지역지사로 격하하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는 항만별 특성과 현장을 무시한 오판이자 항만 운영을 다시 중앙에 종속시키는 시대착오적 퇴행이다.
첫째, 항만공사 일괄 통합은 국가 항만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다.
부산항은 세계적인 컨테이너 환적 허브이고, 광양항은 산업물류, 인천항은 수도권과 대중국 교역, 울산항은 액체화물과 에너지 물류에 특화돼 있다.
항만마다 기능과 고객, 취급 화물과 배후산업이 확연히 다른데도 하나의 조직으로 묶는다면 전문성과 현장 중심의 신속한 의사결정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
4개 항만공사 노동조합도 공동성명을 통해 통합을 ‘시대 역행’으로 규정하고 철회를 요구했다.
정부가 노동계와 지역사회, 항만업계의 우려에 답하지 않은 채 통합 방침부터 발표한 것은 명백한 졸속 행정이다.
둘째, 부산항의 성과와 미래 투자 여력을 다른 항만에 떠넘겨서는 안 된다.
부산항만공사는 부산 시민과 항만업계의 오랜 노력 끝에 2004년 설립됐으며, 2025회계연도에도 매출 4,049억원, 영업이익 1,417억원, 당기순이익 439억원을 기록해 22년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통합공사가 단일 법인·회계로 운영되면 부산항에서 창출한 수익이 다른 항만의 운영 손실이나 투자 재원으로 사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항만별 수익의 재투자 원칙과 투자 우선순위, 자산·부채 관리 기준조차 제시하지 않았다.
부산항의 성과와 투자 여력을 중앙의 배분 논리에 맡긴다면 부산항의 자율성과 국제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셋째, 이번 통합은 민주당 정권 스스로 지방분권의 역사와 철학을 부정하는 일이다.
항만공사는 2004년 노무현 정부가 지방분권과 자율경영을 보장하기 위해 출범시킨 제도다.
「항만공사법」 제3조도 항만공사의 자율적 운영을 명시하고 있다.
기존 항만공사를 지역지사로 격하하는 것은 민주당 정부가 스스로 내세워 온 지방분권의 가치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중앙집권적 회귀다.
전재수 부산시장의 무책임한 대응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전 시장은 정부 발표 하루 전인 지난 2일, 항만공사 통합론에 대해 “입장 표명을 하려고 보니 정부 입장이 안 정해졌더라”며 “실제 진행이 되면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바로 다음 날 정부는 4개 항만공사 통합 방침을 공식 발표했다.
이 발언대로라면 해양수산부 장관 출신으로 ‘해양수도 건설의 적임자’를 자임해 온 전 시장이 부산항의 명운이 걸린 정부 정책의 핵심 동향조차 발표 하루 전까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집권여당 소속 시장으로서 정부와 긴밀히 소통할 수 있다는 강점을 내세워 왔지만, 정작 부산항의 존립과 직결된 사안에서는 정부 방침을 사전에 확인하지도, 막아내지도 못했다.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있었다면 정부 발표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부산시의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정부와 여당을 설득했어야 한다.
전 시장은 이제라도 모호한 유감 표명이나 철회 요구에 그쳐서는 안 된다.
‘힘 있는 여당 시장’을 자임해 온 만큼 정부와 여당을 직접 설득해 항만공사 통합 방침의 원점 재검토를 관철해야 한다.
부산항의 자율성과 미래를 지켜내는 결과로 자신의 책임과 능력을 증명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항만공사 일괄 통합 방침을 즉각 철회하고 항만별 특성과 경쟁력에 기초해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저는 부산항의 경쟁력과 대한민국 해양물류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국회 차원의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
정부가 졸속 통합 방침을 철회할 때까지 부산 시민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
맹화찬 기자 a59620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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