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크리스마스
수월 이남규
그는 부지런히 아침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내가 도와 줘야지 누가 해 줘
크리스마스 아침은
날씨도 맑았다.
아내는 아침 잠자리에서 깨자마자
일찍 사우나를 가겠다고 했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또 그러다 오전 시간 다 가겠지.
말은 그래도 툭 떼놓고 나서기가 어려운가 보다
이것 챙기고 저것 돌아보고 머뭇거리는 아내
외출 준비하랴 텔레비전 뉴스보고 한 마디 거들랴
답답해 딱 한마디 했다.
당신이 뉴스보고 안 거들어도 알아서 다 해 !
당신은 내가 텔레비전 뉴스만 보면 꼭 그래 !
씽~ 바람이 불었다.
크리스마스 바람인가
기척이 없어 뒤돌아보니 없다.
아내는 다녀오겠단 말 한마디도 없었고
현관문 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멀어지고 있다.
예배당 쪽 가는 길, 햇빛에 묻혀가는 짧은 그림자.
아쉬움인가, 무언가 놔 버린 것 같은 느낌
그는 손에 묻은 물기를 닦다 말고 가만히 서 있었다.

문학그룹 샘문 부이사장. 한용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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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협, 공무원문학, 완도문학회원.
대한시문협전남지회장 샘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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