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세계 라안일 기자]박근혜 대통령이 개헌을 공식 제안했다. 1987년 헌법으로는 현재의 시스템에 맞지 않는 ‘옷’이라며 지금이 개헌 적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개헌 제안이 최순실 사태를 무마시키기 위해 나온 것아니냐는 의심도 있다. 그동안 박근혜 정부가 ‘이슈’를 또 다른 ‘이슈’로 잠재웠다는 지적이다.
박 대통령은 24일 내년도 예산안 관련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현재의 헌법이 만들어진 1987년과 지금은 사회 환경 자체도 근본적으로 변화했다. 이러한 변화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갈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향후 정치일정을 감안할 때 시기적으로도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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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은 국회TV 화면 캡쳐. |
박 대통령은 이어 “1987년 개정된 현행 헌법으로 선출된 역대 대통령 모두가 되풀이해 왔다. 저 역시 지난 3년 8개월여 동안 헌법 개정 논의를 미뤄왔다. 또한 국민들의 공감대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국론이 분열되고 국민들이 더 혼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개헌논의 자체를 자제해주실 것을 부탁드려왔다”며 “하지만 고심 끝에 이제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우리가 처한 한계를 어떻게든 큰 틀에서 풀어야 하고 저의 공약사항이기도 한 개헌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특정 정치 세력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끌고 갈 수 없는 20대 국회의 여야 구도도 개헌을 논의하기에 좋은 토양이 될 것”이라며 “1987년 개정돼 30년간 시행돼 온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 헌법은 과거 민주화 시대에는 적합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하지만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이 최순실 사태를 잠재우기 위한 카드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개헌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지켜왔다. 지난 1월에는 ‘개헌은 국정의 블랙홀이다, 일 못한다, 나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갑작스레 180도 변한 것. 더욱이 그동안 박근혜 정부는 이슈를 또 다른 이슈로 시선을 분산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에 대해 “임기 마지막 해에 개헌을 하시겠다는데 지금 현재 우병우, 최순실, 이런 일을 덮으려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해석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략적인 것(의도)도 숨어있지 않나 생각하지만 개헌논의에 활발히 참여하자는 (당내) 의견이 다수”라며 “개헌을 임기 초에 하면 가능하겠지만, 대통령 선거를 1년 앞두고 제안한 것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우려했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개헌 적기가 아니라 최순실·우병우게이트 무마 적기로 판단한 듯. 국민은 권력구조가 아니라 불평등 부정의 척결에 더 관심 있어요”라고 꼬집었다.
탁현민 성공회대 교수는 “‘개헌은 블랙홀’이라던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을 들고 나왔다는 것은 최순실 우병우 외 그녀의 모든 치적(?)을 빨리 블랙홀에 감추어야 한다는 다급한 의지로 읽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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