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세계 김경락 기자]바라볼수록 뜨겁게 돋아나는 열정과 그리움. 선운산 계곡 깊숙이 레드카펫이 깔렸다. 가느다란 꽃줄기 위로 여러 장의 빨간 꽃잎이 한데 모여 말아 올린 자태가 빨간 우산을 펼친 것만 같다. 살펴주는 이 아무도 없어도 꽃들은 수수하게 잘도 피었다.
수십만m2의 공원과 사찰 주변 꽃무릇 군락이 땅속에서 꽃대를 밀어 올려 화려한 치장으로 꽃을 피우는 9월 중순부터 말까지는 온통 붉은 비단을 깔아 놓은 듯하다. 이때면 관광객은 물론이고 이 모습들을 담으려는 사진작가들이 큰 가방 둘러메고 곳곳에서 작품을 담기에 바쁘다. 또 선운산의 맑은 물줄기인 도솔천 따라 언덕배기 고목들의 용트림하는 뿌리 사이를 비집고 핀 꽃무릇의 자태는 여왕이 화관을 쓴 양 꽃 감상의 백미다.
꽃무릇은 돌 틈에서 나오는 마늘종 모양을 닮았다 하여 ‘석산화(石蒜花)’라고도 하며, 외떡잎식물 백합목 수선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숲속 그늘에서도 잘 자란다.
우리나라는 전북 고창의 선운사와 전남 영광의 불갑사, 함평의 용천사가 꽃무릇 군락지로 유명한데, 유독 사찰 주변에 많은 이유는 사찰의 단청이나 탱화에 꽃무릇 뿌리의 즙을 바르면 좀이 슬거나 벌레가 꾀지 않아 보존이 용이하다는 실용성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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